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하단 메뉴 바로가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른 식량 재앙…최대 피해자는?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04-02 22:00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세계 '식량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부터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가들까지 비상입니다. 식품 가격 폭등에 기아 공포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자카르타에서 성혜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전쟁 탓에 세계 식량위기…가격 폭등·기아 공포 증가 / 성혜미 기자]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에서 때아닌 식용유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팜유 국제 가격 상승으로 생산업자들이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했는데, 올해 해바라기씨유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팜유 가격이 더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는 글로벌 농산물 공급사슬을 뒤틀며 식량 대란을 불러왔습니다.


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안 그래도 뛰는 세계 식량 가격을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밀 선물 가격은 연초보다 45%가량 올랐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의 약 14%를 점유하는 옥수수 가격도 연초보다 약 27% 상승했으며, 대두도 올해 들어 약 28% 올랐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이미 지난 2월 140.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한 3월 이후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비료 공급난도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비료 주요 성분의 주요 수출국이며 특히 탄산칼륨의 경우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작년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막시모 토레로 수석 연구원은 비료 위기가 더 우려스럽다며 "비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에 심각한 공급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곡물 가격 인상에 터키에서는 해바라기유 가격 급등으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이라크에서는 치솟는 식품 가격에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헝가리는 모든 곡물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유와 콩가루에 붙는 수출세를 연말까지 33%로 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급히 보조금을 투입하는가 하면 주요 식료품에 가격 상한제, 구매 개수 제한 정책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밀로 만든 '값싼 빵'에 의존해온 아프리카와 중동의 빈곤층은 굶주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항구를 파괴하고, 곡물을 실은 수출선 수백 척을 봉쇄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 EU 집행위원장> "푸틴 대통령에게 선박 이동을 허락해 달라 요청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전쟁과 죽음뿐만 아니라 기근과 굶주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선박을 풀어주십시오."

가뭄, 내전 등으로 이미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 주민 2천800만 명이 극심한 기아를 겪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구촌의 자원 패권 경쟁에 불을 붙이고, 식량 수출을 중단하거나 비축을 확대하는 '식량 보호주의'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식량뿐 아니라 석유와 가스, 광물의 국제 가격도 뛰어 자원 빈국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연합뉴스 성혜미입니다.

[이광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인한 영향은 우리 일상생활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수입 곡물 가격 폭등으로 먹거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빵이나 과자 같은 가공식품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지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 곡물값 폭등, '먹거리 물가'에 영향…대책은 / 한지이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지난 25일 기준 밀 선물의 가격은 톤당 405.00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3.0% 올랐습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분이 원재료비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원재료를 비싼 가격에 수입해야 하고,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 "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라면 빵과 같은 가공식품들의 가격도 인상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 중 생필품인 경우가 많아 서민들의 체감적인 부담감이 더 커질 것이라 우려스럽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자국 식량 안보를 지키겠다는 목적으로 6월까지 곡물 수출을 금지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1.0%,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은 45.8%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식량 대란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자급률을 높이는 등 대응 방안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정희 /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애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부담을 그대로 안을 수밖에 없다…대체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대비가 필요한 것이고요."


또 옥수수 등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곡물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만큼 축산업 분야의 파장이 커지지 않도록 추가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장기화로 총성 없는 식량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민들의 먹거리 걱정을 덜어줄 가격 안정 대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코너:이광빈 기자]

세계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가뜩이나 전쟁으로 곡물 생산이 줄어드는 데다, 앞선 리포트에서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의 수출길도 러시아에 의해 점점 차단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경제까지 휘청이게 됐는데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는 이집트가 85%, 레바논이 81%에 이릅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던 이집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집트는 홍해 변의 주요 관광객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의 발길이 전쟁 여파로 뚝 끊기면서 관광 분야까지 타격을 입었습니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에 미칠 경제적 충격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해 팬데믹 충격으로부터 경제 회복의 속도가 느린 개발도상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는 것입니다.

선진국들도 곤혹스러운 국면이지만, 경제 구조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일수록 버티는 데 어려움이 따름입니다.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식량 공급 부족 사태와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장기화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파종기에 제대로 씨를 뿌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농가들이 전쟁으로 인한 연료 부족으로 농기계를 제대로 가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란을 비켜 간 지역에서도 농사를 제대로 짓는 데 애로가 커지는 현실입니다. 비료와 농약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파종 면적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봄철에 파종을 많이 하는 옥수수 수확량이 향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광빈 기자]

국내에서도 국제 밀가루 가격의 상승 여파가 체감되고 있습니다. 빵집이나 분식집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밥상 물가도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는데요. 김예림 기자가 상인들과 시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밀가루값 비상에 상인들 한숨…먹거리 체감물가 껑충 / 김예림 기자]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은진씨.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밀가루 가격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최은진 / 빵집 사장> "(밀가루 가격이) 1년 전보다 거의 한 40%는 오른 것 같아요…쓰면서도 너무 아깝죠. 조금이라도 손실 안 나게 하려고 아껴 쓰고…"

밀가루뿐 아니라 외국산 버터와 유제품, 소고기까지 오르지 않은 재료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른 재룟값만큼 빵 가격을 올리기는 망설여집니다.

<최은진 / 빵집 사장> "저희가 빵 가격이 5천 원대에서 6천 원 대예요. 손님 입장에서는 빵을 사실 5천 원 이상, 6천 원 이상으로 사드시기를 원하시지는 않으세요. 밥보다는 디저트라는 개념이 크니까…"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다른 음식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동현 / 분식점 사장> "(밀가루 가격이) 20년 동안 장사했는데 제일 많이 올랐어요…기름 가격도 2천~3천 원씩 하루가 다르게 막 올라가지고 걱정이 많아요."

밀가루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미리 재고를 사들이면서 물건이 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김동현 분식점 사장> "저번에는 워낙 올라가지고 물건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받아쓰는 밀가루와는 다른 거를 받아쓰고 그랬어요."

밥상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 가계에도 주름살이 늘고 있습니다.

<황윤정 / 서울 마포구> "예전에는 넉넉하게 한 4~5만 원 챙겨오면 샀던 것을 많이 못 사고 이거는 내려놔야 되겠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해야겠다 해서 (물가가) 확실히 많이 오른 것 같아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은 늘어나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경준 / 서울 마포구> "물가가 오르다 보니까 수입은 팍팍하고 줄여서 먹을 수밖에 없죠."

밥상 물가가 뛰면 저소득층부터 고통받게 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중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소득층의 전체 지출 중 식료품의 비중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경제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밥상 물가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영업자들과 시민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예방하지 못한 전쟁, 명분 없는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이들은 우크라이나 시민들만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졌지만,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국가들이 있는 반면, 당장에 극심한 기아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동아프리카 국가들입니다. 2년째 가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남수단 같은 국가들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식량 부족은 정치적 불안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도 시작은 식량 문제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재앙의 나비효과, 재앙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