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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고통…그들이 바라는 것과 우리가 해야할 일 04-24 20:29

[연합뉴스20]

[앵커]

가습기 살균제가 죽음을 불러오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숱한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눈물을 흘렸지만, 누구 하나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바로 그 사건.

5년이 지난 지금 베일을 벗기려는 노력이 한창입니다.

강민구 기자가 현장인에서 살펴봤습니다.

[기자]

<현장음> "지난 10여년간 이 기업 제품이 우리의 아이들 100명을 죽였습니다."

윤정애 씨는 5년전 폐의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폐가 굳어가는 '폐 섬유화' 증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씨의 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청결을 위해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줄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폐에 문제가 생겨 임신 7개월만에 낳아야 했던 아들, 엄마는 행여 아들에게도 문제가 있을까 조바심이 커져만 갑니다.

<윤정애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평생을 일반 애들처럼 아프다는 게 머리 속에 없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안성우 씨는 아내와 아이를 모두 잃었습니다.

임신중인 아내는 죽음의 살균제를 들이마신 지 3달 만에 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숨을 거뒀습니다.

뱃 속 태아도 엄마를 따라갔습니다.

성우 씨는 아내만 생각하면 죄책감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안성우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뉴스를 보자마자 내가 죽였다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고요. 내가 집사람한테 살균제 구매하라고 이야기했던 모습이…"

살균제 피해가 인정된 두 사람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작년 말로 종료됐던 정부의 피해접수는 논란이 되자 뒤늦게 재개됐고, 이미 신청한 사람들도 치료비를 보상받은 경우는 절반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직후엔 정부 부처들간에 서로가 담당이 아니라며 일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결국 문제가 된 기업 4곳이 공개적으로 지목됐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소송까지 냈습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은 그렇게 흘렀습니다.

너무나 늦었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일까요.

원인을 찾으려는 검찰의 노력이 본격화된 겁니다.

수사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부터 시작됐습니다.

검찰청사엔 회사 관계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불려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옥시가 원료의 위험성을 경고한 문서를 받은 뒤 고의적으로 폐기했다는 정황을 잡았습니다.

인체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의 제품을 판매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검찰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옥시는 물론, 죽음의 살균제를 만든 다른 회사들도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서야 보상을 해주겠다며 용서를 구합니다.

<김종인 / 롯데마트 대표> "가슴 깊이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심지어 옥시 측은 이메일 한통으로 사과를 구해 피해자들의 분노만 더 키우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이 피해자라면 어떤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그들의 사과는 아픈 상처를 부여잡고 버텨온 이들에게 그리 큰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현장음> "감옥에나 가라, 감옥에나 가라"

<강찬호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 "피해자들, 오늘 (롯데마트가) 사과하는거 모릅니다. 검찰이 오늘부터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이 자리에서 기자들한테 브리핑을…"

일부에선 가습기 살균제가 폐 뿐이 아닌 다른 장기에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임흥규 /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 "많은 피해자 분들이 폐질환이 아닌 호흡기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폐손상이 아닌 부분은 마치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성이 없는 것 처럼 얘기해서…"

죽음의 살균제로 세상을 떠난 이들은 정부가 파악한 것만 146명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 속에 생사를 넘나들고 있을 지 모릅니다.

물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씻어내고 그에 걸맞은 죗값을 묻는 것만이 가족을 잃은 상처를 보듬어주는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IN'이었습니다.

연합뉴스TV: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yje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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