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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징어 게임' 돌풍 환희 섞인 지옥도

10-23 22:00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방탄소년단 음악이,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를 매료시켰습니다. 이번에는 드라마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94개국 시청 1위에 오르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세계를 평정한 K-드라마의 인기를, 워싱턴 이경희 특파원이 미국 현지에서 취재했습니다.

[전대미문 '94개국 1위'…세계 평정한 K-드라마 / 이경희 기자]

넷플릭스 공개 26일 만에 전 세계 1억 1천만 명의 눈을 사로잡으며 94개국에서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

미국인들도 주변에서 오징어 게임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식 빵을 파는 제과점에선 '달고나'가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수작업이라 하루 100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하는데 대부분 예약주문으로 미리 팔려나갑니다.

<유상민 / 제과점 운영(미국 버지니아)> "워싱턴, 버지니아뿐만 아니라 굉장히 먼 곳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멀리에서 들어오는 건 못하고 있고…."

미국에선 다음 주 핼러윈을 앞두고 아마존에만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이 5천 개 가까이 판매되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유례없는 물류대란에 해외배송이 늦어지며 아직 매장에 도착도 못 했지만 선주문이 쇄도하는 것입니다.

<로렌조 칼타 제로니 / 핼러윈 용품 매장 매니저>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계속 전화를 하고 직접 방문해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있어요. 2021년 넘버 원 코스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국 내 한인들은 스퀴드 게임의 인기가 BTS, 영화 기생충과는 체감 정도가 또 다르다고 말합니다. 더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 거리에서 스퀴드 게임을 본 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더해 K팝이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OTT 콘텐츠란 점이 미국을 비롯한 해외 팬들을 한층 더 끌어당긴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장 세스페데스> "한국어로 전체 시리즈를 시청하면서 배우들의 감정과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느리지만 확실히 미국인들이 외국어 자막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결국 언어가 아닌 콘텐츠의 질이 성공을 좌우한단 사실이 입증되면서 외국어 영화, 드라마를 틈새시장 정도로만 여겼던 미국의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앞다퉈 해외 시장에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했고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를 438만 명 늘리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조안 맥도날드 / 포브스 기자> "넷플릭스와 페스티바, 디즈니, 애플이 한국 콘텐츠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가) 자리를 잡았고 엔터테인먼트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냉전 시대 군비 경쟁이 이제 콘텐츠 경쟁으로 바뀌고 있는 시대에서 한국 같은 문화강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거란 외신의 전망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이경희입니다.

[이준흠 기자]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점을 다루는 <오징어 게임>, 전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심화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가 공감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인데요. <오징어 게임>에 감정 이입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윤솔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또 다른 '기생충'…세계가 공감한 현실의 지옥도 / 윤솔 기자]

Q. '오징어 게임' 어떻게 보셨어요?

<이재현 / 경기 오산시> "'나오니까 더 지옥이다'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잘 표현한 거 같은…저도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으로서 구하기도 힘들고 돈은 나갈 데도 많고 기회는 없으니까…"

<심민정 / 서울 종로구> "예전에는 열심히 살면 내가 좀 더 잘 살 수 있다 생각을 했는데 가면 갈수록 못사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아도 거기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을 잘 반영해 준 거 같아요."

<임인규 / 서울 서대문구> "불평등한 것도 느꼈죠. 혼자서 생존하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니까."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 사람들은 등장인물들의 벼랑 끝 처지가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고 말합니다.

목숨을 건 생존 게임에 뛰어든 사람들과 이를 유희 거리로 삼은 사람들의 강렬한 대비가 공감을 자아낸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악화되어 왔습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총소득을 비교한 소득 10분위 배율이 30배 이상으로 올라섰고, 특히 코로나19로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의 소득이 떨어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신광영 / 중앙대 사회학과·불평등연구회> "1980년대를 기점으로 해서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거든요. 더불어서 빈곤층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유럽 같은 경우도 복지국가로 보여줬던 상당한 성과가 1980년대부터 계속 훼손되고 있는 거죠."

지극히 한국적인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을 사로잡은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불평등 현상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성수 / 대중문화평론가> "'오징어 게임'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상징적인 환경에 잘 녹아들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마치 로또를 맞듯이 부채를 일거에 사라지게 해줄 수 있는…그런 것들이 오징어 게임을 원하는 모습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겁니다."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이 계급 격차를 다루면서 상업성까지 잡은 영화 '기생충'과 같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불평등을 다룬 한국의 작품들이 연이어 '글로벌 히트'를 치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함의를 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요즘 <오징어 게임> 안 보면 대화에 끼기 힘들 정도입니다.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이 상금 456억 원이 걸린 게임에 참가해,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겨룬다는 내용인데요.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는 게 어릴 적 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이라는 게 재밌는 설정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전형적인 '데스게임' 장르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특수한 경기에 참가한 이들이 극한 상황으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무인도에서 학생들끼리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영화 <배틀로얄>,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든 생존 전쟁, 영화 <헝거게임> 같이 비슷한 콘텐츠가 이미 성공한 바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앞선 두 영화와 달리 <오징어 게임>은 '중도 포기'가 가능하다는 설정인데요.

