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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제철 과일 먹이자는 정부…선생님들은 달갑지 않다는데

10-24 09:00

(서울=연합뉴스) 이제 전국 모든 초등학생이 과일 급식을 먹게 될 전망입니다.

성장기 아동에게 제철 과일을 챙겨줄 수 있어 언뜻 좋을 법도 한데 일선에선 좀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국민 건강 증진과 과일 소비 촉진을 위해 공공 급식에 과일 간식을 도입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중 하나인데요.

2018년부터 초등 방과 후 돌봄교실을 대상으로 시범시행 한데 이어 내년 6학년생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전 학년에 확대할 예정입니다.

학교별로 정규 급식에서 주는 과일은 매주 1∼2회, 한 번에 30∼40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못 미치는 만큼 1인당 100∼150g씩 일괄 제공하자는 취지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주 교육부를 통해 당사자 견해를 물었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학교에 시달된 공문엔 향후 계획과 함께 '컵 과일 등 완제품(쉬는 시간)과 가공 전 과일(급식 시간) 중 선택하라'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일각에선 당국의 이 같은 추진 방식에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제대로 된 사전 수요 조사 없이 일단 한다고 정해놓고 의견을 모으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주장인데요.

실제로 교사들이 참여한 공청회는 2018년 시범사업 이전 열린 게 전부입니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교직문화 개선위원장은 "돌봄교실 제공과 학교 전체 제공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참고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데다 의견 수렴용 공문이 내려온 것조차 몰랐다는 선생님이 다수"라고 전했습니다.

인천지역 초등교사는 "지금 후식용 과일도 남기는데 학생들에게 필요해서 하는 건지 농가를 도우려고 하는 건지 선후관계가 뒤바뀐 느낌"이라고 꼬집었죠.

제주의 한 초등교사도 "영양 과잉 시대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쓰면 환경이 오염되고 알레르기·식중독 같은 위험 요소, 배식 지도 등 업무 과중을 들어 반대 입장인데요.

과거 의무적으로 실시돼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졌던 '우유 급식'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처럼 주요 정책을 둘러싸고 교육계 내부에서 소통의 엇박자가 나고 있는데요.

특히, 정책 입안자가 사업계획·운영방안을 정해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탑다운(하향식) 방식에 대한 원성이 자자합니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조기 시행 방침이 대표적이죠.

당시 고교 교원 10명 중 7명이 2025년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에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밀어붙이기식'이란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속 원격수업 등 진행 과정에서도 각급 학교에 통보하기 전 관련 발표가 먼저 나가면서 안팎에서 야기된 혼란을 감당하는 것은 교원들 몫이었죠.

전문가들은 정책 입안 단계부터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나아가 현장에서 개선안을 내는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는 것인데요.

조흥순 중부대 대학원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는 "공약을 처음 만든 그대로 지키려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며 "대략 방향은 정해놓더라도 세세한 부분은 융통성 있게 속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병창 부산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단체 협의회를 통해 이해 관계자 입장을 조율하는 네트워크형 거버넌스를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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