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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안개 낀듯 뿌예진 유리창…동네 편의점에 무슨 일이 06-16 07:00

(서울=연합뉴스) 각종 회사와 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구 거리.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이곳의 편의점 유리창들이 하나 같이 안개 낀 듯 뿌옇습니다.

매장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유리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여놓은 건데요.

이는 보건복지부가 7월부터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담배소매점 내부 담배 광고들에 대한 단속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 시행령은 '소매인의 영업소 내부 광고'를 허용합니다.

단 '영업소 외부에 광고 내용이 보이게 전시 또는 부착하는 경우엔 담배 광고를 할 수 없다'는 조건이 있죠.

해당 규정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 시정 명령 불이행 시 1년 이내 영업 정지 처분까지 가능한데요.

하지만 그간 대부분 편의점은 이를 지키지 않은 채 투명한 유리창을 유지해왔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9년 전국 50개 대학 내·주변 담배 소매점을 모니터링한 결과, 내부에 설치된 담배광고가 외부에서 보이는 경우가 77.4%(전체 601곳 중 465곳)에 달했습니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전체 425곳 중 395곳(92.9%)에서 매장 내 담배 광고가 외부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죠.

이같이 수년째 계속되는 담배 광고의 불법 외부 노출에 보건복지부가 적극적 지도·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반투명 시트지 부착뿐 아니라 담배 광고물의 위치·크기 조정, 가림막 설치, 조명 광고물의 전원 차단 등 여러 시정조치 중 하나를 담배 소매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로도 외부 노출이 차단되지 않을 경우 담배 광고물을 아예 제거하도록 했죠.

하지만 이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선 '담배 광고판 보고 담배 사러 가는 줄 아는 건가', '저러면 새벽 시간대에 위험할 것 같다' 등 실효성 없는 규제란 반응이 나왔죠.

대학생 나모 씨는 "흡연자 입장에서 담배 광고를 거의 신경 안 쓰는데 비흡연자 중 밖에서 편의점 광고를 보고 '담배 피우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당사자인 편의점 업주 사이에서도 매출 감소, 안전 문제 등 우려가 적지 않은데요.

지난달엔 '편의점 담배광고 규제계획 철폐해 주세요'란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죠.

청원인은 '힘들게 버티는 편의점주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담배 외 매출 감소 등의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심준수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다른 상품이 보이는 효과도 있어 매출 감소 요건이 될 수 있고 밖에 진열해놓은 상품의 '로스'(loss·손실)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또 밖에서 여러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데 점포 내부에선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편의점 내부를 가릴 경우 다른 상품 노출 효과까지 줄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담배뿐 아니라 각종 음식부터 생필품을 파는 곳인데 다른 상품의 노출 효과가 저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데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 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죠.

실제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범죄예방 설계 가이드라인'에는 편의점 창문이나 출입구에 내·외부로의 시선을 감소시키는 필름, 광고물 등을 부착하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시트지로 매장 내부가 보이지 않게 되면 대부분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근무자가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범죄예방 중 가장 쉽고 효과적인 것이 감시기능 강화"라며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이 사람의 눈인데, 편의점 내부를 들여다보고 감시하는 기능을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또한 매장 주변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안에서 밖이 잘 보이지 않아 즉각적인 신고나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편의점은 학대·실종 아동 혹은 각종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일종의 '피신처'로 기능해왔는데 그 역할이 취약해질 수 있단 것입니다.

또 다른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네 편의점이나 약국 등은 응급하거나 위험 상황에 놓인 사람의 피신처 역할도 한다"며 "경찰 지구대, 파출소와 연계해 아동 등 위험한 이들을 도와주는 공간도 돼 외부가 안 보이면 그런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규제가 편의점들의 자유로운 상업행위를 과하게 방해한단 견해도 있지만, 편의점 밖에서도 흘끔흘끔 보이는 담배 광고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겐 유해할 수 있어 그 노출을 줄이는 방향이 적절하단 반론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고를 무의식적으로 봐도 우리 기억 속에 주입된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계층, 연령에 광고가 반복적으로 축적돼 담배를 친숙하게 느끼고 피우고자 하는 욕구로 나타날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준수 사무국장은 "진열장, 계산대 등 매장 내 담배 광고물 개수가 많은데, 사실 매장 안에 들어오는 손님을 위한 광고"라며 "외부에서 보이는 걸 단속할 게 아니라 내부 광고물 개수 조정 등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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