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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슈] 반백년 앞둔 연필깎이 무료로 고쳐 준다고요?

01-11 07:00

(서울=연합뉴스) "이 연필깎이는 50년 지나도 A/S가 됩니다. 하물며 무상 수리"

유물급 '하이샤파' 연필깎이를 고쳤다는 한 블로그 후기가 요즘 화제입니다.

엄마·아빠 때부터 집마다 한 대씩은 있었다는 이 물건은 어디에서 새 생명을 되찾은 것일까요?

바로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문구 제조 전문 업체 ㈜티티경인 물류센터입니다.

1980년 4월 나온 하이샤파는 원형 칼날을 돌리면 연필이 깎이는 기계 타입으론 국내 최초였다는데요.

당시만 해도 어린 학생들이 칼로 연필을 깎다가 손을 베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기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행착오 끝에 선보였던 하이샤파는 '기차 연필깎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연간 20만대 이상 팔려나갔죠.

블로그 주인은 '50년 지났다'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최고참'도 마흔두살 쯤 된 셈인데요.

지금도 연필을 주로 사용하는 일선 보습학원에선 한꺼번에 몇 개씩 수리를 맡겨 오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블로글 글 때문인지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택배 수량이 한층 늘어나 하루 40여 건에 달하는데요.

연필이 헛돌지 않도록 고정하는 '고무캠'이 삭아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수리 의뢰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딸 아이가 유치원 때 사줘서 15년 이상 정이 들었던 물건이라…"

애프터서비스 담당 김원래 주임은 "고가품도 아닌데 이렇게 편지까지 넣어 보낸 마음이 귀하게 느껴져 더 정성껏 매만지게 된다"며 웃었습니다.

A/S 전용 휴대폰에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감사 인사를 남기는 고객들도 드물지 않은데요.

손때 묻은 하이샤파를 손주에게 물려주겠다며 '손봐달라' 부탁받을 때면 대를 이어 쓰는 '명품'이란 자부심과 함께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귀띔합니다.

김 주임이 여태까지 본 것 중 최고령은 1984년산인데, 예전 출시품은 스티커가 떨어져 나가면 생산연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네요.

일단 수리를 마친 연필깎이는 의뢰인에게 돌려보내기 전 칼날 테스트가 필수.

드르륵드르륵 손잡이를 18번 정도 돌려 연필이 잘 깎이는 것을 보니 새 상품과 다름없습니다.

오래 사용하다 보면 무뎌지기 마련인 칼날 이외 기본 부품 대부분은 무상 교체가 원칙입니다.

워낙 고장 안 나기로 유명한데다 이렇게 계속 고쳐 쓰다 보면 남는 마진이 없진 않을까?

주재명 영업본부 이사는 "무상 수리는 소비자에 대한 보답의 의미이며, 그 비용 이상 사랑받고 있기에 좀 손해 보더라도 이득이 더 크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중국으로 이전한 상태지만, 원래 경기도 용인 공장 부지 절반은 잔디밭이어서 자라나는 새싹들이 마음껏 뛰어놀았다는데요.

학용품을 안전하고 정직하게 만들자는 경영철학 아래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는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임직원들.

추억 속 연필깎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이들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 아닐까요?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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