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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자유'엔 '혐오의 자유'는 없다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07-04 14:40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산 평산마을로 귀향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사저 앞 집회·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단체와 유튜버가 쏟아내는 소음과 욕설 등으로 문 전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뽀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윤 전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 맞은편에서도 맞불 시위가 계속돼 애꿎은 주민들의 피해가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고휘훈 기자입니다.


[밤낮 계속되는 소음 고통…평산마을·아크로비스타 집회 / 고휘훈 기자]


지난 5월 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공개한 영상입니다.


<유튜버> "한 달 뒤에 너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너흰 조사받고 바로 징역 가죠. 너는 징역을 가야돼."


이번엔 사저 쪽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시위자> "문재인 간첩 XXX야…"


70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에서 고성을 지르는 소리가 사저까지 들려옵니다.


<고휘훈 기자>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장마 기간에도 욕설과 고성으로 뒤범벅 된 집회는 계속됐습니다."


<현장음> "소XXX 감옥으로. 재산몰수 국고환수. 소XXX."


밤낮 가리지 않는 집회는 문 전 대통령 부부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신한균 / 평산마을 주민(도예가)> "(밤) 11시반쯤입니다. 무슨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너무하지 않습니까하니 자기들은 시위 허가를 받고 한다고 합니다.


법이 누구의 편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법대로 하다가 저는 그 전에 정신병자 되겠습니다."


이미 평산마을 주민 10여 명이 집회 소음으로 인한 불면증과 환청, 스트레스 등으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중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한덕수 총리가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 시위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 집회 신고를 한 단체들 중 일부 단체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지만, 이들은 '집회·시위 금지 통고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며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정문 앞에서도 연일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서울의 소리가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기획하게 된 것은 국가 갈등을 더욱 부추겨 민주주의 헌정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언론사 '서울의소리'는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단체의 집회를 중단하라는 이유로 지난 14일부터 윤 대통령 자택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서울의소리'는 지난 대선 때 김건희 여사와 통화했던 7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매체입니다.


이웃 주민들은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가 있다며, 주민 서명을 받아 지난달 22일 진정서를 서초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집회 소음기준을 규정한 법령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이광빈 기자]


집회와 시위가 이른바 '강대강'의 적대감 표현 수단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고 성숙한 집회 문화를 위해 나아가야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이동훈 기자입니다.


['적대감 표출장' 되버린 집회들…"민주적 관리 필요" / 이동훈 기자]


지난 2020년 수요집회에서 이념대결의 장으로 본격화한 맞불집회.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가 촉발한 서울 광화문, 서초동 집회에 이어 전, 현직 대통령 사저 앞까지 차지했습니다.


과거 민주화, 인권 등 목적성이 강했던 집회·시위가 상호 비방과 공격, 적대감 표출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양극화, 혐오 문화 확산이 이유로 꼽힙니다.


<구정우 /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혐오표현을 통해서 극단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고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또 상대방을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측면이 주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단체들은 극단적인 인사들이 소셜 미디어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고 집회를 더 과격하게 몰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제작자들이 SNS를 통해 집회를 실시간 중계 하면서 후원금을 받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발언이나 행위를 보인다는 겁니다.


<명숙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더 선정적인 말들을 유튜버들이 하는 거죠. 혐오 선동이라는 점에서 문제고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모아서 후원을 받으려고 하는…"


이에 일부 극단적인 집회·시위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다른 기본권들의 비례성을 따져봐야한다는 겁니다.


<이지은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집회의 자유가 절대적인 권리라기 보다는 어쨌든 다른 권리와 충돌이 있을 시에는 그 어느 정도에 대해서는 논의가 좀 필요…"


다만 일부 극단적인 시위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집회 자체에 대한 법적 규제를 늘리기 보다 집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한다는 겁니다.


<한상희 /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집회의 자유라는 것이 정치·사회적인 소수자들이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라는 점에서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죠."


