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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민병언, 희귀질병 이긴 `은빛 역영'

09-16 11:27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민병언(23.서울시장애인수영연맹)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지난 5개월간의 피나는 노력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했다.

`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베이징장애인올림픽 열흘째인 15일 오전 남자 배영 50m S3(장애 3등급) 예선이 끝났을 때만 해도 금메달이 유력했다.

45초85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국가아쿠아틱센터의 물살도 민병언은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을 기대하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저녁에 열린 결승전. 25~30m까지는 그 같은 예상이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뒤지던 옆 레인 중국의 두지안핑은 이 때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고 무서운 막판 스퍼트로 결국 민병언보다 한 팔 정도 빨리 터치 패드를 찍었다.

민병언은 경기 결과가 믿어지지 않는 듯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나오면서 수건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취재진을 만나서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금메달을 따지 못해 눈물이 났다"며 "하늘이 여기까지밖에 도와주시지 않는 것 같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비록 메달 색깔이 차이가 있을 뿐 패럴림픽 은메달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민병언에게 그 무엇보다 큰 자신감을 심어준 값진 선물이다.

그의 팔목과 무릎 아래 부분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서도 유난히 가늘다. 팔목이나 발의 근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만큼 물을 손으로 잡아채 뒤로 밀어낼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자유형에서 대부분 선수가 물 속에 얼굴을 담그고 손으로 물살을 뒤로 끌어당길 때에도 그는 하늘을 보고 팔 전체를 뒤로 회전시키며 물살을 가른다.

민병언의 팔다리가 이렇게 가는 것은 한국선수단 77명 중 유일하게 진행 중인 희귀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샤르코-마리-투스(Charcot-Marie-Tooth)', 우리말로 감각신경장애증으로 불리는 이 병은 뇌의 명령이 신경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근육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병으로 초등학교 3학년때 나타났다. 처음에는 발을 끄는 정도였지만 결국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이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재활차원에서 수영을 시작했지만 물이 무서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한 동안 잊고 있던 수영이었지만 민병언은 2003년 대학(경민대 인터넷정보학과)에 들어간 뒤 스스로 물을 찾았고 이후 팔다리에 조금씩 힘이 붙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수영을 통해 병마와 싸워온 민병언은 2008년 9월 장애를 극복하려는 전세계 장애인들이 모두 모인 패럴림픽 무대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희귀질병이라 하더라도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민병언은 "제가 목표했던 45초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만족한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수영의 무궁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south@yna.co.kr

<영상취재:김남권 기자(베이징), 편집:이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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