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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현장을가다] ③불 꺼진 담배공장을 문화 집적단지로

송고시간2023-06-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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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현대 도시의 이면 곳곳에는 쇠퇴로 인한 도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개발, 기존 시설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쇠퇴는 갈수록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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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연초제조창 리모델링해 국립미술관·도서관·예술촌으로 활용

상업시설들도 입주시켜 '문화와 상업 복합공간'으로 개발

청주시, 1천억원대 민간자본 유치한 첫 '민간 참여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

[※ 편집자 주 = 현대 도시의 이면 곳곳에는 쇠퇴로 인한 도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개발, 기존 시설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쇠퇴는 갈수록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쇠퇴한 도시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문화제조창으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연초제조창
문화제조창으로 변신한 충북 청주시 연초제조창

[청주시 제공]

(청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충북 청주시 내덕동은 '담뱃골'로 유명했다. 담배 농사가 성했던 데다 부지 면적 1.36㎢에 24개 건물이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연초제조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창때는 많게는 3천여명의 노동자가 일하며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만들어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가동에 들어가 2004년 문을 닫을 때까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내덕동뿐만 아니라 청주 경제를 이끈 '산업 역군'이었다.

그러나 그 역할을 다한 연초제조창은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10년이 넘도록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야 했다. 노동자로 북적거리며 청주 최고의 상권을 자랑했던 주변 지역도 그 영화를 뒤로한 채 급격히 쇠락을 길을 걸었다. 워낙 부지 면적이 넓고 건물이 많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던 청주시는 세계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을 떠올리는 데 이른다. 테이트 모던처럼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문화 단지로 탈바꿈시키기로 한 것이다.

테이트 모던은 1940년대에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템스강변에 건립됐다가 시대적 역할을 다하면서 1981년 문을 닫은 대형 화력발전소였다.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20년이 넘도록 방치된 골칫거리였으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연간 방문객이 600만명을 넘는, 런던 최고의 문화시설로 자리 잡았고 쇠퇴한 주변 지역을 되살리는 첨병 역할까지 완벽히 해내고 있다.

옛 연초제조창 모습(위), 담배 제조하는 여공들(아래)
옛 연초제조창 모습(위), 담배 제조하는 여공들(아래)

[청주시 제공]

청주시의 '연초제조창 도시재생'은 2014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제기반형 선도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본격화했다. 먼저 2018년 4월 지하 1층∼지상 5층에 전체 면적 5만4천807㎡인 연초제조창 본관동에 대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테이트 모던처럼 건물을 그대로 살린 채 내부의 불필요한 시설을 들어내고 전기, 기계 등을 재설치하는 방식이었다.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연초제조창의 상징이었던 20m가량 높이의 굴뚝도 원형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1층에는 아트숍, 음식점, 서점, 의류 및 액세서리 등의 각종 판매시설을 설치해 상업과 문화의 복합 기능을 하도록 했다. 2층 전체는 청주시청 제2임시청사로 쓰고 있다. 3층과 4층은 다양한 대형 행사와 전시가 이뤄지는 전시관과 공예관, 다양한 공예인들의 입주시설이 어우러지는 '공예 클러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공예비엔날레와 공예페어 등을 열어 연간 30여만명의 입장객을 유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5층은 열린도서관, 미디어센터, 다목적공연장, 키즈카페 등이 있는 복합커뮤니티 라운지이다. 특히 열린도서관은 독특하고 편안한 구조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리츠 방식을 도입한 것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시는 현물로 55억원만을 투자하고 나머지 1천억가량의 사업비는 주택도시기금 및 LH의 출자 및 융자, 민간 자본 등으로 충당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행정기관의 사업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민간도 도시재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제1호 민간 참여 도시재생사업'이다.

문화제조창 본관동
문화제조창 본관동

[촬영 = 백도인 기자]

본관동 왼쪽 건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청주관)을 유치했다. 청주관은 수도권 외에 만들어진 첫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기도 하다. 577억원을 들여 지상 5층에 연면적 1만9천855㎡ 규모로 조성됐으며, 수장실과 보존과학공간, 기획전시실, 조사연구 공간인 라키비움 등을 갖췄다. 특히 청주관은 국내 최초로 수장형 미술관 개념을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는 미술관 출입제한 구역인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개방해 미술관 소장품을 수장 상태 그대로 감상하고 유화 보존 처리 과정과 유기·무기 분석 과정도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관 이듬해인 2020년 한 해에만 22만여명이 입장하면서 '테이트 모던'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담뱃잎을 저장했던 7개의 창고는 시민예술촌으로 변모시켰다. 이 역시 1900년대의 목조 건물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시대에 맞는 감성으로 내부를 꾸미는 방식을 채택했다. 하나는 다목적실, 랩실, 갤러리실 등으로 대관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또 하나는 공연예술 연습공간으로 만들어 예술가와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기는 생활문화센터, 마켓플레이스, 창작 플랫폼 등으로도 각각 개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촬영 = 백도인 기자]

시민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1천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인근의 도로들도 확장했다. 정면에는 대형 광장을 조성해 방문객에게 쉼터와 놀이터 역할을 하게 했다. 이 광장을 만들기 위해 본관동 맞은 편에 있었던 건물들은 모두 헐어냈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이곳에서는 연간 20∼30개의 각종 축제와 이벤트가 개최된다.

강민정(40·여)씨는 "널찍한 광장과 넉넉한 주차장, 적당한 상업시설을 갖추고 있어 쾌적하고 편리한 데다 아이들과 함께 즐길 행사들도 자주 열린다"면서 "주변에 이런 시설이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강씨는 "연초제조창을 민간에 넘겨 아파트나 대형 유통점 같은 시설로 바꿨다면 이런 즐거움과 여유는 누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를 시민에게 돌려준 것은 참 잘한 일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1년 먼저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열었던 연면적 5만637㎡ 규모의 첨단문화산업단지도 문화제조창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첨단문화산업단지는 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로 전체 99개의 입주 공간에 90여개의 문화 관련 기관과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최근 5년 동안의 매출 총액이 3천280여억원에 이를 만큼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옛 기둥을 그대로 살린 채 조성된 본관동의 상업시설들
옛 기둥을 그대로 살린 채 조성된 본관동의 상업시설들

[촬영 = 백도인 기자]

최혜림 청주시 재생성장과 주무관은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대규모 문화시설들을 집적화하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특히 전국적으로 수많은 연초제조창이 흔적이 없이 사라졌지만 우리는 원형을 보존한 가운데 이를 문화 기지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청주시가 애초 그린 청사진인 '문화와 상업의 복합공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복합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는 민간 자본 1천700여억원을 유치해 본관동 오른쪽 1만1천여㎡ 부지와 건물들을 숙박, 업무, 판매 기능을 함께 하는 시설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타당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건물이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빠져나간 본관동의 상업시설을 채우는 것도 과제다. 적절한 수준의 상업시설은 이용객의 편리성을 더해주고 전체적으로 활력을 더해주는 요소라는 점에서 청주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산재한 문화시설들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며 문화제조창의 콘텐츠를 질적·양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쇠퇴가 가속화하는 주변 구도심의 활성화를 선도하겠다는 애초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핵심과제다.

독특한 디자인의 열린도서관
독특한 디자인의 열린도서관

[촬영 = 백도인 기자]

최 주무관은 "공교롭게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몇몇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된 만큼 빠르게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에 맞춰 종합적인 활성화 방안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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