다만 전문가들은 법령개정 등 해법 마련에 앞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성숙한 집회 문화의 정착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제가 독일 베를린 특파원으로 나가 있던 2018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를 경험했는데요. 집회 취재를 나가기 전에 한국에서의 경험 탓에 비장미, 엄숙미, 우렁찬 투쟁가를 떠올렸는데, 전혀 반대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시위가 아니라 사실상 축제였습니다.


마치 나들이를 나온 듯한 가족 단위 인파가 넘쳐났고, 한쪽에선 록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시위대는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축제와 같았습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전세계 여러 민족의 여성들을 위한 전통음악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구경 나온 시민들도 함께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집회를 마무리한 공원에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곳곳에서 맥주병을 들고 담소를 나눴습니다.


2년 뒤인 2020년 봄. 베를린에서는 시위대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청소년들의 무인 팻말 시위가 열렸는데요.


독일 연방의사당 앞에는 청소년들이 만든 다양한 구호의 팻말 수백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산뜻한 아이디어로 집회가 알리고자하는 바를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한 것입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혐오 발언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도 벌어집니다.


2018년 독일 동부 켐니츠에서 연이어 벌어진 극우세력의 인종차별 폭력시위가 대표적입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셧다운 반대 및 백신 의무화 반대 시위가 폭력성을 띠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독일 사회는 단호히 배격했습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정치 지도자들은 연일 폭력 시위를 규탄하고, 시민들이 결집해 증오와 혐오에 맞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극우주의자들의 인종차별 폭력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켐니츠에서 이민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구호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사실상 '즐거운 맞불 집회'였습니다. 집회의 목표는 의견 표명을 통한 여론의 형성입니다.


시위에서 혐오의 배설 등 언행의 폭력성은 여론의 형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민들,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의 시위여야지 여론 형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 넘치는 '즐거운 시위', 참가자도, 지켜보는 시민도 시끄러워하지 않고 즐거워해야 집회의 목적도 더 빨리 달성되지 않을까요.


전·현직 대통령 사저 인근 '맞불집회'가 화두에 오르면서 악의적인 혐오 표현과 소음 공해를 막기 위한 집회시위법 개정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욕설과 과도한 소음에 고통받는 시민들을 위해 개정을 해야 하지만, 자칫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도에 장보경 기자입니다.


['맞불집회' 대결 양상…쏟아지는 집시법 개정안 / 장보경 기자]


최근 세달 사이 여야가 내놓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모두 7건입니다. 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발의했고, 기본소득당 법안도 있는데요.


국민의힘 법안에는 정상적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를 막자는 내용이고,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금지하거나, 심각한 '악성집회'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기본소득당은 법원,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등 인근 집회 규제 조항까지 아예 없애야 한다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집시법 개정 움직임은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가 문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됐습니다.


과열된 '팬덤문화'와 잘못된 혐오문화가 집회의 양태로까지 표출되며 사회적 부작용이 커졌다는 문제제기도 집시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요인입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


현행법상 현직 대통령 관련 시설이라도 집무실이나 사저는 집회 금지 구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근거로, 현행 집시법은 일부 기관 100m 이내를 집회 금지구역으로 정해뒀습니다.


경찰은 집무실 바로 인근 신고 집회에는 금지 통고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집행에 나섰지만 법원은 잇따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전쟁기념관 앞 소규모 집회는 보장하겠다고 기조를 완화했지만, 혼선은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집시법의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회가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악의적인 집회로 인한 시민 피해를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받아들었습니다.


'1시간 내 최고소음 3회 초과시 제제' 규정을 피하는 꼼수가 난무하고 있는 만큼 소음 기준을 세분화해 엄격히 적용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해볼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 신고된 집회 건수는 9만 2341건, 작년 8월 기준 신고된 집회 건수는 10만2201건이라고 합니다. 하루 평균 425건인데요. 해가 지날수록 집회 건수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질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서 혐오와 증오를 표출하기 위한 소음은 시민의 행복을 깨뜨립니다.


집시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집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평산마을 #수요집회 #이념대결 #맞불집회 #집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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