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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하루종일 쓸고 닦기만 하는데 묘하게 중독성 있네 07-07 07:00

(서울=연합뉴스) 전기밥솥을 열어 뚜껑과 내솥을 닦고 아침 식사를 담았던 그릇을 씻어냅니다.

7년 차 주부이자 살림 유튜버 '하미마미'가 말없이 부엌을 뒷정리하는 영상은 500만 명 이상 시청했는데 지구 반대편에서도 '힐링 된다' 등 댓글이 달립니다.

일명 '쓰레기집'를 치우는 유튜버 등 대청소 전후 극명히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쾌감을 선사하는 채널도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같이 청소해요'(clean with me) 콘텐츠가 전 세계적 대세인데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초기인 작년 3월부터 국내 '청소' 검색량이 증가 추세를 보였고 같은 해 6월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죠.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곳곳을 쓸고 닦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올해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재택근무를 통해 절약한 출퇴근 시간을 빨래·청소 등에 할애한다는 응답(41.1%)이 2위를 차지했죠.

청소 열풍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우선 주변에 대한 통제감 회복을 꼽습니다.

미국 심리학자인 알리시아 클라크 박사는 "불안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컨트롤 가능한 뭔가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활동상 제약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분석인데 실제 청소 같은 반복 행동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강동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블루에 대한 방어 기제로서 청소에 몰입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손에 잡히는 대상을 질서 있게 정리·정돈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좁고 폐쇄되고 지저분한 곳에선 답답하거나 억압된 느낌이 들고 무력감·우울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버릴 것을 버리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심리적 공간도 넓혀준다"고 짚었습니다.

일상을 찬찬히 돌아보는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 전부터 나타난 미니멀리즘 추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클러터: 깔끔하지 않은 역사' 저자 제니퍼 하워드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물건·공간을 재평가해 가치를 되새길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봤는데요.

관련 연구 중인 다니엘레 마트라스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사회적 피드백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며 미니멀리즘 수용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학생 김세림(23) 씨 역시 "애정을 갖고 사 모은 물건이 불필요한 짐이라는 걸 깨닫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고 고백했죠.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집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 '홈 루덴스'(Home Ludens)가 생길 만큼 사무실 겸 취미활동 장소로 기능이 확대되면서 이를 재단장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진 거죠.

이 같은 경향은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 클리닝협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5%가 앞으로도 지금만큼의 청결도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죠.

그간 저평가된 가사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담장 밖으로 영역을 넓혀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도 등장했습니다.

산책이나 조깅, 등산 중 '쓰줍'(쓰레기 줍기)을 하면서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는 '플로깅'(Plogging)이 대표적인데요.

30대 직장인 정수진 씨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면서 눈에 띄는 쓰레기를 수거하게 됐다"며 "관련 이벤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팔로워들이 참여 방법을 묻는 등 소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습니다.

근래 사회공헌 사업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도 임직원이 동참하는 플로깅 행사를 진행,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요.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기며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 코로나 시국이 불러온 새로운 풍경입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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