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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세련된 문화공간 새록새록한 남해

송고시간2023-03-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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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는 뜻밖에도 문화 공간이 많다.

도시에서나 볼 법한 세련된 복합문화공간에서 예술작품, 음반 재킷, 클래식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골 동네가 남해다.

어촌 포구의 곶에 건축한 LP 박물관, 항구의 냉동창고 건물을 재생한 전시공연장, 농촌 폐교를 되살린 미술관 등 자연 속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쉼터들이 남해에는 새록새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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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미조항과 '스페이스 미조'의 야경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 미조항과 '스페이스 미조'의 야경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여수, 하동, 사천 사이에 있는 남해군은 남해도, 창선도, 초양도 등 여러 개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하동과는 남해대교와 노량대교, 사천과는 삼천포대교로 이어져 있다.

남해에는 뜻밖에도 문화 공간이 많다. 도시에서나 볼 법한 세련된 복합문화공간에서 예술작품, 음반 재킷, 클래식 공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골 동네가 남해다.

어촌 포구의 곶에 건축한 LP 박물관, 항구의 냉동창고 건물을 재생한 전시공연장, 농촌 폐교를 되살린 미술관 등 자연 속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쉼터들이 남해에는 새록새록 하다.

◇ 남해 바다와 LP의 만남…'라키비움 남해'

장포항에 자리잡은 '라키비움 남해' [사진/진성철 기자]

장포항에 자리잡은 '라키비움 남해'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군의 창선면 해안 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장포항의 바다로 삐져나온 북쪽 곶에 필로티 구조의 둥글게 휜 건물이 보인다. 장포항 해안선의 아름다움을 담아 곡선 형태로 새로 건축한 '라키비움 남해'다.

라키비움 남해의 1층 카페와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라키비움 남해의 1층 카페와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라키비움 남해는 LP 박물관, 갤러리, 카페, 베이커리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바다가 보이는 휴식처다.

'라키비움'(Larchiveveum)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합성한 말이다. 올해 1월 말 문을 열었다.

라키비움에서는 LP의 음반 재킷과 젊은 신진 작가들의 설치미술, 그림, 조형 작품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라키비움 남해의 1층 카페와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라키비움 남해의 1층 카페와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LP 박물관 겸 카페인 1층에 들어서면 이수만, 이미자, 은방울 자매 등 1천여 장의 옛날 LP들을 볼 수 있다. 벽면 가득 전시된 가요, 팝, 클래식 등 옛 LP 재킷들을 구경할 수 있다. MBC경남에서 1968년부터 보관해오다 기증한 1만2천여 장의 LP 중 일부다. 라키비움 측은 이 LP들을 순환 전시할 계획이다. 카페는 브라운핸즈 그룹에서 운영한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2층 갤러리 [사진/진성철 기자]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2층 갤러리 [사진/진성철 기자]

2층은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 겸 카페다. 바다 쪽 벽은 큰 창을 내었고, 나머지 벽에는 그림을 걸었다.

1층 로비에 전시된 이구예나 소속 작가 코마의 매혹적인 수면 '검은 베게' [사진/진성철 기자]

1층 로비에 전시된 이구예나 소속 작가 코마의 매혹적인 수면 '검은 베게' [사진/진성철 기자]

건물의 로비와 야외 공간에서도 예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순수미술 프로젝트팀인 이구예나(IGUYENA) 소속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기래 명장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의 소금빵 [사진/진성철 기자]

조기래 명장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의 소금빵 [사진/진성철 기자]

아시아 제빵 제과 기술 명장에 선정된 조기래 명장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베이커리도 있다. 남해에서 생산된 마늘을 재료로 만든 육쪽마늘빵, 소금빵, 딸기타르트 등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다.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전시된 LP [사진/진성철 기자]

전시된 옛날 LP를 직접 들어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라키비움 측은 LP가 오래돼 파손 위험이 있고, 재생 가능한 턴테이블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아직 준비 중이라고 했다. 큐레이터가 음반을 골라 들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키비움 남해 앞 바다 풍경 [사진/진성철 기자]

라키비움 남해 앞 바다 풍경 [사진/진성철 기자]

라키비움 남해의 루프톱으로 올라가 보니 장포항과 함께 바다 건너 사량도, 사천,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 냉동창고에서 전시공연장으로 되살아난 '스페이스 미조'

미조항에서 만나는 스페이스 미조 [사진/진성철 기자]

미조항에서 만나는 스페이스 미조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군의 가장 남쪽에 미조항이 있다.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미조항은 남해의 어업 전진기지 중 하나다. 여행자가 일부러 찾지 않는다면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다.

