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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기분 나쁘지 말입니다…장교가 부사관에 반말하면 실례일까 01-29 07:00

(서울=연합뉴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주임원사들.

육군 내 최선임 부사관인 이들은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발언은 지난해 12월 남 총장이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 주임원사들과 한 화상회의에서 나왔는데요.

남 총장은 당시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군 내부 사안이 외부 기관의 진정으로 이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일.

일선 부대에서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인지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데요.

군 당국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육군은 "반말을 당연하게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계급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자는 취지"라며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강필수 신임 육군 주임원사도 "지휘관이 부대를 안정적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임무와 육군에 변함없이 충성을 다하겠다"며 장교와의 마찰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시사했는데요.

일각에선 이번 일을 두고 심각한 군 기강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진정을 넣은 주임원사들을 엄중히 징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죠.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최근 각급 부대에서 하극상이 잇따르는 상황을 우려한 말이었다며 남 총장을 두둔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육군 모 부대 부사관들이 위관급 남성 장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충격을 줬죠.

굳이 범죄로 비화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기싸움'은 군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만큼 아주 드문 일은 아닙니다.

장교의 경우 소속 부대가 자주 바뀌지만 부사관은 대부분 한번 배치받은 부대에 10년 이상 머무른다는 점에서 길들이기, 텃세 등 알력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인데요.

특히 나이가 지긋한 부사관과 신임 장교의 충돌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정재극 연성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어 최적의 방법을 알고 있는 현직 부사관에게 초임 장교가 배운 대로 소위 '교본'을 들이대다 보니 못마땅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센터장은 "장유유서 같은 유교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며 "특히 과거엔 계급을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다 보니 잡음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군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하면서도 군 조직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국방부 훈령에 장교·부사관 간 상하관계, 복종·존중 의무를 더 분명히 적고 군별로 부사관 고유 영역을 규정하는 등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신 의원은 "원사는 부대 통찰관, 상사는 행정 안전관 식으로 계급별 책임과 직책별 역할을 부여한다면 자신의 직무에 보람을 느끼고 장교단과도 더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상명하복 등 위계질서는 엄격히 지키되 부사관의 경험과 연륜을 존중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육사 생도 훈련부사관 보직에 원사가 배치되는 등 부사관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는데요.

2018년 인권위 설문조사 결과 장교는 83%가 부사관에 대한 차별 대우가 없었다고 응답했지만, 남자 부사관 33%, 여자 부사관 44%가 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하는 등 온도 차가 여전한 것도 현실입니다.

존댓말, 반말 사용 여부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기 쉬운 만큼 군대 내 상·하급자 간 언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

양 센터장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지시할 때 쓰는 어미 때문에 서로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교와 부사관이 모두 수긍할 만한 '∼요체','∼다체' ,'∼습니다체' 등을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간부 집단 간 해묵은 갈등을 슬기롭게 풀기 위해 정례 간담회 등 소통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두 집단이 열린 공간에서 상시로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없는 게 아쉽다"며 "우리 군이 병영을 건전하게 이끌려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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