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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횡단보도 점령한 차량들…'뻔뻔ㆍ황당ㆍ답답' 09-11 09:03

[명품리포트 맥]

[앵커]


'보행자 우선 원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도로 위 차량에 비해 보행자들은 절대 약자일 수밖에 없죠.

횡단보도는 이런 보행자들이 마음놓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한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횡단보도는 차량들이 점령해버린 상태입니다.

운전자도 경찰도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상률 기자가 '현장IN'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초록불이지만 횡단보도 위에 서있는 차량들을 피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합니다.

성인 키보다 두 배는 높아 보이는 트럭과 버스.

횡단보도를 절반 가까이 가로막고 있어 사람들이 피해갑니다.

초록불로 바뀌어도 쉽게 건너지 못하기도 합니다.

차량과 뒤엉킨 모습이 시장통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은영 / 서울시 답십리동> "지나갈 때 저쪽에서 오는 사람하고 가는 사람, 엇갈리는 경우도 많고 큰 차 같은 경우엔 뒤에 배기가스 냄새 많이 나잖아요."

빨간불도 아닌데 뛰어가야 하는 보행자들,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김진희 / 충남 서산시> "불안하죠. 보행자 신호는 계속 초록불인데 먼저 이렇게 밀고 들어오면 '내가 잘못됐나' 싶기도 하고 신경 쓰여요. 그 사이에 (저를) 치고 지나갈지도 모르는 것이고…"

운전자들 대부분은 '신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운전자> "신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뒤에 차가 있으니까…(보행자들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하시나요?) 신호 자체의 체계가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어요."

횡단보도 위에 정차한 채 택시가 영업을 하는 모습은 익숙한 광경입니다.

도로 위에 줄지어있는 택시들은 이렇게 횡단보도 위를 점령한 채 마치 승차장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는데요.

보행자들의 안전과 불편에는 무감각한 모습입니다.

카메라가 보여도 경찰이 보여도 꼼짝하지 않는 모습은 뻔뻔하기까지 합니다.

<택시 기사> "남들 하니까 그냥 따라서 하는…(보행자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당연히 그렇죠. 그냥 생업이니까 관습적으로 한다 그럴까요?"

<택시 기사> "(그런 것도 과태료 대상인 것 알고 계세요?)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지 신호는 들어왔고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안 될 것 같고…"

오토바이는 보행자 신호에도 횡단보도를 그냥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은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되는데 단속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서울 곳곳에 경찰이 걸어둔 현수막입니다.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경찰로부터 다소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경찰> "과도하게 단속을 하면 민원이나 그런게 안좋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계도하는 수준에서…하나같이 일일이 물고 늘어지면 그게 국민 정서상이나 민원 제기를 많이 받을 수 있고…"

단속이 능사는 아니지만 어딘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보행자 신호시 횡단보도에 차량이 정차하고 있는 데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우리는 시민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신고를 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그나마 신고라도 할 수 있지만 신호조차 없는 횡단보도는 어떨까?

한 남성이 횡단보도를 걸어오다 차량이 계속 지나가자 급하게 피해갑니다.

차와 사람의 거리는 불과 수십 센티미터.

보행자들은 이 상황을 이미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입니다.

신호조차 없는 횡단보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경찰도 운전자도 보행자도 횡단보도에 대한 인식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지적입니다.

<이영미 / 도로교통공단 교수> "운전자 스스로 그것이 법규위반이고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예요. 다른 운전자 입장에서보면 사각지대를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대부분 그렇게 운전을 해도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고…"


약 3년 전 경찰이 잠깐 집중단속을 실시했을 때 정도를 제외하면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약 20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차량의 정지선 지키기 운동을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운전자들은 몰래카메라를 의식해서라도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켰는데요.

몰래카메라를 들이대야만 교통법규를 준수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의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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