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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깜깜이 전세'…세입자 안전장치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11-26 22:00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전세제도,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문화입니다. 고려시대에 목돈을 빌려주고 논밭을 사용하는 전당 제도가 있었는데, 19세기 말 개회기 때 전세계약이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세는 그동안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전국에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를 둘러싸고 문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세 사기까지 활개를 치면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오늘 뉴스프리즘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들의 실태, 그리고 성큼 다가온 월세 시대를 조명하면서 깡통전세 문제의 대책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졸지에 보증금을 몽땅 날리고 거리에 나앉을 판인 세입자들을 김예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깡통전세' 속출에 날벼락 맞은 세입자들 / 김예림 기자]

2억 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내고 서울 금천구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입주한 A씨.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던 집주인은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습니다.

< A씨 / 세입자> "보증 보험도 가입이 안 되고 그리고 근저당을 말소시키는 조건으로 들어왔는데…처음에는 깨끗했어요. 정말 깨끗했는데 갑자기 근저당이 잡혀버린거죠…집주인도 연락이 안 되시고…"

이 집은 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 전세' 주택이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아직 남았지만 보증금을 날릴까 밤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 A씨 / 세입자> "여기 들어온 게 80%는 대출이고 20%는 저랑 언니 돈이긴 한데 그 돈이 할머니랑 아버지 사망보험금이에요."

최근 들어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김예림 기자> "실제로 지난달 전국의 세입자들이 떼인 전세 보증금은 1,500억여 원으로 한 달 사이 약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이 아파트는 건물 전체가 '깡통 전세' 주택입니다.

집주인이 대출 이자를 갚지 않아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습니다.

< B씨 / 세입자> "지금 전세금은 굉장히 올라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어디를 가야 될지를 모르겠는데 하루하루가 암담하고 진짜 어떻게 살아야 되나…"

보증금을 다 날리게 생겼는데, 건물 관리에도 손을 놨습니다.

< C씨 / 세입자> "공동 수도 펌프가 고장이 나서…전 세대가 수돗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관리실에서는 알아볼게요만 진행 중이고 아무 대책이 없어서 급한 저희가 다 알아봐서 퓨즈 갈고…"

전국 곳곳에서 깡통 전세가 속출하면서 날벼락을 맞은 세입자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세가율이 80% 이상으로 비교적 높아 피해 우려가 더욱 큽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높으면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 커집니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을 넘기면 깡통전세 위험신호로 봅니다.

<김동연/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계>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같은 경우에는 아파트보다 비교적 전세 보증금이 낮고 매매 가능성도 높지 않고요. 그다음에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약 전 여러 공인 중개사무소를 방문해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고,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이광빈 기자]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전세 제도를 설명하면, 많은 돈을 어떻게 생판 모르는 남에게 맡길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깡통 전세 문제에다가, 소형 연립·빌라 중심의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서민들이 목돈을 떼일 우려가 커진 데다, 급증하는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덕재 기자입니다.

[목돈 떼일 우려·이자부담 급증…월세시대 가속화 / 최덕재 기자]

지난 2년간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프롭테크 업체 직방이 지난 8월 17일에서 31일까지 1,3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2년 전에 비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로는 사기나 전세금 반환 문제 등으로 목돈 떼일 부담이 적어서, 급증하는 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져서 등이 꼽혔습니다.

<이호연 / 직방 빅데이터랩 매니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의 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증금을 반환 못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세금을 떼일 부담이 적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 등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인 전세가율은 이미 70%를 넘어서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보증금 비율이 높다는 의미로, 이자부담을 감당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최덕재 기자> 전세 인기가 식고, 전세 매물이 적체되면서, 이제는 '반전세'가 늘어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너무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니,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겁니다.

부동산중개업 경력 30년의 베테랑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합니다.

