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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이제 남은 건 4년…여차하면 문 닫겠다는 민사고 앞날은 06-24 07:00

(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 유산 100억 원이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에 전달됐습니다.

장남인 정몽진 KCC 회장도 사재 30억 원을 출연, 매년 20명씩 3년간 후원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민사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경우 추가지원도 약속했습니다.

기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는 2025년 일반고 전환을 앞둔 강원도 횡성 민사고가 또 한 번 화제가 됐습니다.

민사고는 2019년 자사고 재지정 심의를 통과했지만, 교육부 방침에 따라 다른 자사고들과 일제히 일반고로 바뀔 예정입니다.

학교 측은 대안학교나 영재학교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협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데요.

급기야 최근 자사고가 아니라면 스스로 문을 닫는 편을 택하겠다고 선언했죠.

'자진 폐교'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며 일반고가 되면 전국단위 신입생 선발은 물론 재원 조달도 불가능해져 기존 교육방식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학교법인인 민족주체학원 이창규 법인사무국장은 "선생님 73명이 학생 464명을 맡고 있는데 일반고 수준 재정 지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졸업생들도 서운하기는 마찬가지.

국내반 졸업자 A씨는 "자율적이고 깊이 있는 배움을 열망하는 학생은 아쉬울 것"이라고 토로했고, 국제반을 다녔던 B씨도 "모교가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단점을 보완해 공교육으로 이 모델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죠.

민사고를 지금처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는데요.

자사고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남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타 자사고와 동일선상에 놓는 건 맞지 않다는 게 수호론자 측 입장.

1996년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세운 민사고는 석·박사급 교사들이 발표·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교과교실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 교육 롤모델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개교 25년을 맞은 현재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를 비롯한 이 학교 출신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거셉니다.

일반고를 민사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미미한 반면, 교육의 하향평준화만 야기하는 처사라는 건데요.

해외 유학 수요 대체, 지역 균형 발전 기여 등 긍정적 효과를 부인할 수 없는 데다, 민사고 등이 사라지면 되레 강남 쏠림 현상 등 '일반고 서열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민사고도 자사고 중 하나인 만큼 정부 정책에 따르거나 대안학교처럼 비인가 교육시설로 돌리라고 반박합니다.

2004년 모기업이 매각되기 전까진 재학생 전원이 무상교육을 받았지만, 이제 기숙사비를 포함한 학비가 연 2천800만 원에 달하는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요.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자사고가 아니면 학생이 안 온다는 건 교육과정에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라며 "특색 있는 커리큘럼으로 지탱해 왔지, 자사고여서 성장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민사고만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공산도 큰데요.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민사고 정도 학교는 남겨두는 게 좋은데 다른 자사고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고 정원 확보에 영향을 미치는 인근 중학교 수, 해당 재단의 재정적 여건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사고 존폐를 논하기 전에 자사고가 그간 제대로 운영됐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당국이 일반고 일괄 전환 사유로 꼽은 자사고 설립 취지 훼손 등 여부에 대해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2012년 자사고 모델 확대 도입 이후 우후죽순 늘어난 자사고 중 간판만 바꿨을 뿐 당초 지정 목적인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구현할만한 역량이 부족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죠.

민사고의 경우 '민족 주체성·영재 교육을 통한 지도자 양성'을 건학 이념 및 교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졸업생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입학생을 얼마나 다양한 계층에서 받아들이려 노력했는지 등을 평가해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과학고, 영재고 등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인문계 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사고는 물론 외고, 국제고까지 없어진다면 인문계 진학을 원하는 중학생들의 선택지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인문·사회계열 엘리트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며 "최상위권 문과생들이 갈 수 있는 학교를 최소 과학고 비율만큼 남겨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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