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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 김종진 "전태관과 함께 음악을 한 나는 행운아" 01-14 00:53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치면서 우리가 잊고 살던 꿈, 사랑, 우정을 노래했죠. 때로는 따스한 음악으로 우리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던 전설적인 록밴드 '봄여름가을겨울'. 이제는 그 음악 속에서 전태관 씨의 드럼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고인이 된 친구와 꿈에서라도 만나서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가수 김종진 씨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추승호> 안녕하세요. 먼저 오랜 친구이자 동료셨던 전태관 씨 마지막 가는 길을 같이 하셨는데요. 며칠 전 골든디스크 특별상 받으셨죠.

<김종진> 네.

<추승호> 예전에는 두 분이 같이 받던 그 상을 이제는 혼자 받으러 무대에 올라가시는 그때 친구 생각 많이 나셨겠어요.

<김종진> 엄청 났습니다. 30년간을 어디 혼자 다녀본 적이 없고 둘이 다녔었는데 그날 혼자 이렇게 올라가는데 뭔가 하여튼 굉장히 허전하고 마치 내가 고아라도 된 양 굉장히 공허하고 어디 기댈 데 없다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추승호> 그러셨구나. 1988년에 데뷔하셔서 벌써 30주년이 됐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신 전태관 씨. 어떤 면에서는 가족보다도 더 의미가 있으셨을 텐데요. 전태관 씨와 30년을 함께하신 원동력, 어떤 게 있을까요?

<김종진> 우리 전태관 씨를 이렇게 떠올리면 사람이 참 따뜻하고 젠틀하고 그리고 사람이 참 즐거운 무드를 좋아하고요. 그리고 실제로 그걸 직접 연출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좀 괴팍하고 음악가로서 좌충우돌하는 음악혼이 있는 편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 전태관 씨가 자신의 성품으로 그렇게 저를 잘 조련해서 30년을 이끌어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이 돼요. 인간미가 참 넘쳐 흐르는 친구였는데요. 그런가 하면 또 음악적으로는 독보적인 리듬감이 있었고요. 그리고 폭발하는 에너지가 있었고, 그리고 반면에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 그런 음악적인 깊이가 공존했거든요. 그런 사람이었기에 지난 30년이 정말 헛되지 않았고 참 가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추승호> 30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결국은 전태관 씨의 인품입니까?

<김종진> 그렇죠.

<추승호> '봄여름가을겨울' 결성 당시에 전태관 씨가 원래는 참여를 안 하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꿨다고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종진> 그게 어떻게 된 얘기냐 하면요. 우리 '봄여름가을겨울'은 최초에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그렇게 해서 4인조로 시작을 했었어요. 그게 1986년인데요. 그때는 이제 전태관, 김종진 그리고 동년배인 유재하. 유재하도 세상을 떠났죠. 그리고 아주 유명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장기호 씨. 이렇게 4인조가 있었는데 김현식 씨가 궂은일로 인해서 활동하기 어려웠을 때 다른 분들이 이렇게 밴드를 떠나고 둘이 남았을 때, 사실 그 당시 80~90년대에 음악가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전태관 씨도 나 회사에 입사하겠다, 입사원서를 구해오는 걸 보고 전태관 씨한테 제가 제안을 했어요. 우리 앨범 하나만 딱 내자. 그랬는데 묵묵부답인 거예요. 이 친구 마음을 어떻게 돌릴까 그러다가 등산을 참 좋아했거든요, 이 친구가. 그래서 설악산에 가자. 설악산에 가서 그 전날 밤에 라면도 끓여주고 공을 많이 들였는데 다음 날 산에 올라갔다가 흔들바위 즈음에 갔는데, 하늘이 도우신 건지 전태관 씨가 딱 접질러서 그래서 전태관 씨를 제가 업고 흔들바위에서 아래까지 내려온 거예요.

<추승호> 힘이 무지 좋으시네요.

<김종진> 정말 비지땀을 흘렸는데 전태관 씨가 중간에 정말 말이 딱 없어지더라고요. 감동을 받은 거예요. 아, 이 친구랑은 같이 갈 만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내려와서 "그래, 앨범 하나 내자"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음반을 하나 내고 공연을 하고 그러니까 이 음악이라는 게 뭔지 다음 앨범을 또 내게 되고 또 내게 되고 그렇게 된 거죠.

