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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특보] 사망·위중설까지 돌았는데…보란듯 웃으며 등장한 김정은

05-02 16:32

<출연 : 강민경 연합뉴스TV 정치부 기자>

[앵커]

한때 사망설까지 돌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잠행을 마치고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꼿꼿이 서서 비료공장 테이프를 직접 자르는 모습 등이 담겼는데, 딱히 건강 이상이 눈에 띄지는 않았습니다. 외교안보 분야 취재하고 있는 강민경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강 기자 어서 오세요. 김정은 위원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네요. 일단 건재한 모습이었다고 하죠? 어땠는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기자]

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자료 보면서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죠. 즐겨 입던 검정색 인민복 차림입니다. 머리는 깔끔하게 뒤로 넘겼습니다. 언뜻 보면 한 달 전과 거의 구분이 가질 않는 모습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면요. 지금 약 20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둘러싼 그야말로 온갖 소문이 돌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병으로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게 초창기 소문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뭐 셀 수 없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아니다 주변 경호원이 코로나에 감염돼 발열증상이 나타나서 김 위원장이 급히 피신했다 등등…코로나 사태 정국에 맞는 소문으로까지 번졌는데요, 그리고 급기야 사망설까지 퍼졌습니다. 2014년도에 온라인 등에 퍼졌던 가짜뉴스가 다시 돌았습니다. 프랑스와 중국 의료진이 북한으로 급히 날아갔지만 이미 뇌사상태였다는 식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팡이 없이 서있는 모습, 저희 눈으로 직접 봤는데요, 그리고 보다시피 꼿꼿이 서서 준공테이프를 자르거든요. 북한 당국은 소문이 무성했던 건강 이상설을 저 사진과 영상으로 불식시키고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깬 무대가 어딘지 궁금하네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한 비료공장이라고 하던데, 가서 뭘 한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일단 찾아간 시기는 어제, 그러니까 노동절입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평안남도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이라는 곳입니다. 평양 근처고요. 북쪽으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추측합니다. 주변에 석탄 등 자원이 많아 공장들이 많던 곳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 곳을 북한의 주체비료생산기지로 삼았습니다. 공장은 2017년부터 짓기 시작했는데요. 첨단 시설을 갖추겠다, 이게 김정은 위원장의 포부였습니다. 그만큼 상당히 공도 들였습니다.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이곳 건설현장을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노동절인 어제 드디어 공장 준공식을 연 건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현대적 시설을 갖춘 공장을 둘러본 뒤 무척 흡족해했다고 합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굳이 비료공장을 택한 이유가 뭘까요. 사실 더 극적인 등장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아서요.

[기자]

글쎄요 제 생각에는 어느 때보다도 섬세한 복귀 무대를 연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근거 중 하나는 복귀 시기입니다. 굳이 노동절을 택했거든요. 김 위원장이 노동절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집권 초기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뿐이었습니다. 즉 2014년부터는 간부들만 모여서 경축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인 올해, 노동절에 잠행을 깼다는 거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를 택한 북한 특성상 대다수 노동자, 즉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메시지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단결과 혁신하자는 겁니다.

비료공장이라는 장소도 중요합니다. 식량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북한에서 비료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여기에 깜짝 등장해 준공식 테이프를 끊었다는 거거든요. 게다가 지금 북한, 대북제재 계속되고 있죠. 또 화학비료 수입도 어려운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경까지 봉쇄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립경제를 최고지도자가 직접 챙기겠다, 식량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 우리는 해외에 의존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이런 이미지를 강조한 겁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라면서 통신이 공개한 내용입니다. "순천린비료공장은 당정책절대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제가 말해드린 게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김 위원장의 말입니다. 다시 말해 안으로는 결집을 시도한 거고요. 밖으로는 체제 안정을 과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앵커]

듣고 보니 그동안의 숱한 소문이 참 무색해집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이렇게 커지게 된 그동안의 흐름도 한 번 짚어봐야 할 것 같네요. 정리해주실 수 있나요?

[기자]

우선 노동절 일정 전 김정은 위원장의 마지막 공개행보는 4월 11일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겁니다. 여기서 친동생 김여정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 열린 12일 최고위, 당연히 등장할 줄 알았는데 김 위원장은 오지 않았거든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신변이상설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건 15일 태양절부터입니다.

이 날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입니다. 또 북한의 최대 명절입니다. 2011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매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를 하며 정통성을 다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불참했습니다. 처음으로요. 다들 무슨 일이냐 하고 있는데 20일 CNN이 속보를 씁니다. 김정은이 수술 받아서 Grave danger 즉 위중한 상태다는 내용입니다. 몇 시간 후 종합기사에서는 '위중한 상태라는 첩보를 미 정부가 관찰하고 있다'는 식으로 수위를 낮추긴 했지만,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가 다음날,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말합니다.

청와대는 이후로도 줄곧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오히려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는 걸 확인했다고 국가안전보장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안 보이니 의심은 계속 커졌습니다. 일본, 대만, 외신들까지 달라붙어 "의료진이 북한에 갔다" "급사했다" 등의 속보를 썼습니다. 야권에서도 이런 식의 전언에 힘을 실으면서 정부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2주 넘은 잠적은 통상적이진 않다"는 겁니다. 다시 위기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은 보란듯이 웃으며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련 의혹을 불식시킨 겁니다. 이 정도가 20일 동안의 흐름인 것 같네요.

[앵커]

듣고 보니 미국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나라의 정치권도 사망설을 상당히 부추겼었거든요. 특히 미래통합당이 그랬는데, 이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미래통합당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주장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탈북자 출신이죠, 태영호, 지성호 당선입니다. 두 사람의 말 보겠습니다. 우선 태영호 당선인입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 당선인이 28일 CNN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다. 상당히 단언합니다. 지성호 당선인은 좀 더 나갔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에 사망한 것은 안다, 99% 확신한다" 고 했죠. 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훈통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둘 다 출처는 소식통이라는 모호한 이름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걸 확인하자 청와대와 여당은 둘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직접 통화해봤습니다. "야당이야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부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한 이상 책임은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 선동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 사회는 워낙 폐쇄적이라 출처가 분명한 주장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또 국내 언론사들도 재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공인이거든요. 곧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들어갈 분들이 일종의 가짜뉴스를 퍼뜨린 셈입니다. 무책임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긴 힘들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 입장도 궁금하네요. 그동안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김 위원장의 잠행 상태를 넘겼었잖아요.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으로 김 위원장이 무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렇게 보면 될까요?

[기자]

청와대 한 관계자와 통화를 해봤는데, 무덤덤했습니다. "이미 특이동향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되묻더라고요. 특이동향이 없다는 건 곧 아프다는 것도 아니고 군 통제권도 완벽히 쥐고 있는 것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야권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 정부의 정보력, 정부가 나오는 경로 등이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하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 이런 의미입니다. 일단 미국조차도 갈팡질팡하는 상황 속 "아무 이상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우리 정부, 대북 정보력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강민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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