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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신분증 달라면 별점 테러" 10대 커플 방 빌려도 속수무책 07-04 08:00

(서울=연합뉴스) 광고를 통해 잘 알려진 한 숙박업 중개거래 플랫폼(숙박앱)에 접속해 마음에 드는 숙소를 클릭합니다.

그리곤 '숙박·대실 예약하기' 버튼을 누른 후 원하는 날짜나 시간을 선택.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숙박 예약이 완료됩니다.

쉽고 빠른 예약이 가능해 최근엔 '야놀자', '여기어때' 등의 숙박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숙박앱이 청소년 '혼숙'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숙박업을 하는 업주가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 남녀 혼숙 우려가 있을 경우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요.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청소년 또래 간 폭행 사건이나 각종 성범죄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만큼 이들 출입에 대해선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숙박앱 회원가입 절차에 성인인증 절차는 따로 없습니다.

또 예약 과정에서도 '미성년자의 혼숙 예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입실 거부에 대해선 취소·환불이 불가'하니 '해당 업소에 직접 확인'하라는 문구만 적혀있을 뿐이죠.

결국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숙박업소 출입을 제재하는 방법은 업소 직원이 입실하는 고객 나이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분증을 확인할 경우 고객 재방문율이 떨어지거나 숙박앱 상 '별점 테러' 우려가 있어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인데요.

김만진 전국숙박업주 커뮤니티 '모텔은 아무나 하나' 부운영자는 "23~24살 정도 돼도 조금 어려 보이는 손님들이 있다"며 "(신분증 확인을 요청했을 때) 시비가 생기거나, 손님이 별점 1점을 주며 장문의 후기를 달아놓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청소년 대상으로 유흥업소에서 술을 파는 행위의 단속과 다르게 숙박 단계에서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숙박한 이후에도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 확인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법 시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숙박앱에서 입실 시 신분증 지참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어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손님들도 있는데요.

청소년 혼숙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는 업주들은 불안감에 신분증 확인이 어려운 손님들을 그냥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숙박업소 상주 직원이 교대나 객실 점검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출입하거나, 시차를 두고 남녀가 따로 출입하는 등의 수법으로 일어나는 청소년들 출입을 철저히 관리하기 힘들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숙박앱에 가입한 중소 숙박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애로 실태조사'에선 '미성년자 혼숙 예약'으로 인한 고충이 49.6%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숙박앱 측은 현행법상 청소년의 숙박이 아닌 혼숙이 금지되는 것이라며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둘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앱에서 숙박업소 예약뿐 아니라 레저, 물놀이 등 다른 시설 이용권도 판매하고 있어 연령대 제한을 두긴 힘들다는 입장이죠.

그뿐 아니라 온라인 예약 특성상 예약자와 실제 이용자가 다를 수 있어 연령 제한이 청소년 혼숙을 방지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고 주장합니다.

야놀자 관계자는 "앱에서 미성년자를 판단하려면 주민등록번호 수집 또는 실명인증이 돼야 하는데 온라인 예약 서비스 특성상 숙박 예약자와 투숙하는 이용자가 다를 수 있다"며 "또한 개인정보 수집 최소 원칙에 따라 사용자와 관련한 최소한의 정보만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업주들은 예약은 앱에서 했는데 법적인 책임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며 숙박앱 측에 성인인증 시스템 도입 등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출입을 관리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약 1만7천 명이 속한 '모아하'(모텔은 아무나 하나)는 한 숙박앱 본사 앞에서 청소년 혼숙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죠.

김만진 부운영자는 "법적으로 미성년자가 모텔에 가지 못하는 건 아니니 청소년이 앱에서 예약할 때 '청소년'이라고 표시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청소년들의 숙박업소 이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이용을 위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그걸 막아버리면 풍선효과로 또 다른 데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청소년이 숙박업소를 예약할 땐 적어도 청소년이란 걸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최소한 청소년이 맞는지, 그곳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몇 명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개인정보를 업주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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