<추승호> 그렇군요. '봄여름가을겨울' 결성의 원동력은 김종진 씨의 힘이네요. 전태관 씨 말씀을 하실 때마다 눈가가 촉촉해지시는데요. 최근에 나온 앨범 제목이 좀 특이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법'이죠. 데뷔 30주년 헌정 음반으로 내셨다고 들었는데요. 음반을 기획하신 계기가 있었다고 해요.

<김종진> 이 앨범은 사실 저희 '봄여름가을겨울'이 기획했다기보다 참여하신 뮤지션들이 기획을 해주신 겁니다. 지난 봄에 전태관 씨가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부인상을 치르게 됐는데 거기에 와주신 음악 동료, 후배들이 전태관 씨 수척해진 모습도 보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우리가 도와야 된다, 그냥 저렇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렇게 시작을 했거든요. 그렇게 모여서 그런 마음으로 시작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앨범 제목은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다, 그렇게 정하게 된 거죠.

<추승호> 그렇군요. 그런데 그 앨범이 보니까 요즘 다 CD로 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CD하고 카세트테이프로 같이 내셨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김종진> 특히 카세트테이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열광하시더라고요. 이 카세트테이프는 저희가 80-90년대 음악을 시작했을 때 LP도 있었고 CD도 있었지만 카세트테이프에 얽힌 추억이 참 많아요. 예를 들자면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딱 나오면 딱 녹음해서 그걸 듣던 기억이 있고요. 동네 레코드 가게에 그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신청곡을 청하면 쫙 녹음을 해서 줬어요.

<추승호> 그때는 그랬습니다.

<김종진> 정말 그걸 돌려 듣고 돌려 듣고 해서 늘어질 때까지 들었고, 또 자기가 짝사랑하는 이성친구가 있으면 마음이 담긴 노래를 녹음을 해서 조심스레 선물했던 그런 기억도 있었고. 그런 추억이 담긴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어떤 정서 있잖아요. 그런 것을 한번 소환해보고 싶었다라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고, 저희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 철학은 뭐라고 할까, 한때는 내가 가졌지만 지금은 내 손아귀에서 사라져버린 것들, 이제는 놓쳐서 영원히 다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음악으로 다시 소환을 해서 들려드린다는 철학이 있거든요. 그러기에 카세트테이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카세트테이프에서 들려지는 소리는요. (카세트테이프 재생)

<추승호> LP판 듣는 그런 기분이 좀 있어요.

<김종진> 그렇죠. 꼭 소리가 좋지 않아도 뭔가 궁핍하고 결핍이 있는 데에서 들리는 어떠한 정 그리고 의지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추승호>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법' 이 앨범에 보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어요. 오혁, 윤도현, 10cm, 윤종신, 장기하, 배우 황정민 씨까지. '봄여름가을겨울'의 힘을 보여주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김종진> 그게 '봄여름가을겨울'의 힘이 아니고요. 참여해 주신 뮤지션들의 힘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를 저희 원곡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서 재탄생시켜준 힘이 있고요. 그리고 또 그 음악을 통해서 세상이 따뜻하다라는 걸 보여준 그런 힘이 있습니다. 참여해 주신 뮤지션들은 말이죠. 외로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그런 힘이 있는 놀라운 마법을 갖고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추승호> 가수는 좀 이해가 되는데 배우 황정민 씨는 뭘로 참여하신 거예요?

<김종진> 배우 황정민 씨가 참여를 하셨죠. 이제 저희 노래 중에서 금방 조금 아까 카세트에서 들려드린 곡이 '남자의 노래'라는 건데, 그 노랫말이 참 궂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는데 제가 노래 부른 거보다 이렇게 배우 황정민 씨가 그 노래를 부르면 정말 가슴에 와서 팍팍 박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황정민 씨에게 부탁할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우리 직원들하고 이렇게 회의를 하다가 '황정민 남자의 노래' 적어놓고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찍찍 그어놓고 제 책상 위에 이렇게 올려놨는데, 아내가 그걸 딱 보고 황정민 씨 부인하고 이렇게 친분이 있으니까 그쪽에 전화를 해서 남편 황정민 씨가 이 노래 불러주면 좋겠다는데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했나 봐, 그러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리고서 저한테 황정민 씨한테 전화 한번 해 봐요 그러길래 긴가민가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흔쾌히, 결국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걸 세상을 여성들이 움직인다, 그런 걸 통감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추승호> 그러셨군요. 지금까지 총 8장의 정규앨범을 내셨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이런 말이 있는데요. 김종진 씨가 꼽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최고 곡 어떤 게 있을까요?

