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이용하면 음악도 객관적 수치로 분석할 수 있죠"
송고시간2023-02-17 10:59
가수 박새별씨, '자연어 처리' 활용 음악 연구로 KAIST서 박사학위
"코로나로 힘들 때 매일 10시간씩 공부…좋은 학자·음악가 되겠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인공지능(AI)을 이용하면 음악도 객관적 수치로 분석할 수 있죠."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가수 박새별(38·문화기술대학원)씨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처럼 음악을 분석·이해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챗GPT처럼 컴퓨터가 인간 언어를 이해·분석하게 만드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음악 멜로디를 텍스트로 표현·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박씨는 "음악은 우리가 듣는(오디오) 개념이 아니라 언어로 치면 A·B·C·D 같은 인간이 가진 하나의 단위로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단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처럼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론을 음악에 사용해 봤다"고 설명했다.
소리의 형태인 음악을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분석하려면 음표·박자 등을 마치 언어처럼 문장·단어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박씨는 이 과정에서 멜투워드(Mel2Word)라는 알고리즘을 직접 고안해 연구에 적용했다.
멜로디를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면 단순하게 음정을 표현하는 소릿값이 아니라 단어 혹은 문장으로서 의미·맥락을 가진 수치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그동안 주관적인 감상·정서의 산물로 여겨진 음악을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해 분석할 수 있는 정량적 틀을 개발한 연구"라며 "향후 음악의 유사성은 물론 독창성·예술성·대중성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고, 인간이 음악에 반응하는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챗GPT처럼 AI가 '나를 위한 노래'를 작곡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박씨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작곡을 아무리 잘해도 어떤 목소리로, 어떤 악기로 어떤 조합을 완성해내느냐는 인간의 영역"이라며 "연주자의 손과 힘 같은 것들로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에, 챗GPT는 인간이 진화하는 방법일 뿐이지 대체하는 영역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5년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한 박씨는 졸업 이후 2012년부터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2019년 학위 이수 요건을 갖췄지만, 연구 완성도를 위해 졸업을 늦춘 끝에 박사과정 9년 만의 결실을 얻게 됐다.
그는 "인문학과 공학을 함께 연구하는 게 어렵긴 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데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향성·비전만 보고 KAIST를 택했다"며 "KAIST 출신은 학부 때부터 기본적으로 배우는 '코딩',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이 제게는 가장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박씨는 2017년부터 백석대 음악 관련 학과에서, 2020년부터 홍익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홍익대 강의는 심리학 기반의 인간관계론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에서 문화기술 과목과 음악 정보 검색 과목을 강의 중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공연·방송들이 자연스럽게 취소돼 아예 AI와 자연어 처리 분야를 새롭게 깊이 파보자는 각오로 매일 10시간씩 공부했다"며 "매일 아침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외치며 지금까지 달려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음악 레이블 '안테나'의 첫 연습생으로 2006년 들어가면서 작곡과 작사를 시작했다.
박씨는 "KAIST에서 석·박사를 했던 10년여의 기간은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면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박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에 좋은 학자·음악가로서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kjun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2/17 10: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