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산불 1년] ④ 강원 방화범 '12년형' 확정…경북 산불은 '미궁'
송고시간2023-02-26 07:00
울진, 강릉 등 4개 시군 피해 2만523㏊…서울 ⅓ 타
산림당국 울진·삼척 산불 발화원인 조사에 집중…결론 못내
(울진·강릉=연합뉴스) 손대성 박영서 기자 = 지난해 3월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까지 번진 산불과 비슷한 시기에 강원 강릉과 동해에서 방화로 난 산불을 더한 동해안 산불이 발생한지 1년이 다 됐다.
울진·삼척 산불은 현재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강원 강릉과 동해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을 낸 주민에게는 징역형이 확정됐다.
◇ 울진 산불 수사 1년째…뚜렷한 증거 확보 못해
26일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4일부터 13일까지 213시간 동안 이어진 동해안 산불은 산불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피해 면적은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천794ha)에 이어 2번째로 큰 수준인 2만523ha다.
이 면적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울진·삼척산불과 방화로 발생한 강릉·동해산불 피해면적을 모두 합친 것이다.
동해안 산불 피해면적은 여의도(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 면적의 70배, 축구장(0.714㏊)을 2만8천744개 모아놓은 넓이다.
서울 면적(6만500㏊)의 33.9%, 즉 ⅓이 탄 셈이다.
큰 피해를 남긴 만큼 산림당국은 진화 과정에서부터 울진·삼척 산불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해왔다.
산림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산불방지기술협회 등과 합동으로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감식을 벌였다.
또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불이 시작될 당시 인근 도로를 지난 차량 4대를 추적해 운전자나 동승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등 탐문 수사를 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된 현재까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번개나 페트병 등에 의한 자연 발화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운전자나 동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동해안산불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산불과 관련해서는 아쉽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결론이 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 강릉·동해 산불 낸 60대 중형 선고
반면 지난해 3월 강원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을 낸 60대의 형량이 징역 12년으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산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61)씨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5일 오전 1시 7분께 강릉 옥계면에서 토치 등으로 자택, 빈집, 창고에 불을 낸 데 이어 산림에도 불을 질러 대형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의 범행으로 강릉지역 주택 6채와 산림 1천455㏊가 타 111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나고, 동해지역 주택 74채와 산림 2천735㏊가 잿더미가 돼 283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의 어머니(86)는 산불 대피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수사 결과 이씨는 고립된 생활환경에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주민들에 대한 누적된 적대감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범행 전부터 어머니와 미리 상의했고, 범행 뒤 어머니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사정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으나 1·2심은 "산불 피해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상당한 손해를 입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중형을 내렸다.
◇ 실화자 법정 세워도 유죄 확정 어려워
어렵게 실화자를 특정해 법정에 세우더라도 혐의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2019년 4월 축구장 면적(0.714㏊) 1천700배가 넘는 산림 1천260㏊(1천260만㎡)를 잿더미로 만든 강원 고성산불 사건과 관련해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한전 직원들은 지난 1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년에 걸친 1·2심 재판 결과 법원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산불 이재민 단체인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가해자가 없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심판"이라며 지난 20일 춘천지법 앞에서 판결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2020년 1월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춘천지법 속초지원 앞에서는 지난 13일부터 1심 판결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2019년 4월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이재민들이 조속한 1심 판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한 13일 김경혁 이재민 대표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2023.2.13 [4ㆍ4산불이재민대책위원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sds123@yna.co.kr,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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