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마이더스] 발생(發生)

송고시간2023-04-01 10:30

벚꽃 만개한 제주대 캠퍼스
벚꽃 만개한 제주대 캠퍼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7일 오전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광장에서 학생들이 벚꽃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2023.3.27 jihopark@yna.co.kr

생겨나는 일, 또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 낱말이 발생(發生)이다. 자주 쓰는 한자어다. 사건이나 사고가 벌어지는 일이나 그런 상황이다. 대개는 돌출하는 경우다. 없다가 문득 생겨나는 것을 가리킨다.

단어를 이루는 글자 둘은 모양새가 뚜렷하다. 앞의 發(발)은 인류 사회의 초기부터 줄곧 등장한 싸움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우선 글자 윗부분은 사람의 발자취, 아래 요소는 활을 잡고 쏘는 행동을 가리켰다고 푼다. 그래서 싸움에 나선 사람이 활을 잡고 상대를 향해 쏘는 동작이다.

이로부터 퍼진 새김이 '생겨나다' '시작하다' '벌어지다' 등이다. 시작해서 줄곧 펼쳐지는 경우를 발전(發展), 처음의 움직임을 발동(發動),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을 발명(發明), 있었으나 줄곧 보지 못하다가 처음 알아내는 일을 발견(發見)이라고 하는 연유다.

둘째 글자 生(생) 역시 마찬가지다. 땅에서 움을 틔워 돋아나는 식생(植生)을 표현한 글자라고 본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것이 새싹처럼 돋아나는 상황이나 경우를 지칭할 때 자주 쓰는 글자다. 용례는 앞의 글자보다 더 광범위하다. 그렇게 움을 틔워 자라난 생명체, 또는 그런 활동 등을 두루 지칭하는 글자다.

따라서 발생(發生)이라는 단어는 나타나고, 자라나며, 생겨나고, 번지거나, 퍼지는 모든 사물과 행위의 처음을 가리킨다. 계절과 관련을 지을 때 이 단어는 봄의 동의어로 곧잘 등장한다.

인구에 늘 회자하는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작품에서도 그렇다. 봄날의 한밤에 맞는 기쁜 비를 그린 작품이다. 제목은 '춘야희우'(春夜喜雨)다. 가물었던 시절의 비, 또한 만물이 자라야 할 봄날의 밤에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비다.

두보는 작품 첫 단락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지, 봄을 맞아 틔우도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라고 감탄한다.

그에 앞선 시대의 문인 등도 봄을 발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적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발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봄을 지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봄의 별칭을 여기서 다 적을 수는 없다. 꽤 많아서다. 그런데도 싹을 틔워 자라나는 식생과 관련이 있는 단어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우선 발절(發節)이다. 식생이 자라나는 계절이라는 뜻,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가 시작하는 때라는 새김이 담겼다. 발생진(發生辰)이라고 해도 그렇다. 만물이 자라기 시작하는 무렵(辰)이라는 맥락이다. 꽃이 피어나는 때라고 해서 방절(芳節)이라고도 한다.

때로는 화월(花月)로도 적는다. 꽃이 피는 절후라는 뜻이다. 아예 방춘(芳春)으로 적을 때도 있다. 창천(蒼天)이라고 하면 '푸른 하늘'이라는 새김도 있지만, 식생이 푸릇푸릇 돋아나는 날씨나 그런 무렵이라는 뜻도 있다. 역시 봄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무엇이 자라나는 것은 좋기도 하지만 경계해야 할 때도 있다.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면 변화의 시작이다. 안정적인 상황이 무엇인가 새로 자라면서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관리의 능력이 필요하다. 식생 또한 일정한 관리의 기술인 농사(農事)의 손길을 거쳐야 곡식이나 과일로 자라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올해 우리의 봄은 어떨까. 여느 때와 같이 곧 자라서 번지는 것이 눈앞에 가득 펼쳐질 모양이다. 마구 번지는 상황이 벌어질까, 아니면 차분하게 틀에 내려 앉혀 조용한 발전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 봄 또한 우리 사회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절이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 대표

유광종 종로문화재단 대표
유광종 종로문화재단 대표

전 중앙일보 타이베이·베이징 특파원, 논설위원
<한자본색> <유광종의 지하철 한자 여행>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 등 저서 다수 [종로문화재단 제공]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오래 머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