여느 어촌 항구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여기에 스페이스 미조가 있다.

스페이스 미조 루프톱에서 바라본 미조항 [사진/진성철 기자]

스페이스 미조 루프톱에서 바라본 미조항 [사진/진성철 기자]

스페이스 미조는 예전엔 수산물을 보관하던 냉동창고였다. 쓰임새가 없어져 버려졌던 건물이었다. 재생사업을 통해 미조항을 바라보며 전시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4층 높이, 600평 넓이의 냉동창고였던 탓에 스페이스 미조의 규모는 크다. 하지만 바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건물은 어선들, 수산물 운반차, 수협 위판장, 그리고 갈매기들 사이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이보리색의 밝고 환한 외벽과 넓은 창은 한낮에는 옥빛 바다와 어우러져 빛났고, 저녁에는 잔잔한 파도에 흔들리는 어선들처럼 남해의 바다 물결 위에 떠 있는 듯했다.

과거 냉동창고였던 흔적을 보여주는 녹슨 열교환기 [사진/진성철 기자]

과거 냉동창고였던 흔적을 보여주는 녹슨 열교환기 [사진/진성철 기자]

스페이스 미조의 1층은 전시장인 워프와 카페 플랫포트다. 그 사이 통로에는 과거 냉동창고의 흔적을 보여주는 녹슨 열교환기가 작품처럼 2층 천장까지 전시돼 있다.

방문한 날에는 네덜란드 작가 베른나우트 스밀데(Berndnaut Smilde)가 전시작 '승화'(Sublimation)를 준비하고 있었다. 스밀데 씨는 "오래전 냉동창고의 모습이 남아 현재와 잘 어우러지는 것과 미조항의 주변 환경이 좋았다"며 스페이스 미조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1층 전시장 워프. 유리로 된 벽을 통해 미조항이 보인다. [사진/진성철 기자]

1층 전시장 워프. 유리로 된 벽을 통해 미조항이 보인다. [사진/진성철 기자]

스페이스 미조 측은 1층 홀의 높은 층고와 천장, 큰 창은 미조항 바다와 산의 풍광을 전시장 안으로 받아들여 평면작품뿐 아니라 입체 설치 작품에도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3층에는 또 다른 전시공간인 워프 투와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워프 플러스가 있다. 이곳은 대관도 가능하다. 2층은 작가들이 거주하는 레지던스셀이다.

다래와 해당화 에이드 [사진/진성철 기자]

다래와 해당화 에이드 [사진/진성철 기자]

1층 플랫포트에서 스페이스 미조의 시그니처 메뉴인 '다래와 해당화 에이드'를 주문했다. 에이드에는 남해에서 재배한 샛노란 참다래와 알사탕처럼 동그란 얼음 속에 핑크빛 해당화 진액이 들어있었다.

사방이 통유리로 된 4층의 다이닝 펍 오스모스에 올라가 앉았다. 남해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에이드를 마시니 해당화와 참다래가 더 달콤상큼하게 입안으로 들어왔다.

4층 다이닝 펍 오스모스 [사진/진성철 기자]

4층 다이닝 펍 오스모스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에서도 외진 위치와 불편한 교통 여건으로 운영이 쉽지 않다고 이제 막 돌을 지난 스페이스 미조 측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런 탓에 애초에 계획했던 브런치와 다이닝 펍은 중단됐다.

많은 여행자가 이곳을 찾아 스페이스 미조가 성공한 농어촌 지역 재생사업의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에서 바라본 노을과 죽방렴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에서 바라본 노을과 죽방렴 [사진/진성철 기자]

◇ 캠핑과 미술체험, 전시 관람을 한 곳에서…'뮤지엄남해앤동창선아트스테이'

뮤지엄남해앤동창선아트스테이 [사진/진성철 기자]

뮤지엄남해앤동창선아트스테이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의 고사리밭으로 이름난 농촌인 연곡리에 뮤지엄남해앤동창선아트스테이가 있다.

