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환경피해 67조"…첫 전시 생태계 파괴 조사
송고시간2023-02-21 14:40
기후변화 악화에도 한몫…지금까지 CO₂방출량 3천300만t
생태계 파괴 범죄로 국제형사법정에 러시아 기소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우크라이나 환경부와 과학자,변호사, 환경단체 등이 조사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환경 피해액은 514억달러(약66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발표된 환경피해 사례 중에는 독성 연기, 오염된 강, 토양 중독, 새까맣게 탄 나무 그루터기, 포탄 구덩이 곰보가 된 자연 보전지역 등이 포함됐다.
역대 전쟁에서 전시 환경 파괴 내역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실시된 경우는 이번이 첫 사례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 1년간 전쟁의 결과로 우크라이나는 32만104개의 폭발물 충격을 견뎌야 했다.
또 17만4천㎢에 달하는 국토의 3분의 1 정도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됐다.
자연 보전지 106곳, 습지 16곳, 생물권 2곳 등이 파괴 위험에 처했다.
동물 600종과 식물 880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과학 연구, 정보기술 등을 활용한 전시 환경파괴 조사로는 역대 가장 자세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베트남전에서는 고엽제 사용에 따른 산림 황폐화, 걸프전에선 석유 유정 화재가 각각 주목을 받았으나 이번처럼 시민사회·대학·정부가 함께 나서 종합적으로 환경 피해 평가를 하진 않았다.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시민들에게 침략국 러시아의 '생태계 파괴'를 신고해달라고 핫라인까지 개설했다. 지금까지 2천30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대(對)러시아 선전전 측면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흐름을 배경으로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권위주의 국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연환경을 지키려는 '민주국가' 우크라이나를 대비시키는 프레임이다.
또 전후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단죄하는데 생태계 파괴 범죄를 포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지 전시 선전전을 넘어서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의 가치를 일깨우는 의의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환경파괴 조사는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포탄이 오가는 분쟁지역에 접근해야 하고 도처에 불발탄과 지뢰가 있기 때문이다.
경관생태학자 카테리나 폴리안스카는 처음에는 위성사진 이미지로 환경피해를 조사하다가 현장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 등의 독성 화학물질 피해를 조사하려고 때로 깊이 3m가 넘는 포탄 구덩이 20곳에 들어갔다면서 "처음에는 포탄 구덩이를 무서워했지만, 이제는 포탄 구덩이 전문가가 다 됐다"고 농담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나중에 토양을 회복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개울을 주민들에게 경고하는 데 쓰인다.
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전국적으로 환경지도를 구축, 주민들에게 어디에서 전시 환경 파괴가 진행되는지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주요 산업지대인 오데사, 도네츠크, 르비우 등에는 러시아의 포격 등으로 인한 화학공장 등 파괴로 발암물질 벤조피렌 등 독성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 나가 있다.
공습 등으로 인한 산불 피해도 커 동부 루한스크주 1만7천ha(170㎢)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200만ha(2만㎢)이상의 숲이 잿더미로 변했다.
환경 피해 중 가장 큰 걱정거리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규모 자포리자 원전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전쟁 와중에 화재, 전력선 손상의 피해를 보고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인근 저수지의 낮은 수위로 인해 냉각시스템마저 위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형사법정에 생태계 파괴범죄로 러시아를 기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아직 생태계 파괴범죄가 확립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환경위원회 담당 의원의 노력 덕분에 유럽평의회에서 생태계 파괴에 관한 문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등 몇몇 옛소련 국가는 이미 생태계 파괴 범죄를 법제화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에 근거에 나중에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을 기소하고 그들에게서 환경 복원세를 거둘 방침이다.
이번 전쟁은 기후변화 악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CO₂) 3천300만t(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됐고 전후 재건으로 4천870만t이 방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은 조용한 희생자임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보여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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