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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스페셜]②음식물 낭비 제로에 도전하는 프랑스 08-29 15:17

세계 최초로 식품폐기금지법 시행

유럽 처음으로 푸드뱅크 시작

[※ 편집자 주 = 푸드뱅크(food bank)는 1967년 미국에서 결성됐습니다. 단순한 포장 손상 등으로 품질에 문제가 없음에도 시장에서 유통할 수 없게 된 식품을 기부받아 저소득층과 결식자들에게 배급하는 활동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전국푸드뱅크'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기부액이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2천190여억원 상당의 식품을 소외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푸드뱅크 사업단과 함께 선진국의 푸드뱅크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개발도상국에 한국식 푸드뱅크 사업을 전수하는 현장을 영상으로 취재했습니다.]

(파리=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결식하는 인구는 8억7천여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 중 3분의 1가량이 버려진다. 기아와 결식을 막을 수 있는 막대한 음식이 낭비되고 있다.

프랑스는 일찍이 음식물 낭비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문화 강대국이자 박애주의 가치를 존중해온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음식 기부를 받아 나눠주는 푸드뱅크를 시작한 곳이다.

매년 프랑스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710만t이다. 이를 막기 위해 슈퍼마켓이 팔다 남은 식품을 자선단체에 기부토록 한 식품 폐기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의 제정은 파리 서북부에 위치한 쿠르브부아의 한 젊은 시의원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2014년 3월 이란계 프랑스인 아라시 데람바라시 의원이 당선되자마자 오로지 음식물 낭비 금지법에 매달렸다. 10대 시절 사회단체에서 먹거리를 구해야 했던 아픈 경험이 법 제정 의지를 키웠다.

"그때 몹시 화가 났어요. 마트들이 식품들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렸어요. 언젠가 제가 시의원이 되면 마트들이 먹을 수 있는 재고식품을 버리지 않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데람바라시 의원)

재고식품을 나눠주는 것은 절도에 해당했다. 데람바라시 의원은 대형마트 재고식품을 나눠줄 법제화를 위한 청원을 시작했고, 21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젊은 시의원의 확고한 의지는 프랑스 전역의 마음을 움직였다. 약 2년만인 2016년 2월 프랑스 의회는 만장일치로 식품폐기금지법인 가로법을 통과시켰다.

"대형 슈퍼마켓은 유통기한 내 팔리지 않은 식품에 표백제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자선단체와 음식물 기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됐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7만5천 유로(약 9천665만원)의 벌금, 또는 2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 연간 1천500t 수거…구석구석 배달하는 파리지앵

파리 외곽에 있는 일드 프랑스 푸드뱅크의 트럭이 어디론가 향했다. 한 주에 서너 번씩 꼭 들러야 하는 곳이란다. 식품폐기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트럭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대형 슈퍼마켓 물류창고였다. 예전 같으면 쉽사리 버려졌을 유통기한이 다 된 재고품들이 이제 푸드뱅크로 가고 있다.

당장 마트 판매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신선해 보이는 식품들이었다. 일반인도 사 먹기 힘든 값비싼 상품도 적지 않았다.

식품을 가득 실은 트럭은 일드 프랑스 푸드뱅크 물류센터로 향했다. 파리 근교 푸드뱅크를 비롯해 약 300여개 자선단체에 물품을 배분하는 곳이다.

니콜라 파를루치 파리-일드 프랑스 푸드뱅크 수도권 지국장은 "일드 푸드뱅크에는 2개의 대형 창고가 있다. 배송차량 5대가 30여 개의 마트에서 매일 물건을 수거해 오고 있고 연간 수거량이 약 1천500t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식품폐기금지법 덕분에 공급자, 생산자, 소비자, 식품 산업종사자들 모두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데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뱅크뿐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이 법에 근거해 수거한 식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곳을 찾는다는 브랑카(65)씨는 "이곳에서 혜택을 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직원이 있어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6개월 전 심장질환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그도 한때는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 대형마트의 기부식품은 조금만 도우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들에게 행복한 한 끼가 되고 있다.

◇ 전용 앱으로 가장 신선할 때 구입

식품폐기금지법은 소외 계층뿐 아니라 많은 프랑스인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음식물 낭비를 막으려는 'Too Good To Go' 앱이 그중 하나다.

8천 개의 제휴 매장을 연결해 재고식품을 값싸게 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앱 이용자들이 어떻게 재고식품을 사는지 상점 밀집 지역으로 나가봤다. 얼마지 않아 이용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형 마트나 식료품점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버려질 음식들도 이 앱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주인'을 찾는다.

이 지역 카페를 운영하는 스테파니(43)는 "음식물 낭비 제로(zero)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 매장의 기본 콘셉트다. 결과적으로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또 제품의 신선도를 보장하기 때문에 재고식품이 새롭게 순환될 수 있다"며 "이런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 버리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내레이션 : 유세진 아나운서>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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