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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천년고도 경주 지진 강타…'트라우마' 시민들은 각자도생 09-25 08:54

[명품리포트 맥]

[앵커]


천년고도 경주에서 역대 가장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고 여진이 400차례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며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호소합니다.

정부의 늑장, 부실 대응에 스스로 비상 배낭을 마련하는 시민도 있는데요.

이번 지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신새롬 기자가 현장인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천년고도 경주의 기와 지붕은 내려 앉았고 담장은 두 갈래로 금이 갔습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터진 규모 4.5 지진까지… 4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정집 벽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의 균열이 생겼고, 마을 담장 곳곳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습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여진이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

주민들은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춘희 / 경주시 동천동> "(청심환을 많이 구매한 이유는?) 간이 쿵덕쿵덕 하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도 하나도 못 자고, 낮에도 집에 못 있어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신경안정제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장영화 / 경주시 ㅇㅇ약국 약사> "평상시 판매량보다 한 3배에서 많게는 5배정도. 지진이 다시 났을 때는 그 다음날과 이틀 정도에 걸쳐서 한 달에 판매될 양이 거의 다 소진이 됐습니다."

옷과 생필품을 곁에 두고 잠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신계준 / 경주시 황남동> "저녁만 되면 겁나거든. 털모자 곁에 가져다 놓고, 겨울 점퍼도 가져다 놓고 날이 새서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고. 통장에 돈 있는것도 챙겨 놓고…"

경주의 하나뿐인 대형마트에는 생수가 금세 동이 나고, 초코파이와 컵라면, 부탄가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이영용 / 경주시 황성동> "지진 대비해서 피난가방을 꾸리려고 나왔습니다. (지진이 나서) 막상 나가면 공무원이나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안내를 한다든지 물품을 제공한다든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각자 이런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진 대피시 생존품목에 속하는 마스크와 랜턴, 손전등 등은 일부품목이 매진됐습니다.

유통업계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생존키트' 출시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일본 직구를 신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개인이 직접 구매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생존키트 해외 직구사이트 관계자> "기존에는 개인분들이 안 사가시고, 학교에서 사갔었거든요? 근데 요즘에는 개인분들이 5배에서 6배 정도? 많이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뒤늦게 재난알림문자를 보내고 지진 직후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서 비롯됐습니다.

<손영수 / 경주시 석장동> "한 없이 불안에 떨고 있는 방법밖엔 없어서 이런 거에선 좀 대처가 국가 측에서도 좀 미흡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일본이나 민간에서 내놓는 정보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지연 / 경주시 효현동> "나라에서 문자나 이런 알림이 너무 늦게 오거나 안 와서 믿을 수가 없어서, 그냥 민간인이 만들어 놓은 앱을 사용하게 됐어요."

재난을 직접 체험하고 대처방법을 익히는 체험관으로 향하는 발길도 늘었습니다.

하루 평균 400여 명이 다녀가는 이곳은 지진 이후 방문객이 40%까지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직접 지진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는 지진의 대피요령을 익히고,

<성채현 / 대구장성초등학교 5학년> "그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는데, 이번 기회에 지진을 체험해 보니, 안전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서 뜻 깊었던 것 같아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은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기도 합니다.

<신혜옥 / 정신보건전문요원> "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은 병원 연결을 하고 있고, 그 외의 분들은 상담을 통해 안정화를 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여 명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담인력에 주민들은 함께 모여있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라고도 말합니다.

<손영희 / 경주시 황성동> "불안하고 이런데 회원들을 만나면 마음의 안정도 찾고, 이야기도 찾고 지금은 나는 어디라도 의지하고 싶어요."

재난에 대비하는 시민의식의 성장은 무엇보다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이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신뢰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더 긴 시간이 필요한걸까요?

지금까지 현장인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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