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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대기냐, 대피냐…당신의 선택은? 02-05 08:55

[명품리포트 맥]

[앵커]


지난달 서울 지하철 잠실새내역에서 열차에 불이 났습니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은 스스로 열차를 빠져나갔는데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매뉴얼대로 지시를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대피하시겠습니까.

재난대응에 대한 문제점을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박수주 기자입니다.

[기자]

잠실새내역 화재 사고는 안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열차가 정전으로 멈춰선 뒤 '잠시 기다려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연기를 본 승객들은 즉각 객실 밖으로 대피했습니다.

사고 직후, 즉시 대피를 지시하지 않은 서울메트로의 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승객들의 자의적 판단이 자칫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등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나뉘었습니다.

<정상만 / 한국방재학회장ㆍ공주대 교수>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되죠. 2분 후에 바로 탈출하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모든 재난이라는 거는 확인해야 하는 거잖아요."

<조원철 / 전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장ㆍ연세대 명예교수> "불과 1,2분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데, 1,2분 사이에 밑에 독가스 올라오는 걸 호흡했다? 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어요. 대피해야죠."

만약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잠실새내역 사고와 비슷한 상황을 가정해 실험해봤습니다.


시민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20대 남녀 19명이 타고 있는 열차 안.

연기가 서서히 차오르더니 정전이 되고,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차량고장으로 비상 정차하여 조치 중에 있으니 콕크 및 출입문을 열지 마시고 안전한 차내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은 당황하며 잠시 웅성거리더니

<현장음> "연기 아니야 저거?"

연기가 나는 걸 알고는 혼란스러워 합니다.

잠시 침착함을 유지하는가 싶더니

<현장음> "가만히 있으래. 가만히 있으래요. 앉아요. (근데 연기나는데?) 아니야, 가만히 있으래. 가만히 있으래. (어, 냄새! 뭐야, 잠깐만)"

누군가 나가야 될 것 같다고 하자 급기야 서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현장음> "나가야 될 것 같아. 나가야 될 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 이건 가야돼요."


한 남성이 달려가 수동으로 문을 열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상황 발생 1분 만에 전원이 대피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신선호 / 서울시 광진구>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연기가 나오고 있고 해서 1차적으로 이쪽에서 바로 그냥 가만히 있다가 당하는 거보다는 우선은 이쪽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은 나가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예람 / 서울시 성북구> "저는 일단 방송을 듣고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섣부르게 다들 이동을 하면 좀 더 정신없이 상황이 흘러가기 때문에… (나중에 왜 함께 대피했는지?) (주변에서) 이제 나가야 될 거 같다고 인도를 해주셔가지고…"

사고 현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참가자들은 머뭇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탈출을 선택한 겁니다.

일상에 닥칠 수 있는 재난은 비단 지하철 화재뿐만이 아닙니다.

지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부터 각종 인재까지.

종류도 상황도 다양한데요.

그렇다면 그때마다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위기상황에서 1차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매뉴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5천300개가 넘는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안전 매뉴얼은 크게 3가지.

주관기관이 만든 최상위 매뉴얼인 표준 매뉴얼과 이를 토대로 유관기관들이 만드는 실무 매뉴얼, 그리고 현장대응기관이 만드는 행동 매뉴얼입니다.

그러나 내용은 관리 체계와 각 기관들의 임무와 역할 등이 전부.

그나마 현장과 가장 가까운 행동 매뉴얼도 직원들의 행동지침과 절차에 관한 것으로 현장에 있는 시민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조원철 / 전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장ㆍ연세대 명예교수> "그게 바로 관리자 매뉴얼이라는 거예요. 관리자 매뉴얼하고 현장에 있는 시민의 행동 매뉴얼하고 차이가 나는 점을 관리자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현재 매뉴얼은 상황 통제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 자체가 불가능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이재은 / 충북대 교수ㆍ위기관리 전공> "오히려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상황실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상황을 모르잖아요. 근데 이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맞닥뜨리고 눈으로 보고 있는 거죠. 그럼 누구 판단이 더 정확할까."

이처럼 현장과 동떨어진 매뉴얼은 오히려 화를 키우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사망 사고 당시 열차가 3번이나 멈춰섰는데도 현장을 확인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매뉴얼에 기관사가 현장을 '육안으로 확인'하라는 말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매뉴얼이 관리자의 면책 기준으로 전락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매뉴얼에서 관리자와 시민의 영역을 구분하고 현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상만 / 한국방재학회장ㆍ공주대 교수> "일단은 현장에서 일이 이뤄지는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되는 거잖아요.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국민들이 신뢰할 거 아니에요."

결국 매뉴얼이 현장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피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관리자를 위한 면책용 매뉴얼보다 시민을 위한 현장 매뉴얼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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