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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이런 계약은 우리가 손해" 작가는 좋다는데 출판사는 왜 03-05 08:00

(서울=연합뉴스) "정부 표준계약서로 공정한 출판 분야 생태계 만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 분야 정부 표준계약서 10종의 제·개정안을 확정·고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표준계약서는 전자출판과 오디오북 출간 등 최근 출판환경에 맞춰 기존 표준계약서 내용을 보완하고 계약당사자 간 공정 계약 조항 등을 신설한 것입니다.

문체부는 이 표준계약서가 저작자와 출판업계 등 출판 분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런데 이런 설명과 달리 출판계가 정부 표준계약서 내용에 강한 불만을 표해 논란입니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달 25일 문체부 발표에 대해 "동의하거나 수용한 바 없다"고 반박했는데요.

출협은 성명을 통해 "출판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출판사에 불리한 조항으로 이뤄진 편향된 계약서이므로 표준계약서 강제 사용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성명에는 "출판계 표준계약서에 대한 문체부의 근거 없는 비판을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끕니다.

문체부와 출판계 입장이 이렇게 갈리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 표준계약서를 둘러싼 문체부와 출판계 갈등 문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해당사자가 또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저작물을 두고 출판사와 계약서를 주고받는 작가들입니다.

문체부가 정부 표준계약서를 세상에 내놓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1월 작가들 사이에는 이미 표준계약서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된 표준계약서는 정부가 아니라 출판계에서 만든 '통합 표준계약서'였습니다.

출협은 1월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 제정 발표식을 열고 "출판계가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아 표준계약서를 최초로 만들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런데 이 통합 표준계약서는 발표되자마자 "강화도 조약보다 더 불공정한 내용"이라고 비판받으며 작가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출판계가 만든 통합 표준계약서에서 작가들이 문제로 삼은 내용은 주로 너무 긴 계약기간과 2차 저작권을 출판사에 위임하는 것 등인데요.

한국작가회의는 통합 표준계약서가 '출판권의 존속기간'을 기존에 통용된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놓음으로써 계약조건의 변경이나 계약 해지에 대한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약한다고 지적했죠.

어린이청소년책 작가연대 역시 출판계가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출판사에 위임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불공정 계약'을 문체부 고시를 앞둔 시기에 기습 발표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반면 정부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을 저작권자와 출판사가 합의로 정하도록 공란으로 뒀으며, 2차 저작물 작성권이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실제 지난해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은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됐지만 백 작가는 2차 콘텐츠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해 논란이 됐는데요. 과거 저작권을 출판사에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 계약'을 한 백 작가는 출판사와 2차 콘텐츠 생산자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습니다.

그러나 출판계는 정부 표준계약서가 '출판사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이뤄진 편향된 계약서'라고 주장하며 정부 및 작가단체와 맞섰습니다.

또한 문체부가 정부 표준계약서를 발표하면서 "출판계 단체에서 저작자 권익 보호에 다소 미흡한 내용으로 별도의 자체 계약서를 발표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한 내용에도 반발했죠.

게다가 문체부는 "정부 표준계약서의 신속한 정착으로 공정한 출판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각종 정부 지원사업 요건으로 정부 표준계약서 사용을 추가했는데요.

출협은 "단 몇백만 원의 지원금에 울고 웃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출판인들에게 문체부의 이런 지침은 선택의 여지 없이 따라야 하는 명령"이라며 "민간의 자유로운 계약 체결을 공공기관이 근거 없이 방해하는 일"을 멈추라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출판계가 마련한 표준계약서에는 작가들이 반발하고,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는 출판계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선 상황인데요.

이 같은 논란을 넘어 작가와 출판계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 다수가 납득할 만한 저작물 계약 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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