<김종진> 저희의 최고의 곡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십니까?) 항상 최고의 곡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게 저희의 음악의 철학이기 때문에 그냥 노력할 뿐이고요. 그래도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최고의 곡은 뭐니뭐니해도 마음속에 큰 힘을 주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런데 그게 최고의 곡이 아니었고, 그 전에는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가 최고의 곡이었던 적도 있고, 그 전에는 '어떤 이의 꿈', 그 전에는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가 최고의 곡이었고요. 아직 최고의 곡은 만들어질 겁니다. 우리 전태관 씨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던 곡은 알려지지 않은 곡인데요. 제가 전태관 씨한테 헌정한 연주곡이에요. '외로움의 파도를 타고'라는 곡이고요. 저는 노랫말 때문인지 최근에 '남자의 노래'를 즐겨듣는 편입니다.

<추승호> 저는 개인적으로는 '어떤 이의 꿈'을 좋아합니다.

<김종진> 감사합니다.

<추승호> "힘든 일도 있지 이 드넓은 세상 살다 보면 하지만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이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가사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노래들을 보면 가사도 참 좋아요. 30년 동안 따스한 음악을 선물해준 '봄여름가을겨울'인데 앞으로 활동도 많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계획을 좀 말씀해 주시죠.

<김종진> 30년 동안 음악가로 살아왔는데요. 음악가로서 30년은 굉장히 길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 세상에서 30살이면 이제 청년 아닙니까? 이제 세상을 좀 알 만하고 기력이 있어서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라, 음악가로서 30살이 된 만큼 더 좋은 소리로 여러분 가슴을 울리는 좋은 음악을 발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며칠 뒤에 수요일부터 한 달 반에 걸쳐서 홍대 앞 소극장에서 저희 30주년 콘서트를 해요. 30주년이라 30회 하는 콘서트고요. 그동안 '봄여름가을겨울'을 사랑해주신 팬들을 조금 더 가까운 데서 만나고 싶은 생각에 만들었거든요. 여러분께서 많이 참여를 해주시고 그 추억을 소환하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추승호> '브라보 마이 라이프', 저번에 대통령 내외신 기자회견 때 배경음악으로 쓰인 건 아십니까?

<김종진> 얘기 들었습니다.

<추승호> 영광이시겠어요.

<김종진> 대단한 영광이었고요. 무엇보다도 2019년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그 노랫말을 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선곡했다라는 말을 전해 듣고 가슴이 정말 찡했어요. 저희 노래를 들으시고. 그리고 꼭 저희 노래가 아니더라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음악을 듣고 기운을 차리시고 그 어느 때보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추승호> 마지막으로 아마 지금 하늘에서 바라보면서 아마 미소짓고 계실 거예요. 절친 전태관 씨에게 새해 인사 건네주시죠.

<김종진> 태관이 있다고 얘기하는 겁니까? (하늘에 계시잖아요.) 태관아, 너는 참 멋있게 살다 간 친구야. 곁에서 이렇게 보면 '인생은 정말 참 멋있는 거구나' 그러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거든. 그런 멋진 친구랑 30년간 음악을 한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이제 너는 천국에 있잖아. 심성이 고왔으니까 천국에 있을 거야, 분명히. 천국에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 기쁨과 위로를 줄 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또 지상에서 여러분께 기쁨과 위로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면 다시 즐겁게 음악하자. 사랑한다.

<추승호> 어려운 일 겪으셔서 많이 힘드실 텐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종진> 오늘 처음 방송하시는 '이슈인', 올 한 해 가장 이슈가 되는 방송이기를 바라겠습니다.

<추승호> 감사합니다. 김종진 씨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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