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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목숨 건 탈출…사람 탈 자리도 없는데 굳이 동물까지 09-09 07:00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기 동물 150여 마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와 영국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나우자드' 대표 폴 파딩 씨.

엑소더스에 성공한 직후 국제사회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동료들은 뒤로 한 채 동물만 대동했기 때문이죠.

일간 가디언, BBC 등에 따르면 영국 해병으로 아프간 복무 경험이 있는 파딩 씨는 2006년 수도 카불에 동물보호소 나우자드를 설립, 운영해 왔는데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보호소 직원과 그 가족은 물론 유기견·유기묘까지 이끌고 탈출하는 일명 '노아의 방주 작전'을 구상했습니다.

"사람이 우선"이라며 이를 거부한 영국 국방부에 맞서 "동물은 화물칸에 싣겠다"며 전세기 이용 허가를 받아내고 소셜 펀딩으로 대여료도 마련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인명 구조를 방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아프간 내 영국인 구출 작전을 총괄한 벤 월리스 국방장관은 "새치기하기 위해 우리를 괴롭히는 바람에 절체절명의 순간 집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죠.

자기 직원이 못탔다면 영국군과 일했던 아프간인을 태우고 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아프간전 참전용사인 톰 투겐트하트 영국 하원 외무 특별위원장은 "나를 담당하던 통역사는 자신의 5살짜리 아들이 개보다 가치가 떨어지느냐 물었다"며 "개를 공항까지 호위하는데 수많은 병력이 지원된 반면 통역사 피붙이는 탈레반에 살해당할 것 같다"고 토로했죠.

이에 대해 파딩 씨는 스태프들을 빼놓고 온 게 아니라 카불 공항에 가는 길 폭탄 테러로 발이 묶인데다 비자 문제가 겹쳐 비행기를 놓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돌연 입국 비자가 찍힌 여권이 있어야만 공항에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는데 영국 당국으로부터 사증을 받으려면 수일이 걸리는지라 출국이 좌절됐다는 설명인데요.

파딩 씨는 "전세기가 이륙할 때까지 어떠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자국 정부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죠.

그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이번엔 카불 공항에 버려진 듯한 개들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개 한 마리씩 들어있는 이동장 여러 개가 공항 한편에 줄지어 놓인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며 급하게 철수하던 미군이 내팽개치고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이죠.

미 동물구호단체가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미 국방부는 "군견은 모두 철군했고 사진 속 개는 현지 동물구조단체 소관"이라며 관련 소문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단체 '카불 작은 동물구조' 대표인 미국인 샬럿 맥스웰-존슨 씨는 이 같은 펜타곤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미 군사전문매체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외부 업체 소속이긴 하지만 미군과 계약을 맺고 폭발물 탐지 훈련을 받은 뒤 주요 임무에 투입된 '사역견'인 만큼 군견과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현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아프간에서 오는 개의 입국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일단 예외 적용 신청을 해보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들을 캐나다로 보내 격리시킨다는 계획인데요.

이 단체는 또 동물을 데리고는 미군 수송기·전세기 둘다 탑승이 불가능해 사역견을 포함한 동물 약 250마리, 125명 넘는 단체 관계자가 공항에 갔지만 이 중 단 9명만이 출국 게이트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들의 활동을 최대한 도왔다는 미군 측 입장과 달리 '불필요한 적개심'을 느꼈다고도 폭로했는데요.

샬럿 씨는 "몇몇 지휘관은 '사람을 대피시키길 원한다. 인간보다 동물이 더 중하냐'는 식으로 말했다"며 "우리는 사람 대신 옮겨달라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같이 이동시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죠.

대표를 비롯해 아프간 현지에 남은 활동가들은 주인과 함께 항공기를 타지 못해 졸지에 유기 동물이 된 반려동물을 구조하고 있는데요.

"새끼 고양이는 화물칸 자리를 덜 차지한다"며 국제선 항공편이 다니게 될 경우 해외 입양 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하늘길이 열려도 센터 식구를 한번에 이송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제3국에서 동물까지 받아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일부에선 이처럼 방치된 동물을 아프간 밖으로 빼내려는 시도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요.

탈레반의 보복 대상 1순위는 미국 등 서방에 협조한 현지인이지 동물이나 동물을 돌본 외국인이 아닌 만큼 진짜 위험에 처한 이들도 못 빠져나온 판국에 동물까지 챙기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의견입니다.

'동물도 생지옥을 벗어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동물도 소중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 먼저'

이번 아프간 사태처럼 긴박한 상황 속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선 기자 김지효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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