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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또 어묵과 떡볶이라니" 선거철 정치인의 씁쓸한 '먹방' 01-29 08:00

(서울=연합뉴스) 오는 4월 7일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최근 여야 각 당은 이 보궐선거의 '예선전' 격인 당내 경선 일정에 돌입했는데요.

서울특별시 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의 행보에 많은 국민의 눈길이 쏠렸죠.

그런데 예비 후보 정치인들이 경선 일정 초반 앞다퉈 방문한 장소가 여야를 막론하고 비슷해 눈길을 끕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

이들은 지난 23일 이낙연 당 대표의 남대문 시장 방문에 동행해 상인들을 만나고 함께 어묵을 먹었습니다.

같은 날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영등포구 재래시장을 찾았습니다.

나 전 의원은 시장 방문 중 호떡을 사 먹었고 수많은 언론이 이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도했죠.

이들이 시장을 찾아 음식만 먹은 건 아니지만 유력 정치인들이 어묵과 호떡 등 소박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유독 주목을 받은 겁니다.

그러자 일각에선 이것이 선거철 혹은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라며 피로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지난 23일 SNS에 "우리나라 정치인은 선거 때 시장에 가서 떡볶이·어묵 등을 먹고 언론은 이를 보도하는데 외국에서도 이러는지 궁금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황 씨는 다음날 "정치인의 먹방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 좀 더 섬세한 연출로 시민이 '또 어묵이야?', '또 떡볶이야?' 하며 짜증을 내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죠.

선거철마다 수많은 정치인의 소탈한 식성은 화제가 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민주당 대표 시절 서울 장위시장에서 만두와 어묵 등을 먹는 '먹방'(먹는 방송) 투어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렸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7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국밥집 TV 광고'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서민에게 친근한 음식을 먹으며 대중과 소통하려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정치인들만 하는 일은 아닙니다.

해외 유력 정치인들도 이른바 '서민 음식'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시도를 자주 하는데요.

문제는 가끔 이것이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6년 KFC 치킨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방식과 달리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모습을 연출해 비웃음을 샀습니다.

2018년에는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가 호주의 서민 음식인 고기파이를 나이프로 썰어 먹는 모습을 공개했다가 SNS에서 '파이게이트'(#piegate)라는 조롱을 받았죠.

이처럼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보이려던 모습이 억지스럽거나 현실 상황과 맞지 않을 때 정치인의 먹방은 역풍을 맞는데요.

최근 이어진 보궐선거 경선 후보들의 시장 먹방 사진에도 "코로나 시국에 뭐 하는 거냐", "보여주기보다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전통시장에서 어묵과 호떡 등 주전부리를 먹으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정치인들.

선거철이나 명절에 틀에 박힌 듯한 먹방을 하지 말고, 평소 민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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