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10대들 젊음앗은 연탄가스중독사고…안전불감 인재에도 처벌없어

송고시간2023-03-29 10:53

beta

2년 전 강원 삼척시 도계읍 대한석탄공사 소유 아파트에서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로 숨진 A(당시 18)양의 어머니(47)는 석탄공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어렵사리 승소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A양과 B군의 젊음을 앗아간 원인이 아랫집에서 올라온 연탄가스가 새어 나온 낡은 배관임이 밝혀지면서 주변의 수군거림은 잦아들었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아무도 죄가 없다'는 수사 결과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은 또다시 꽃다운 10대들의 젊음을 앗아갔지만, 이번에도 수사기관은 석탄공사에 죗값을 묻지 않았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석탄공사 소유 아파트 노후 배관이 원인…경찰은 '불입건' 결정

피해자들 "안전조치 미이행→사고 재발 밝혀졌는데 이해 불가"

2021년 사고가 난 아파트의 연탄보일러
2021년 사고가 난 아파트의 연탄보일러

[원고 측 소송대리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척=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민사소송이 오래 걸렸어요. 석탄공사에 잘못이 있다는 판결받았을 때 조금 안심이 되면서도 그래도 우리 딸의 죽음이…아직 사과한 사람은 없지만…살아 있다면 자기 삶을 펼쳤을 텐데…"

2년 전 강원 삼척시 도계읍 대한석탄공사 소유 아파트에서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로 숨진 A(당시 18)양의 어머니(47)는 석탄공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어렵사리 승소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남은 상처를 극복하기에 2년은 짧았고, 고통을 잊기에는 그 상처가 너무 컸다.

"쓰러진 아이들 주변에 가스버너랑 부탄가스가 있었는데 그것만 보고는 다들 처음에는 극단적 선택이라고만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우리 아이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A양과 함께 쓰러진 채 발견된 B(당시 19)군의 아버지(44)도 "가슴을 치죠…평생 제 아들이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뭐라고 말을 참…어이가 없죠…애가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데 답답하고 그렇습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저산소성 뇌 손상 진단을 받은 B군은 1개월 만에 깨어나 꼬박 1년을 치료와 재활에 매진, 이제는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으나 노동력을 상실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A양과 B군의 젊음을 앗아간 원인이 아랫집에서 올라온 연탄가스가 새어 나온 낡은 배관임이 밝혀지면서 주변의 수군거림은 잦아들었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아무도 죄가 없다'는 수사 결과였다.

2021년 사고 당시 노후화로 연결이 분리된 연통
2021년 사고 당시 노후화로 연결이 분리된 연통

[원고 측 소송대리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불입건 근거로 배관이 빠질 것으로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불가능한 점을 들면서 석탄공사 측에 일산화탄소 중독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어떤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B군이 지인 C씨의 일을 도와주면서 이 아파트를 함께 사용했는데, C씨가 석탄공사와 정식 임대차 계약 없이 사실상 무단으로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면죄부를 준 이유였다.

경찰은 임차인이 가스누출 조치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건물 하자의 정도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수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경우, 하자로 인한 위험성의 징후가 없었던 경우 판례상 대부분 임대인의 과실을 부정한다는 점도 불입건 사유로 삼았다.

정작 약 10년 전 석탄공사가 소유한 바로 옆 아파트에서 판박이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졌고, 석탄공사 측이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나왔으나 그 이후로 아무런 안전조치가 없었던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아래층과 이어진 연탄보일러 연통의 벌어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온 연탄가스에 사망한 2012년 사건과 2021년 사건.

2012년 사건 이후 정기적으로 연탄보일러 설치 세대의 배관을 점검하거나 가스 유출에 대비한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석탄공사.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실은 또다시 꽃다운 10대들의 젊음을 앗아갔지만, 이번에도 수사기관은 석탄공사에 죗값을 묻지 않았다.

대한석탄공사
대한석탄공사

[연합뉴스TV 캡처]

A양과 B군의 부모는 1년 6개월여에 걸친 민사소송 끝에 '승소'라는 두 글자를 받았으나 아직 어떠한 '사과'도 받은 건 없다.

그사이 석탄공사는 뒤늦게 도계읍에 있는 아파트 총 3곳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여 연탄보일러 설치 33세대와 기름보일러 설치 4세대, 기타 고장이나 파손된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10세대를 확인하고, 이를 전부 신규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다.

이에 A양과 B군의 부모는 석탄공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중심 류재율 변호사는 29일 "석탄공사가 관리하는 건물에서 노후화로 인해 2012년에 이미 아랫집 연탄가스로 윗집 거주자가 숨졌고, 그 재판에서 석탄공사에 과실이 있다는 점도 인정됐다"며 "그런데도 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제대로 인지했다면, 수사기관에서는 최소한 석탄공사를 입건해서 수사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입건조차 하지 않은 건 유가족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onany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오래 머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