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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미성년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 주인공으로 만들다니…" 01-18 08:00

(서울=연합뉴스) "수많은 남자 연예인이 '알페스' 문화를 통해 성적 대상화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은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죠.

이 글에서 문제 삼은 알페스는 '리어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를 우리말 발음으로 읽은 용어로, 실존 인물들을 동성 커플로 등장시켜 만든 가상의 이야기나 그림을 말합니다.

아이돌 그룹의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는 알페스가 일반적입니다.

최근 한 래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페스 문화가 아직 어린 아이돌 가수들을 성적 대상화 한다고 공론화 했죠.

이 래퍼는 "알페스가 가학·변태성욕적인 것이 상당수"라며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이 주를 이룬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국민청원글 게시 이후 알페스 논란이 점점 번지면서 SNS 등에서는 팬덤 문화를 둘러싼 남녀 대결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알페스는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과거 PC통신 시절부터 유행했던 이른바 '팬픽션'(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으로 일종의 팬 놀이문화라는 주장도 나오죠.

2016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방송 중 해당 프로그램 작가가 중학교 때 썼던 무한도전 팬픽이 소개됐을 정도로 팬픽이나 알페스는 대상의 직업을 불문하고 팬덤 문화에 널리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페스를 'N번방'에 견주어 문제화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부 여성과 아이돌 팬덤이 반발하는 겁니다.

또한 여자 아이돌의 얼굴 등을 포르노에 합성해 유포하는 '딥페이크' 문제는 방관하다가 남자 아이돌 대상의 알페스만 논란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딥페이크 탐지 기술업체 딥트레이스에 따르면 2019년 1만4천698개의 딥페이크 영상을 발견했고, K팝 여자 아이돌을 합성한 포르노 비율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죠.

이런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게시 사흘만인 15일 36만2천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성(性)적인 코드가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팬픽이나 알페스 역시 성희롱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2013년 서울시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 표현물을 접해 본 여자 고등학생의 경우 가장 많이 본 장르가 '팬픽/야오이'였을 정도로 팬픽이나 알페스를 소비하는 계층조차 이를 성적 표현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죠.

연예인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상의 성적 대상으로 널리 소비되고 소속사나 본인이 팬덤을 대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팬덤이 만든 '가상 커플'이 인기를 끌면 해당 연예인이 소속된 그룹의 인기가 오르거나 관련 상품이 더 많이 소비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알페스를 금지할 경우 연예인과 그 소속사가 더 손해를 입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알페스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이런 행태가 "소비 권력을 통해 피해자의 약점을 쥐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아이돌 가수 대다수가 10대에서 20대의 어린 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알페스가 연예인 본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죠.

일각에서 팬덤 문화의 하나로 받아들여질 만큼 널리 퍼진 알페스.

아직 어린 연예인을 대상으로 성적인 상상을 더해 만든 창작물을 유포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인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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