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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풍향계] 정권과 검찰 반복된 악연…기로에 선 '석국열차' 09-01 09:00

[명품리포트 맥]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의 이 발언은 '검사 윤석열'을 알린 한 마디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하고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검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라고…"

여권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윤 총장을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얼마 안 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조국 후보자를 향해 검찰이 칼을 빼들었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정부·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검찰 적폐가 시작됐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를 갖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끔 만들었습니까."

정치권에선 이번 수사의 배경을 놓고 분분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순탄할 것 같아 보였던 '윤석열호 검찰'과의 인연이 어긋날 기미가 보이면서,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 온 악연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 중 헌정사상 처음 검찰에 소환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

<노태우 / 전 대통령> "국민 여러분들에게 정말 송구합니다. 저 혼자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착공했던 대검찰청 청사에서 4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조사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서 약 한 달 뒤에는 내란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른바 '골목 성명'을 내고 고향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압송됐습니다.

<전두환 / 전 대통령>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전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보 사태 때 '소통령'으로 불렸던 아들 현철씨가 구속되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DJ 정권에서도 검찰 수사의 악몽이 이어졌습니다.

집권 2년 차 불거진 '옷 로비' 의혹 사건으로 정권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었고, '이용호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과 삼남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본격적으로 '검찰 개혁'에 손을 댔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의 시작이었습니다.

검찰의 집단 반발에 '검사와의 대화'를 열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냐"면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의 칼날이 향했습니다.

<노무현 / 전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가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임채진 전 총장은 괴로움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선 '내곡동 사저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고, 저축은행 비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도 검찰과의 악연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해선 당시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며 '보복성 찍어내기' 논란이 일었습니다.

<채동욱 / 전 검찰총장> "방파제가 되어 외부의 모든 압력과 유혹을 막아내겠다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정권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탄핵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 적폐 청산 수사를 지시하는 한편, 검찰 개혁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취임 초부터 고강도 적폐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직전 보수 정권의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수감됐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권과 검찰 간에도 과거와 같은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야권은 조 후보자와 윤 총장을 '석국 열차'라고 불러왔습니다.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해 온 두 사람을 향해 이같은 별칭을 붙이며 경계심을 표출한 겁니다.

반면 여권에선 두 사람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사법개혁을 완수할 최적의 조합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두 사람은 운명의 기로에 섰습니다.

석국열차가 정권과 검찰의 반복된 악연을 극복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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