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연인들의 성지' 김해와 진해
(김해·진해=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달달한 로맨스를 꿈꾸는 사람들은 경남 지역의 숨은 관광지들을 주목해볼 일이다.
2천년 전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국경 없는 로맨스의 배경이 된 김해와 연인들의 성지가 된 진해 여좌천 등이 그곳이다.
이 두 곳은 최근 '한국관광 100선' 관광지로도 선정됐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내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우수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하는 사업이다.
![독특한 입체감 느낄 수 있는 가야테마파크의 '익사이팅 플라잉'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0.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1_i_P2.jpg)
◇ 2천년 전 김수로왕·허왕후 로맨스 배경지 김해
김해국제공항과 인접한 경남 김해시는 허왕후와 김수로왕 로맨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편에 따르면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龜旨峰·사적 제429호)은 가락국의 시조가 된 성소다.
가락국기에는 구지봉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황금알이 발견됐고, 알은 모두 6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서기 42년 금관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으로,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다는 설이다.
김수로왕은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공주 허왕후와 결혼했는데, 한국 성씨 가운데 하나인 허씨의 시조라는 설이 전해진다.
이들은 아들 10명을 낳았는데 2명이 어머니의 성을 따랐기 때문에 당시 허황후의 영향력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해에는 이런 배경을 지닌 가야국을 테마로 만들어진 테마파크가 있다.
이 가야테마파크는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객이 자주 찾는 관광지 중 하나다.
'외국 관광객이 하필이면 이런 덜 알려진 테마파크를?'
이런 의문은 테마파크를 찾자마자 싹 씻겼다.
![김수로왕릉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9.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2_i_P2.jpg)
이곳에는 지상 20여m 높이를 줄에 매달린 채 고공 활강하는 '익사이팅 플라잉'(집라인)이 있었다.
오가는 길이는 약 500m, 복잡한 테마파크 하늘에 매달린 채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다 보면 궁궐 위를 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동남아 관광객이 즐겨하는 프로그램은 따로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고공 활강 놀이기구보다 미술공연 '페인터즈 가야왕국'을 더 좋아한다.
!['훈남' 4명이 힘찬 몸짓으로 춤추며 그림을 그리는 '페인터즈 가야왕국'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8.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3_i_P2.jpg)
잘생긴 '훈남' 4명이 힘찬 몸짓으로 춤추며 그림을 그리는 미술공연이다.
대만의 '보락국제' 여행사 가이드 이소정 씨는 "건장한 남성들이 춤추며 미술 활동을 하는 모습에서 관광객들은 K컬처를 떠올리는 듯하다"면서 "특히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환호하는 여성 관광객이 많다"고 말했다.
가야테마파크 바로 옆에는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분산성이 있다.
해발 326.9m로, 그다지 높지도 않아 간편하게 산책하기 좋은 이곳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노을 맛집'으로 뜨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둘레 923m, 폭 8m의 성벽이 있다. 성벽에 올라서면 김해평야와 시가지, 창원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려 박위 장군이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증축했다고 알려진다.
아름다운 성벽에 S자로 굽이치는 장면과 저 멀리 벚꽃이 핀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잘 어울렸다.
연인들의 숨은 데이트 코스로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낀 분산성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7.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4_i_P2.jpg)
◇ 대만 관광객 사랑받는 진해
최근 매스컴을 통해 진해 군항제를 찾는 대만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수만 명의 대만 관광객은 지난달 벚꽃 관광 명소인 창원시 진해구의 여좌천, 경화동 철길뿐만 아니라 진해 곳곳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한국인 절반, 대만인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만 관광객이 많았다.
또 노랑머리 서양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린천푸(林晨富) 주한타이베이대표부 총영사 일행도 군항제 기간 진해를 방문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여좌천 찾은 동남아 관광객들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6.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5_i_P2.jpg)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도권과 제주 등지 위주로 찾던 외국인들이 경남 지역 곳곳을 찾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일본에 대한 호감이 많은 대만 관광객에게 벚꽃 명소가 먹힌 듯하다"면서 "K컬처까지 함께 접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최근 대만 여행객들 사이에 커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대만 관광객이 대거 몰려온 것은 최근 중화항공이 김해-타이베이 노선 재운항을 기념해 자국 관광객을 상대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 정부가 설립한 국적 항공사인 중화항공이 김해-타이베이 노선에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원해루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5.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6_i_P2.jpg)
지난해 대만 지방 선거에서 장제스의 증손자인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이 당선된 영향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역사적으로도 사실 진해는 대만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49년 8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대만 장제스 총통이 회담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공산주의 총칼 앞에 선 아시아 민족들의 공동 대응 등을 논의했다.
대만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곳은 벚꽃 명소 외에도 장 총통이 다녀갔다는 중국집 원해루도 있다.
이곳은 이 전 대통령과 장 총통이 회담 후 비공식 만찬을 한 곳이다.
6·25 전쟁 때 중공군 포로였던 장철현 씨가 1956년 영해루라는 이름으로 개업했던 중국집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름을 바꾼 이곳은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뾰족집'으로 불렸던 옛 수양회관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4.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7_i_P2.jpg)
원해루에서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에는 지붕 모양이 뾰족해 '뾰족집'으로 불렸던 옛 수양회관 건물이 있다.
1938년 지어진 이 집은 6각 형태의 누각이 있는 중국풍 건물이다.
문화재는 아니지만 독특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진해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적산 가옥을 그대로 살린 디저트 가게 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오직 팥을 테마로 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이곳은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젊은이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품질 좋은 팥을 재료로 불리고 쒀 옛 맛 그대로의 팥빙수를 만든다.
옛 팥빙수를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옛날 방식 그대로의 팥빙수 [사진/성연재 기자]](http://img3.yna.co.kr/etc/inner/KR/2023/04/13/AKR20230413066100805_08_i_P2.jpg)
몇 년 만에 다시 가 봤는데도 가격이 달라지지 않았다.
맛도 여전히 좋았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5/17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