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괴짜 물리학자 파인먼과 영장류학자 구달의 이야기

송고시간2023-02-09 12:59

beta

20세기 과학의 지평을 넓힌 두 학자의 삶을 조명한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평전과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의 자서전이다.

뉴욕타임스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글릭이 쓴 '파인먼 평전'(동아시아)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파인먼(1918~1988)의 삶을 조명한다.

요약 정보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줄인 '세 줄 요약' 기술을 사용합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야 합니다. 제공 = 연합뉴스&줌인터넷®

'파인먼 평전'·'희망의 이유' 출간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동아시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20세기 과학의 지평을 넓힌 두 학자의 삶을 조명한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평전과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의 자서전이다.

뉴욕타임스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글릭이 쓴 '파인먼 평전'(동아시아)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가장 뛰어난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파인먼(1918~1988)의 삶을 조명한다.

파인먼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연결고리를 발견했고, 오늘날 반도체 기술의 기반이 되는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했다. 나노기술의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DNA 돌연변이 기제를 밝히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학자로서만 뛰어났던 건 아니다. 그는 탁월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어려운 내용을 일상적인 용어로 풀어서 설명해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그의 설명은 간결했고, 조리 있었으며 유머러스하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의 강의에는 물리학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몰렸다.

칠판 앞에 선 파인먼
칠판 앞에 선 파인먼

[동아시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세기를 뒤흔든 물리학자이자 교육자였지만, 개인의 삶은 신산했다. 원자 폭탄 제조에 필요한 핵심 방정식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그는 고통에 시달렸다. 낮에는 개구쟁이 소년처럼 흥분을 잘하는 코넬대 교수로, 밤에는 주색잡기에 빠져 신입생 댄스파티를 기웃거리고 술집과 윤락가를 전전하는 망나니로 지냈다. 당대 뛰어난 학자였던 프리먼 다이슨은 그를 두고 "반은 천재, 반은 어릿광대"라고 표현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별도 그에게 큰 상처가 됐다. 그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따뜻한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 문란하고 방탕했던 카사노바의 삶을 살았다.

그는 동료들이 한 달 동안 쩔쩔매던 문제를 한숨에 풀어버리는 최고의 두뇌였지만, 비슷한 천재 취급을 받았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진중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춤꾼처럼 거침없이 표현하길 즐겼고, 브로드웨이식 빠른 말투에 거의 사기꾼 수준의 번드레한 언변을 자랑했다. 한 동료 학자는 그를 별에 비유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말뿐만 아니라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어요. 그런 빛나는 자질을 그리스어로 '아레테'라고 하지 않던가요? 파인먼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노벨상 축하연에서 스웨덴 공주와 함께
노벨상 축하연에서 스웨덴 공주와 함께

[동아시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는 과학 분야의 특출한 천재로 고전 물리학을 완성한 뉴턴,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한 하이젠베르크, 대륙이동설을 제기한 베게너,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 그리고 파인먼을 꼽는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천재 한 명의 등장으로 이룩하는 게 아니라면서 파인먼의 다음과 같은 말을 소개한다.

"과학은 필요할 때 창조됩니다. 우린 서로가 상대방보다 월등히 똑똑한 건 아니거든요."

제인 구달 박사
제인 구달 박사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제인 구달이 직접 쓴 '희망의 이유'(김영사)는 저자의 철학과 신념, 영적 성장을 보여주는 자서전이자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 한 개인의 기록이다. 자연과 동물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어린 시절부터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보낸 나날들, 그의 꿈을 지지해준 남편과 가족, 그와 활동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구달은 인생의 노년에 접어들 무렵인 66세에 이 책을 집필했다. 자연의 경이에 붙들려 아프리카에서 침팬지 연구에 매진했지만 두 남편과의 사별, 침팬지 종족의 전쟁,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파괴 등을 경험했다. 세월은 흘렀고, 실패는 계속 쌓여갔다. 그렇게 수많은 실패 속에서 건져 올린 기록이기에 희망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그런데도 '희망의 이유'(원제: Reason for Hope)라는 제목을 붙인 건 희망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들이 살아 있고, 그 사이로 침팬지들이 노니는 세계, 푸른 하늘이 있고, 어머니인 지구와 위대한 신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힘차게 되새겨 주는 세계"를 꿈꾼다.

구달 박사와 침팬지
구달 박사와 침팬지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희망의 이유'는 20여 년 전 출간된 책에 한국어판 서문을 덧붙여 출간한 개정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점증하는 경제 양극화, 코로나의 발병과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쟁, 환경 파괴가 촉발한 기후 위기 등 암담한 현실을 전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우리 인류가 매우 길고 어두운 터널 입구에 있는 것 같다. 바로 끝에 작은 별이 빛난다. 그것이 희망이다. 그러나 이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터널 입구에 앉아서 그 별이 우리에게 오기만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파인먼 평전 = 756쪽. 양병찬·김민수 옮김.

▲ 희망의 이유 = 412쪽. 박순영 옮김.

buff27@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오래 머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