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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여성공무원 절반 넘었는데…계속 남성만 숙직하는 건 역차별? 12-27 08:00

(서울=연합뉴스) "이젠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야간 숙직 업무에 참여해야 한다."

지난달 대구시청 소속 남성 공무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입니다.

교육지원과에 근무하는 장재형 주무관이 대구시장을 상대로 이 같은 진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구시는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을 새우는 숙직에는 남성 공무원만 투입하고 주말과 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은 여성 공무원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근무방식이 규정으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관행처럼 실시해왔는데요.

양성평등기본법 3조에 입각, 진정한 양성평등의 의미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장 주무관의 주장입니다.

장 주무관은 "숙직은 여성 공무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업무강도"라며 "예전과는 달라진 성비를 고려해 여성도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는데요.

정년퇴직하는 남성과 신입 여성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남성이 숙직을 전담하다 보니 당번이 돌아오는 주기가 짧아져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지자체는 이미 변하고 있는데요.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야간당직을 여성 공무원까지 확대했고, 울산시 울주군, 경기도 안산시 등도 차례로 여성 공무원 숙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여성가족부 등 일부 정부 부처 역시 여성 공무원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숙직 순번에 포함돼 있는데요.

대구시도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50.8%로 절반을 넘긴 상황.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수 역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공직 사회에서 여성의 위성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계속될 전망인데요.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시작된 변화가 민간 기업에까지 영향을 줄지도 관심을 끕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리천장이 이전과 비교해 상당 부분 사라진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남녀 간 역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성이 밤샘 당직을 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사실.

대구시 직원 익명 토론방에 여성 공무원 숙직을 반대하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죠.

앞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일부 지자체는 여성 가운데 지원자가 없어 결국 남성이 도로 도맡아야 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성별에 따라 분류해 온 업무 기준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합니다.

기계적 양성평등, 성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폭넓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인데요.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노동문화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개편돼 왔기 때문에 숙직 역시 주로 남성이 맡아 온 것"이라며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 여성이 힘든 일을 기피하고 이기적이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제도 시행에 앞서 내부 공감대가 있었기에 연착륙이 가능했다는 평가.

자유게시판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응답자의 63%(남성 66%·여성 53%)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근무규칙을 바꿨는데요.

임신부뿐 아니라 만 5세 이하 양육자, 미성년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은 남녀 불문 당직 근무에서 빠질 수 있도록 기준을 다듬었습니다.

여성에게 밤 근무 맡기려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필수.

기혼 여성은 여전히 가정 내에서 가사, 육아 등 돌봄 노동의 부담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인데요.

이상민 교수는 "고용과 승진, 임금에서 남녀 간 격차가 발생하는 등 차별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여성 임원 확대, 육아휴직 보장 등 제도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숙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공공기관의 숙직 업무는 야간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 응대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요즘 숙직실에서 하는 '5분 대기조' 형태의 밤샘이 꼭 필요한지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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