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메뉴 바로가기

[포켓이슈] "제 작품이었는데, 아닙니다"…'진짜 안나'는 어디?

08-12 06:00

(서울=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 수지의 첫 원톱 주연으로 관심을 받았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타인의 인생을 훔쳐 '안나'로 살아가는 '유미'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사실 '진짜 안나'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최근 '안나'의 이주영 감독과 콘텐츠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의 갈등이 드러났는데요.

지난 2일 '안나'의 이주영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나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작품을) 편집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안나'는 기존에 8부작이었으나 6부작으로 줄었고, 쿠팡플레이가 자체적으로 분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서사·촬영·편집·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됐다는 주장인데요.

다음날 쿠팡플레이 측은 입장문을 내고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며 "제작사의 동의를 얻고 최종적인 작품 편집은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총 8부작의 감독판을 이달 중 공개할 예정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죠.

이에 이 감독 측은 "감독은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받은 적도 수정을 거부한 사실도 없다"면서 즉시 반박했습니다.

이어 4일 '안나' 스태프 6인도 '우리 이름도 내려달라'며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인데요. 콘텐츠 최종 편집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와 감독의 작품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달라져도 되는가입니다.

우선 콘텐츠의 최종 편집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창작자에게 최종 편집권이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투자자가) '편집에 개입할 수 있다'는 계약 조건이 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최종 편집본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감독 측도 입장문에서 '투자사나 제작사가 편집에 대한 최종권한을 가지더라도'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창작자와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쟁점은 감독의 작품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달라져도 되는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작품의 내용과 형식, 이름을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게 바로 동일성유지권인데요. 저작자의 인격적인 이익을 보호하는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권리죠.

이 감독 측은 '동일성유지권'을 근거로 쿠팡플레이의 무단 편집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묻는데요,

'안나'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02년 윤태용 감독의 영화인 '배니싱 트윈' 관련 판례입니다. 영화사는 극장에서 상영한 원본과 다르게 편집해 비디오테이프를 출시했는데요. 윤 감독이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죠.

이번 공방에서 쿠팡플레이와 제작자, 그리고 제작자와 창작자가 맺은 계약서 내용이 중요할 듯하지만 쿠팡플레이 측은 제작사와의 계약 내용이나 저작인격권 관련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갈등은 기존 OTT 제작 환경이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알려진 것과 달라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과거에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 개봉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최종편집권 보장'을 꼽았습니다.

그만큼 창작자의 편집권 보장은 중요한 가치이고, OTT는 이를 존중해준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반드시 그런 건 아니라는 게 드러난 거죠.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예전처럼 그냥 암암리에 묵인한다거나 수용하는 창작자들의 문화가 아니다"라면서 "거기에 쿠팡플레이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쿠팡플레이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창작자와 투자사 모두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동반자인 만큼 상호 존중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요?

dkl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