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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당장 집 걱정은 덜었지만…진짜 홀로서기는 아직 진행 중 08-02 07:00

(서울=연합뉴스) 만 18세가 지나 보육원을 나와야 했던 아영은 알바비가 소득에 잡혀 기초생활수급비가 끊깁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같은 보육원 출신 경수는 무연고자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 사회로 내던져진 영화 '아이' 속 인물들은 보호종료아동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지난달 13일 정부는 아영과 같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가정위탁 중 일반위탁 보호 아동은 앞으로 본인이 원하면 살던 곳에 만 24세까지 머물 수 있는데요.

보호종료 후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자립 수당 월 30만 원은 이달부터 지급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500만 원 상당의 자립정착금도 상향 조정됩니다.

지난해 기초수급비를 합한 보호종료아동 월평균 소득은 127만 원으로 최저임금(179만 원)에 한참 못 미쳐 보증금,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실정이죠.

아동복지 관계자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만 18세는 민법상 미성년자로 전·월세 계약 시 법정대리인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엔 너무 어린 나이기 때문이죠.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돈을 제대로 쓸 줄 몰라 나쁜 유혹에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청소년 쉼터 등 140개가 넘는 여성가족부 소관 청소년 복지시설 출신 '가정 밖 청소년'은 빠져있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보호종료아동과 비슷한 처지임에도 관할 부처, 관련 법이 상이해 그동안 자립정착금은 물론 자립 수당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부터 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쉼터 거주 기간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서울에서는 단 2명만이 기준을 충족하는 등 '그림의 떡'에 가까운데요.

이마저 퇴소 후 3년만 지급되는지라 이제 5년까지 탈 수 있는 보호종료아동과는 여러모로 대비되죠.

이 때문에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박현동 경기북부청소년자립지원관장은 "법이나 조례 등이 아닌 그때그때 사업 형식으로 지원하다 보니 연속성, 체계가 없다"고 꼬집었는데요.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 보호에 있어 이원화된 관리 체제를 하나로 합쳐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복지지원법 일부개정안'은 가정 밖 청소년 주거권을 명문화한 미국, 영국처럼 국가·지자체에 청소년 복지시설 퇴소자를 뒷받침할 의무를 부여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신고 시설에 맡겨져 아예 통계조차 없는 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나아가 집단수용 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주문합니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역시 '가급적 모든 아동을 위해 가족 기반 돌봄을 확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한 바 있는데요.

일반 가정에서 자란 청년보다 3배 이상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다는 통계에서 보듯 성장기를 시설에서 보낸 보호종료아동 중 상당수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다만 청소년기 국내 입양이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운영 중인 가정위탁, 그룹홈 등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탈시설' 대안으로 꼽힙니다.

가정위탁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부모 대리 양육·친인척 위탁은 관련 교육을 이수한 봉사자가 부모 역할을 하는 일반위탁보다 환경이 열악할 확률이 높은 만큼 친족 중심 위탁을 벗어나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할 텐데요.

이윤경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센터장은 "존중받아 본 경험이 부족한데 집과 일자리만 주는 것은 반쪽짜리"라며 "곁에서 '실수해도 괜찮다'고 토닥이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이 보호 단계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해야만 연착륙도 가능한데요.

보호종료아동 자립 지원 기관을 8개에서 17개로 늘리고 전담 요원 120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지혜 교수는 "시설을 나오는 아동이 연간 2천500명에 달하고 해마다 누적되기 때문에 그 정도 인원으로는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멘토·롤모델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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