<이주억 / 대림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반전세가) 작년보다 한 20~30% 늘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옛날에는 없었던 개념이었거든요. 빨리 금리가 안정이 되고
그래야 부동산 시장도 돌아가고 경제도 돌아갈 거라고…그래야 전세 임차인들도 좀 편하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


여기다, 이제는 치솟는 월세·전세 값에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지내는 '캥거루족'까지 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월세 비중까지 높아지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서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선주 / 경기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전세 안심전환 대출 제도라는 것을 정부가 고정금리로 낮은 금리로 전환해 주잖아요? 서민들이 부담해야 되는 주거비의 부담 이런 것들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는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도입을 하고 있는 거고."

다만 일각에선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전세제도의 장점상 '전세 종말론'은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월세 계약 형태가 있습니다. 바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월세를 받는 '역월세' 현상입니다.

최근에 전세 만기가 도래하면서,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전의 높은 전세 보증금을 부담할 새로운 세입자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를 눌러앉히려면 전셋값을 깎아줘야 할텐데요.

현금을 구하기 어려운 집주인은 난감한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집을 팔고 싶어도,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집주인이 대출까지 받기 어려울 경우, 깍아준 보증금을 돌려줄 길은 더욱 막막해집니다.

집주인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받을 수 있는 전세금 반환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영끌' 집주인의 경우 더 이상 추가로 대출 받을 여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에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양해를 구해, 깎아줘야 할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는 대신, 그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애초 2년 전 보증금이 5억원이고, 현재 보증금 시세가 4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차액인 1억원을 돌려주는 대신 이에 대한 이자를 세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죠.

세입자가 '귀하신 몸'이 되다보니, 이사비 지원과 인테리어 수리를 내걸고 세입자를 모시겠다는 집주인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나 새 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서 역월세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매매와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지역에서 역월세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가 앞으로 전세대출 금리는 계속 상승할 전망이어서 전셋값 하락과 함께 역전세뿐만 아니라 역월세 현상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안타깝지만 '깡통 전세', 그러니까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최근 관련 대책을 내놨고 있는데요. 세입자들 스스로 조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향입니다.

김보윤 기자입니다.

[뾰족한 대책 없는 '깡통전세'…세입자 스스로 조심해야 / 김보윤 기자]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세입자가 보다 많은 정보를 집주인으로부터 제공받게 한 것입니다.

선순위 보증금이나 집주인의 체납 정보를 미리 파악해서 추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보라는 취지입니다.

<정재민 / 법무부 법무심의관 (지난 21일)> "계약 전에 자기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게 될 선순위 임차인의 정보, 선순위 채권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 전세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계약 현장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납세증명서는 집주인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제시를 거부하면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인중개사> "그걸 어떻게 다 확인을 해요. 솔직히 확인 못하지. 크게 의미 있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이렇다보니 그나마 전세보증금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히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올해 1~8월 사이 전세보험이 거절된 사례를 보면 집주인의 채무나 체납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29.6%로 가장 많았습니다.

게다가 집값이 떨어지면서 월평균 전세보험 가입 거절 건수는 지난해보다 32% 가량 늘어난 상황.

전문가들은 세입자가 스스로 안전장치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실적으로 계약 전에 전세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만큼 계약시 특약을 추가하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김제경 /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특약에다가 전세보증보험 가입할 예정으로 만약에 가입이 안된다면 본 계약을 무효로 한다. 이런 특약을 넣으라고 조언해드리고요."

무주택 전세 세입자들을 서럽게 하는 건 '깡통전세'뿐만이 아닙니다.

유주택자를 위해 4% 이하 저리로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18조원이나 남은 반면 전세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대책은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전세대출 금리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큰 진전은 없는 상황.

<박홍근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달)>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어야 합니다. 전세자금 변동금리 대출의 고정금리 전환을 서둘러야 합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다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보윤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깡통전세'로 인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고 금액이 올해 6천466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 더 많은 피해가 있을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받은 은행 대출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일겁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전세보증금이란 지푸라기와도 같은 소중한 돈입니다. 이런 소중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나서서 세입자 보호대책을 보강했지만, 보셨다시피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전월세 계약시 더욱 여러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할 시기입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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