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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머릿속 전원이 켜지자마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요 "

10-23 09:00

(서울=연합뉴스) "머릿속 전원이 켜지자마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요."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어떤 약도 듣지 않았던 36세 미국 여성 사라는 발병 5년 만에 비로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6월 두개골 일부를 제거하고 두피와 머리카락 사이에 이식한 성냥갑 크기 펄스 발생기(pulse generator) 덕분인데요.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부설 웨일 신경과학연구소 캐서린 스캔고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변형된 '뇌심부자극술'을 통한 우울증 치료 성공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뇌전증, 파킨슨병, 강박장애 등에 주로 이용되던 이 시술이 우울증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우울증의 경우 뇌의 정해진 부위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가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죠.

뇌 신경 활동 패턴을 읽어내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건드리면 우울감이 사라지는 특정 부위(신경회로)를 찾아낸 것이 주효했습니다.

즉, 장치 개량을 통해 사람마다 제각각인 신경회로에 대한 맞춤형 진단과 진료가 가능했던 것이죠.

우울증 평가척도도 이후 15개월 이상 정상·경도 단계로 지속돼 사실상 완치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인데요.

이 기기는 증상을 발현하는 특정 패턴을 인식할 때만 켜지고, 하루 최대 300회, 총 30분 동안 작동하는데 배터리는 최대 10년간 쓸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도 실렸죠.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먹는 약, 상담만으로도 상당수는 예후가 좋아지기에 수술로 전극을 삽입할 정도면 치료 저항성이 심각한 상태로 비슷한 상황인 이들에겐 희소식"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는 최근 각광 받는 3세대 치료제, 전자약(electroceuticals) 일종인데요.

전기, 빛, 초음파, 자기 등 자극을 기반으로 특정 부위나 표적 장기에 선택적 작용이 가능한 의료기기입니다.

약물 중독 같은 기존 의약품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요.

과거엔 배터리 충전, 교체가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요즘 무선 충전하거나 아예 배터리가 필요 없는 제품도 나와 반영구적 사용의 길이 열렸죠.

신경·정신질환은 사라의 경우 같은 체내삽입형보다는 미용실에서 열 파마하듯 뇌 바깥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비침습적 방식이 널리 쓰이는데요.

전자 패치로 뇌 신경을 자극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고치는 제품은 이미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마쳤습니다.

근래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등에도 효능이 속속 확인되고 있죠.

물론 증상의 일시적 완화가 아닌 질병 자체를 낫게 하는지, 난치성·만성 질환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데요.

석정호 교수는 "뇌 영역의 기능별 연결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직접 조절하는 전자약 개발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인간의 뇌에 초소형 칩을 심어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일이 현실화하는 셈인데요.

우리네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주는 '명약'이 상용화될 날을 기다려봅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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