"너의 선택으로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을 주최 측은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시청자분들도 실제 초대장을 받았다고 한 번 상상해보십쇼.

달고나 뽑기에만 실패해도 목숨을 잃지만, 살아남으면 수백억 원을 챙길 수 있는 게임. 만약 현실이 게임보다 더 지독하다면 참가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결정이 온전히 자유의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게임 진행이 공정하다는 점도 주최 측은 언급하지만, 그 와중에도 관리자와 결탁하거나 편법을 쓰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또 대개의 결과는 '운'으로 결정됩니다.

최근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오징어 게임>이 담고 있는 여러 사회 비판적 메시지, 그와 겹쳐 보이는 현실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한 것 같습니다.

일부 부작용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원작을 변주하는 놀이로 소비되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데도, 2차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의 폭력성을 모방하지 못하게 경계령이 내려졌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뜬 한국 콘텐츠(킹덤, 스위트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극적인 소재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다"는 건데요.

우리 콘텐츠가 잘나가는 건 좋은 일이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좁은 콘텐츠 다양성의 문이 더 좁아지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준흠 기자]

넷플릭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K-콘텐츠의 성과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인데요. 탈세, 수익 배분, 망 사용료 논쟁까지, 소재형 기자가 넷플릭스 논란을 짚어봅니다.

[메기? 황소개구리? 수익 독점·탈세 논란 넷플릭스 / 소재형 기자]

킹덤에 이어 DP와 오징어 게임까지.

세계시장을 향한 K 콘텐츠들의 질주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입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 시청자는 모두 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창출된 경제적 가치만 해도 우리 돈 1조 원에 육박합니다.

K 콘텐츠의 흥행에 발맞춰 그 독점 공급망 노릇을 한 넷플릭스의 주가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8월 초 500달러 초반 선이던 이 회사 주가는 국산 콘텐츠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 5일 600달러 중반 선까지 뛰었습니다.

하지만, 제작비를 댄 대신, 넷플릭스를 통해 제공된 드라마의 지적 재산권은 모두 넷플릭스 소유입니다.

제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투자금을 뺀 수익은 넷플릭스 독차지란 뜻입니다.

오징어 게임만 해도 제작사가 받은 투자는 2,140만 달러.

나머지 모든 수익은 넷플릭스에게만 돌아갑니다.

물론 국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던 작품들을 세계시장에서 빛을 보게 해주고 제작 관행을 개선했다는 점은 순기능입니다.

<김성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국내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작품들을 넷플릭스가 발굴해서 투자해준 거잖아요."

하지만 이미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입증된 K 콘텐츠의 역량이 거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옵니다.

<김성철 /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2, 3차 판권을 다 갖고 가는 형태가 되니까, 이게 장기화 되면 우리가 예속되는 형태로 가는 거죠."

한국에서 돈을 벌어도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은 4,100억여 원.

이 중 3,200억여 원이 미국 본사로 갔고 국내에 낸 법인세는 21억 원이었습니다.

세무조사를 받아 800억 원가량이 추징되기도 했습니다.

데이터 사용량이 엄청나다 보니 통신사들과는 망 사용료 분쟁도 진행 중인데, 넷플릭스는 모든 콘텐츠업체들이 망에 부담 없이 접근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무기로 내세웁니다.

<위정현 /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망 중립성은) 균등한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지 독과점적인 힘을 갖고 있는 플랫폼이 자기 마음대로 망의 대부분을 돈을 내지 않고 쓰라고 나온 이론이 아닙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발전을 자극하는 메기인지, 콘텐츠 산업을 먹어 치우는 황소개구리인지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연합뉴스TV 소재형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면서, '깐부'라는 말이 유명해졌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정치권에서도 깐부냐 아니냐를 논할 만큼 유행어가 됐는데, 긍정적 의미의 '연대'가 아니라 니 편 네 편을 가르는데 인용된다면 드라마의 비판 의식이 무색해질 겁니다.

<오징어 게임>에는 '깍두기'도 나옵니다. 몸이 약한 친구나 나이 어린 동생을 놀이에 끼워줄 때 깍두기로 정해서, 조금 못해도 봐주는 게 우리의 문화입니다.

코로나로 삶이 피폐해지고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피 튀기는 사회의 한복판에 선 우리들, 주위를 둘러보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 <오징어 게임>이 전하고 있는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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