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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가난에 공부 접지 않도록"…장학사업 펼친 선비

송고시간2023-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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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도포와 유건 차림을 일평생 지켜온 노강(蘆江) 박래호(81) 선생은 2010년부터 장학 사업을 이어온 까닭을 10일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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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기리며 부부 이름 딴 장학회 설립, 노강 박래호 선생

노강(蘆江) 박래호 선생
노강(蘆江) 박래호 선생

[호경장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성=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가난 탓에 공부를 접는 슬픔은 없게 해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주위에는 그런 후손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도포와 유건 차림을 일평생 지켜온 노강(蘆江) 박래호(81) 선생은 2010년부터 장학 사업을 이어온 까닭을 10일 이같이 말했다.

노강 선생은 그 직전 해 가을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

부친이 작고한 지 한 달 만에 평생을 함께한 아내마저 하늘로 떠났다.

유년 시절부터 한학자의 길을 걸어온 남편을 대신해 삯바느질로 3남 1녀를 전부 대학까지 보낸 아내였다.

바느질 일감이 없으면 이웃집 농사에 손을 보태며 품삯을 벌어왔던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마음이 맑아서 청심당(淸心堂)이라는 호까지 지어줬던 아내는 세상을 떠났으나, 노강 선생은 그 정신이라도 남기고자 문중을 위한 장학회를 세웠다.

장학회 이름은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호경'이라고 지었다.

장학기금은 아내가 가족을 위해 일생에 걸쳐 모은 저축에 장례 부의금을 더한 2억여원으로 시작했다.

호경장학회는 매해 2명 이상, 서울과 광주 등 전국에서 추천받아 장학생을 선발했다.

전남 장성군에 장학기금 기탁하는 노강 박래호 선생
전남 장성군에 장학기금 기탁하는 노강 박래호 선생

[전남 장성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학금은 문중의 일가친척과 그 이웃 가운데 경제 사정으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등에게 고루 돌아갔다.

노강 선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균관유도회 장성군지부 회장 자격으로 전남 장성군에도 이웃돕기 성금과 장학금을 전해왔다.

이러한 나눔의 근간에는 선비 정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노강 선생은 설명했다.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서 태어난 노강 선생은 청년 시절 전남 화순군 북면의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30대에 '선비의 고장' 전남 장성군 황룡면으로 터전을 옮겼다.

황룡면은 조선 3대 청백리(淸白吏)로 꼽히는 박수량(1491∼1554)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줄곧 성현의 발자취를 따르며 글을 읽고 가르친 노강 선생은 성균관 부관장, 필암서원 선비학당 학장 등을 지냈다.

노강 선생은 호경장학회 설립 당시 지었던 글을 소개하며 "가르침과 배움에서 하나라도 버릴 수 없기에, 학업을 권장함이란 국가로부터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그 의의가 크다"며 "장학회의 설립 또한 이런 뜻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자손들아! 힘쓰고, 힘쓸지어다"라며 호경장학회를 잘 길러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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