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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도 자살도 안된다' 한국영화 검열의 역사 10-29 22:42


[앵커]

칸 영화제 최고상을 받을 정도로 한국영화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지나 온 100년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영화사는 검열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데요.

그동안 삭제되고 편집된 장면들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박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1960년, 가난한 샐러리맨의 방황을 그린 영화 '오발탄'.

한국 영화 희대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당시에는 온전히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아기를 업은 여성이 목을 맨 장면, 미군이 여성을 희롱하는 장면 등이 심의에 걸려 삭제됐습니다.

암울한 시대 청년들의 번민을 경쾌하게 그린 '바보들의 행진'은 자살하는 장면과 대학 휴강 장면 등이 가위질 당했고.

<'도시로 간 처녀' 中> "더도 말고 C학점만 주세요. (안돼.) 그럼 D학점이요. (안된대도!) 그럼 E학점! (E학점은 없어. 다음엔 F야.)"

버스 안내양이 회사 내 비리와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투신하는 내용의 '도시로 간 처녀' 역시 여러 군데 난도질당했습니다.

<김수용 / 영화감독> "검열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우리 영화는 30~50년을 앞질러 갔을거에요. 봉준호 감독이 50년전에 태어났을거야."

한국영상자료원이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상에 나오지 못한 영화 장면들과 검열 서류 등을 공개했습니다.

키스 장면은 풍기문란을 일으켜서, 자살은 사회상을 암울하게 그려서 등 검열 명분은 다양했습니다.

정권의 입맛을 거스르는 영화를 만들었다간 구속까지 당했던 시대.

엄혹한 가운데서도 1세대 감독들은 예술혼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장호 / 영화감독> "저는 검열을 의식한 적이 없어요. 언제나 우리곁에 있는 검열이고 그 검열에 의해 2차적인 피해로 내가 나 스스로 검열하는 입장이 되면 더 위험하다."

험난한 시대를 견뎌내고 세계 수준에 도달한 한국영화.

창작의 자유가 소중하다는 것을 되새기는 전시가 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ba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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