뮤지엄남해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이자 미술관, 그리고 작가들이 머물면서 예술 활동을 하는 곳이다.

폐교를 되살린 만큼 넓은 운동장에는 캠핑장과 피크닉장이 있고,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과 놀이터도 있다.

'킬링멜로디' 전을 소개하는 민소킴 작가 [사진/진성철 기자]

'킬링멜로디' 전을 소개하는 민소킴 작가 [사진/진성철 기자]

1층 한편에는 교실 2개 반 크기의 전시실이 있다. 3월 말까지는 민소킴 작가의 '킬링멜로디'전이 열린다. '킬링멜로디'는 작가 본인의 우울증과 조울증 극복을 담은 다매체 작품이다. 동화 속 호수 풍경과 인형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요술봉, 애완견이 된 방석, 자신만의 우울증 치료약을 제조하는 법을 소개하는 영상 등이 전시실 벽면, 천장, 바닥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고사리밭으로 유명한 창선면 연곡리에 자리한 뮤지엄남해 [사진/진성철 기자]

고사리밭으로 유명한 창선면 연곡리에 자리한 뮤지엄남해 [사진/진성철 기자]

민소킴 작가는 뮤지엄남해에서 진행했던 '청년 작가 자발적 유배 프로젝트' 출신이다. 뮤지엄남해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자발적 유배 생활 동안 도시와는 다른 시골에 발이 묶이다 보니 오히려 창작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드로잉체험 카페 [사진/진성철 기자]

드로잉체험 카페 [사진/진성철 기자]

1층 전시장 맞은편은 드로잉 체험 카페다. 2만 원을 내면 시간제한 없이 한가로이 카페에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모든 재료는 뮤지엄남해에서 준비해 준다. 따로 지도를 해주지는 않는다.

2층은 미술체험 공간과 작가들의 거주 공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캐릭터 키링 [사진/진성철 기자]

아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캐릭터 키링 [사진/진성철 기자]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영 작가는 캠핑 온 아이들이 그림그리기뿐만 아니라 자신의 띠를 상징하는 캐릭터 키링, 나무 도시락통 등을 만들며 아주 즐거워한다고 얘기했다. 뮤지엄남해는 지역 아이들, 주민들에게도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보건소에서 미술관으로…'바래길 작은미술관'

작은 항구인 평산항에 위치한 바래길 작은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작은 항구인 평산항에 위치한 바래길 작은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남해를 구성하는 섬 중 하나인 남해도 서쪽 편에 있는 평산항에는 옛날 보건소에서 미술관으로 변모한 바래길 작은미술관이 있다.

바래란 말은 어머니들이 물때에 맞춰 갯벌에서 파래나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남해 토속어다. 남해군은 남해의 도보 여행길을 '바래길'이라 이름 지었다.

보건소를 재생한 바래길 작은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보건소를 재생한 바래길 작은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2015년 개관한 작은미술관은 이제는 남해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문화 쉼터다. 지난해에는 한 작가가 평산항 사람들 전체의 초상화를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 전시공간을 구하기 힘든 지역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되는 미술관이다.

시골의 작은 보건소였던 탓에 전시실 규모가 작다. 3~4평 규모의 아늑한 전시실이 된 진찰실, 주사실 등이 남해 주민들뿐만 아니라 바래길을 지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 남해의 산골바람을 간직한 '바람흔적 미술관'

바람흔적 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바람흔적 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바람흔적 미술관은 남해의 산골짜기에 있는 내산 저수지 옆에 자리했다. 미술관 마당에는 십여 개의 쇠로 만든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산골바람에 삐걱거리며 돌아간다. 설치미술가 최영호가 바람을 주제로 만든 미술관이다. 2개의 전시실과 공예품 판매점 등이 있다.

바람흔적 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바람흔적 미술관 [사진/진성철 기자]

바람흔적 미술관은 입장료, 대관료가 무료다. 무인으로 운영한다. 현재 2025년까지 전시 일정이 가득 차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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