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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 무방부제 내세운 사료의 배신, 반려동물 먹거리가 위험하다 03-29 10:22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반려동물 양육인구 1천400만명 시대가 됐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가족과 같은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 먹을거리가 건강하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기도 구리시에 살고 있는 이혜림 씨는 2개월 된 푸들 강아지를 입양했다. 입양 후 얼마 안 돼 피부병이 생겼다.

이씨에 따르면 어느 순간부터 반려견이 귀 긁는 증상이 심해 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 소견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사료를 좀 더 신경 써서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프리미엄 사료라는 제품군이 있어 그것들을 먹였다.

이씨는 어느 날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접하게 됐다. 반려견에게 먹이던 사료에 방부제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사료에는 일단 방부제가 없었다고 했고 (반려견이) 알레르기가 있으니까 더 신경 써서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방부제가 나와 황당했다"며 "그 얘기 듣고 바로 사료를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녹소연이 충남대학교 농업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오픈 마켓 상위 7곳(쿠팡, 11번가, 위메프, 옥션, 티몬, G마켓, 인터파크)에 '프리미엄 사료'라는 키워드 검색으로 나오는 32개 사료를 대상으로 성분 검사를 의뢰했던 실험이다. 그 결과 무방부제라고 표시된 반려동물 프리미엄 사료 상당수에 합성보존료, 방부제가 들어 있었다.

녹소연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사료 32개에서 제품 패키지, 라벨, 홈페이지 및 광고 홍보 문구에서 '무방부제(무보존료)'를 내세운 제품은 16개다. 그중 12개에서 방부제가 실제로 검출됐다. 이는 무방부제 홍보 사료의 75%에 해당하는 수치며, 사료관리법 제 13조 2항, 표시광고법 제2조, 제3조에 위반되는 사안이다.

또한 전체 사료 32개 중 25개 제품에서 합성보존료가 검출됐다.

방부제 미표기 업체 담당자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주원료 같은 경우에 사료관리법 상으로 'carry-over(이행)'라 해서 주로 동물성원료를 쓴다. 따라서 BHA(산화방지제)같은 성분들이 대부분 업체로서는 조금씩 안 들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행 사료관리법의 보존료 포함 표기 예외조항이 있다는 말이다. 이 내용대로라면 사실상 방부제 표기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또한 방부제 미표기 업체들은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는 일부 업체가 제품 포장이나 광고 문구에 무방부제를 당당하게 내세웠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사료관리법상에는 표시사항을 거짓으로 표시하면 안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국가지정 자격을 갖춘 조사기관을 통해 기준에 따른 검출결과에 문제가 있어야만 법적처벌이 가능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사료 원재료에서 방부제가 나오는 경우는 어떨까? 일부 위반 업체는 허용범위 이내라면 법규상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무방부제 표기 위반업체 관계자는 "carry-over(이행)라고 해 가지고 우리가 넣은 건 아니고 원료에 일부 들어갔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그것 외에는 특별히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료관리법 제13조 제2항이나 표시광고법 제3조에 따라 보존제가 검출됨에도 "무방부제" 등의 표시나 광고를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직접적으로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 즉, 소비자의 알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다.

은지현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원재료에서 합성보존료가 검출됐는데 책임소재를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며 "방부제를 원재료에 넣은 경우와 만들면서 넣은 경우는 명확한 책임 규명이 모호할 수 있어 법규의 예외조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시장규모만 해도 연간 8천여억 원으로 추정될 만큼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정보 왜곡을 막기 위한 제품의 안전 기준과 표시사항 규제 등 법적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반려동물 전문 유튜브 채널 '루루언니'를 운영하고 있는 최예림 수의사는 "합성보존료는 발암물질 논란이 있어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예민한 물질이다"며 "(이런 물질은) 펫푸드에서도 주의 있는 사용이 필요하고 만약 사용한다면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줘야 하며 현재 법적 테두리 안에서 만이라도 사료 회사들이 철저하게 표시광고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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