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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1층이 있는 삶'은 요원한가…장애인 접근 사각지대 07-09 13:43

[명품리포트 맥]

[앵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삶의 일부인 공간이 어떤 이들에게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된 공공시설과 달리 편의점 같은 오히려 일상의 삶에 꼭 필요한 시설은 대부분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법에서 건축기간과 면적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인데요.

일상 속 장애인 접근권의 문제와 대안을 김지수 기자가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장애인 야학에서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임명석 씨.

1995년 공부를 시작한 후 계속 야학에 남아 활동하며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학 건물을 벗어나면 그에게는 갈 곳이 없습니다.

바로 옆 커피숍 조차 그의 전동휠체어로 넘을 수 없는 턱이 가로막고 경사로가 마련된 건물도 경사도가 너무 높아 보기에만 그럴 듯 할 뿐 오를 수가 없습니다.

끈적한 날씨를 견디며 인근 거리를 2시간 가까이 돌아보아도 명석 씨가 들어설 수 있는 가게는 찾을 수 없습니다.

간신히 1층 건물의 출입로가 평평한 건물을 찾았지만 내부 화장실은 문의 폭이 너무 좁아 들어갈 수 조차 없습니다.

<임명석 / 장애인 야학 '노들' 활동가> "식당도 배가 고파도 그 턱 앞에서 다시 나와야 하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공간이 좁아요. 화장실은 앞에 또 계단이 있고…"

현재 장애인편의법은 1998년 기준으로 이전에 허가된 건물과 300제곱미터 미만의 시설은 장애인 접근권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 결과 슈퍼마켓의 98%, 일반 음식점의 96%, 미용실의 99%가 기준 미만의 시설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 공중이용시설 중 일부를 임의로 선정해 장애인 접근권 보장 정도를 점검해 보았습니다.

비장애인들은 하루 24시간 중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공간인 편의점 수십 곳을 둘러 보았지만 문턱이 없거나 경사로를 마련한 곳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숙박업소의 경우 장애인 객실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현장음> "(장애인용 객실이 따로 있나요?) 장애인용으로 구비되어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 것은 특급호텔을 알아보셔야…"

객실수가 30실 이상인 호텔 등은 전체 객실의 0.5% 이상을 장애인 이용이 가능한 객실로 두어야 하지만 대부분이 건축 허가를 받은 시점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극장시설도 1천석이 넘어야만 의무시설로 지정하다 보니 대부분 소극장은 단 한 좌석도 장애인용 좌석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현장음> "(장애인 좌석이 있는 극장은 어느정도 되나요?) 장애인 좌석이 따로 마련된 곳은 없어요."

노래방은 아예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공중이용시설 자체가 아닙니다.

휠체어 이용자 뿐 아니라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사도가 가파른 계단이지만 시각 장애인을 위한 청각 시스템이나 촉지 정보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또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충분한 조명과 명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 음식점에서 편의 제공을 위한 기초 교육은 전무합니다.

<현장음> "(청각 장애인을 위한 편의 서비스 어떤게 있는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법의 사각지대이다 보니 업주 뿐 아니라 지자체도 설득이 힘듭니다.

서울 관악구 일명 '샤로수길'의 소규모 점포 31곳에 경사로를 설치한 한 사회적기업의 대표 차준기 씨.

그는 비용 지원을 약속해 간신히 점포 주인들을 설득한 후에 구청의 허가가 더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차준기 / '베리어윙스' 대표> "소규모 매장에 있어선 의무사항이 없고 언급만 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많이 우려했던 것 같고 그런 우려 때문에 경사로 설치에 있어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는데 많이 지연…"

경사로가 도로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20에서 30cm 남짓.

시설주와 장애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할 대안은 이미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해외에선 일괄적인 배제가 아닌 각 시설의 상황에 맞춘 제도를 실행 중입니다.

<임성택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미국은) 용이한 성취기준이라는 것을 두고 있습니다. 백년된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작은 경사로를 놓아서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다면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죠. 열악한 자영업자에게는 접근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우리의 일상은 대규모 공공시설이 아니라 인근의 작은 가게와 상점들로 이어져있습니다.

이 일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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