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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프리즘] 헌법 불합치 낙태죄…66년 만에 손질 진통ㆍ혼란 04-21 09:00

[명품리포트 맥]

▶ 헌법불합치 낙태죄 갈등 지속…수사·재판도 혼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예외없이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온 지 일주일이 된 지난 18일.

헌법재판소 앞은 여전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대하는 집회로 소란스럽습니다.

<생명사랑국민연합 관계자> "왜 살인을 허용하는 잔인한 국가가 되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엄마가 제 손으로 아이를 죽이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선고 당일 헌재 결정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던 종교계 역시 계속해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15일 부활절 메시지에서 "헌재 결정이 생명 경시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 당장 낙태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해야 하는 검찰과 법원은 당분간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대로 낙태를 처벌해도 되지만 헌재가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며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인 산부인과 의사 정 모 씨의 2심 공판이 다음달 예정돼 있고, 현재 검찰에서 낙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16명에 달합니다.

검찰과 일선 법원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에서 적정한 기준을 세워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임신부의 요청을 받고 임신 5주차 태아를 낙태해 징역 6월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A씨 사건을 심리 중입니다.

대법원은 A씨 사건을 통해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면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낙태 결정 가능기간을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이 기준을 정하면 하급심은 이를 참고해 선고를 내리고 검찰도 기소 여부에 관한 지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낙태는 66년 만에 죄의 굴레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체계에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조항인 만큼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연합뉴스TV 김보윤입니다.

hellokby@yna.co.kr

▶ 낙태 시기·사유 어디까지 허용?…의료계도 '분분'

현행 모자보건법은 합법적인 낙태라 하더라도 임신 24주까지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4주 제한을 없애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대신 산모 건강에 심각한 영향이 없는 임신 16주까지는 자율적인 낙태를 허용하되, 그 이후에는 의학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산모 건강과 태아 상태가 사람마다 달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동석 /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진국처럼 12주, 14주 정하는 것은 수술을 빨리 할수록 안전하니까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자기 몸의 변화를 신경써라 이런 의미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의사 판단을 반드시 받아야겠죠."

실제 대부분의 낙태는 경제적 문제 또는 직장생활이나 학업 등 사회활동을 못하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성폭행이나 친족에 의한 임신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이 빗장을 어디까지 풀 지도 논란입니다.

여성단체는 낙태 가능 시기와 사유를 정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제이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 공동집행위원장> "여성에게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을 예정하는 방식으로 논의되는 것은 반인권적 입법 방향이자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수술 거부권를 인정할지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개인 신념이나 종교적 이유 등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못하겠다는 의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신중절이 합법 의료행위가 되면 이를 거부하는 의사는 처벌 대상이라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유산유도제 정식 도입 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50만원 정도면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전문가 처방없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니 제품을 속여 팔거나 부작용이 생겨도 보상받을 길이 없는 실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법 개정을 하라고 못 박은 시한은 1년 반이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앞으로 공청회 같은 의견 수렴 절차가 이어질텐데, 풀어야 할 과제는 많고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만은 않습니다.

연합뉴스TV 이준흠입니다.

humi@yna.co.kr

▶ 낙태죄 폐지 1호 법안 나왔지만…국회 '눈치싸움'

'뜨거운 감자'를 넘겨받은 국회는 내년 말까지는 낙태죄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단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었지만,

<이해식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사회적 갈등을 절충해낸 결정으로 평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관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깊이 존중하며…"

<민경욱 / 자유한국당 대변인> "낙태가 편의대로 허용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종교계와 우리 당, 보수 우파가 견지해온 입장이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인명 경시 풍조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데에도 힘을 쏟겠습니다."

하지만 종교계 등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쪽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듯 아직 후속조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않는 모습입니다.

<현장음> "태아는 생명이다!"

이런 가운데 1호 법안의 총대를 멘 건 시종일관 낙태죄 폐지에 적극적인 정의당이었습니다.

<이정미 / 정의당 대표>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임신부의 자기낙태죄와 의료진의 동의낙태죄 규정을 삭제하고, '태아를 떨어뜨린다'는 의미를 내포한 '낙태'의 표현을 '임신 중절'로 바꿔 부르도록 하는게 법안의 골자입니다.

일단 시작은 했지만, 갈 길은 멀다는 평가입니다.

1호 법안은 발의 최소 요건인 의원 10명을 가까스로 채웠습니다.

명단 중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은 없었습니다.

다른 당에서는 찬반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어서 사회 각계와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의 낙태죄 관련 법령 손질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낙태 문제의 처리를 가능한 한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습니다.

낙태 문제가 불법과 합법 사이 회색지대에 방치되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더 키우기 전에 국회가 의견 수렴과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

june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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