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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정작 목소리 내야할 때는 침묵…여가부 간판 내리는 게 맞나 07-17 08:00

(서울=연합뉴스)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꺼내든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에 유승민, 하태경 등 대권주자까지 가세하며 불을 지폈는데요.

이에 김경선 여가부 차관은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울컥했고, 여성단체 등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여성부는 있는데 남성부는 없다'는 댓글처럼 20대 남성 표심잡기 차원의 공약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그간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죠.

지난해 7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 요청이 나흘 만에 입장 표명 요건 10만 명을 넘겨 올해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는데요.

비록 이 안건은 폐기됐지만 여가부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지난 12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고 답했고 여성조차도 10명에 4명꼴로 폐지가 적절하다고 밝혔기 때문이죠.

2001년 여성부로 출범한 뒤 여성가족부, 여성부, 다시 여성가족부로 간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진데다 되레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지난 4월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제작한 동영상에 '남성 스스로 나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는 게 시민 의무'라는 내용이 담겨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했다'는 질타가 쏟아진 게 대표적입니다.

'군가산점제' 부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여가부가 "제대 군인 전체에 보편적 혜택을 주자"며 에둘러 반대한 것도 많은 군필자의 분노를 샀죠.

이러한 이유로 아예 부처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조직을 재정비해 존치해야 한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소관 사항 중 말 많고 탈 많은 분야는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초통령 게임'이라 불리는 마인크래프트 서비스 업체가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이용제한)를 준용, PC 버전을 성인만 살 수 있게 하면서 또 도마 위에 올랐죠.

최근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히기 전까진 셧다운제를 고수해온 데다 문화콘텐츠인 게임 관련 규제를 맡는 게 적절치 않다는 설명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이기에 관련 제재 등도 문체부가 관할하는 게 맞다"고 말했는데요.

한부모·다문화 가정, 학교밖청소년 등 취약계층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복지 전반을 아우르지 못한 데다 청소년 금연 캠페인 등은 타 부처 업무와 겹치고, 부처마다 여성 관련 자체 사업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이 와중에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미온적이었다는 질책이 큰데요.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정옥 장관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침묵했고, 그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여가부 무용론에 기름을 부은 이 사건 이후 김정재 의원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매우 잘못 대처'(48.0%) 등 부정적 응답이 68%에 달했죠.

향후 운영 방향도 '폐지 후 타 부처 편입'(44.2%), '권한·예산·조직 축소'(16.2%) 등 순이었는데요.

부처를 만들었다가 없애기는 쉽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폐지론에 맞서는 등 같은 당에서도 이의가 제기되는데요.

여가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폭력 문제를 전담할 부처는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영애 장관은 지난 14일 '양육비 이행법' 등 그간 성과를 열거하며 "여가부가 없다면 누가 이런 정책을 추동하고 관심 갖겠냐"고 반문했죠.

실제로 여가부는 의료·상담 등을 원스톱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 등 성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 중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발전적 논의를 위해 성별 대결 구도나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존폐를 논하기에 앞서 설립 20년이 지난 현시점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노력이 먼저라는 것이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젠더를 대변하는 부처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요구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아프리카 지역 여성정책 추진 기구 명칭에 '양성평등'을 넣는 빈도가 증가했다고 소개하며 우리도 여가부 이름을 변경하고 양성을 고려한 정책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죠.

여가부도 여성을 앞세운 현재 명칭을 '양성평등부'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젠더폭력방지기본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조직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 생각이 대체로 일치하지만 지금처럼 '부'로 놔둬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부 형태 유지론자 측은 그 근거로 해외 사례를 들고 있는데요.

유엔여성기구에 따르면 장관급 부처명에 '여성'만 들어간 나라는 뉴질랜드 등 소수지만 젠더·성평등까지 범위를 넓히면 97개국으로 적지 않다는 것이죠.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각 부처 정책의 성주류화(성평등 이념을 전 부분에 걸쳐 관철)에 개입하려면 예산과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가부를 생애주기별 돌봄을 담당하는 '성평등돌봄부'로 개편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몸집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관점도 있는데요.

정재훈 교수는 여가부를 없애는 대신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 기구인 '성평등위원회'를 신설, 정책 관리감독과 부처 간 업무 조율을 맡길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 교수는 "아이돌보미, 어린이집, 유치원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능을 떼어내 하나로 묶는 로드맵을 통해 통폐합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도 "여가부는 상징적 성격이 강한 부처인 만큼 위원회 형식으로 가되, 청소년 관련과는 복지부로 보낸다든지 하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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