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대북송금 수사 2라운드, 경기-쌍방울 '대가성' 파악 주력(종합)
송고시간2023-02-06 16:03
金 "800만불 외 최소 50만불 더 보내"…'제3자뇌물' 가능성 거론
檢, 경기도의 쌍방울 각종 사업 지원 약속 여부 규명에 집중 전망

(영종도=연합뉴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photo@yna.co.kr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검찰이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을 1차 기소하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가 '2라운드'를 맞이했다.
1차 기소로 북한에 거액이 전달된 사실관계를 규명했다면, 후속 수사에선 송금 목적과 경기도-쌍방울 간 대가관계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3일 김 전 회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김 전 회장이 2019년 북한에 세 차례에 걸쳐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봤다.
◇ 金, 800만 달러 주고 북 영수증…최소 50만 달러 추가 송금
송금은 2019년 1월 200만 달러, 4월 300만 달러, 11∼12월 300만 달러 등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시기별 송금 이유도 다른데, 검찰은 앞선 1·4월 송금의 경우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억 원을 대신 내줬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추가로 건너간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가 추진했던 도지사(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이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입장이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탑승한 호송차가 지난달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전 회장은 송명철 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 등이 작성해준 '800만 달러 영수증(확인서)'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800만 달러 외에도 최소 50만 달러를 북한에 추가 송금한 것으로 보고, 이를 입증할 자료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경기도, 쌍방울 사업권·대북협력사업 지원 약속했나
무엇보다 검찰은 쌍방울이 왜 경기도를 대신에 1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북한에 줬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크게 두 가지를 의심하고 있다.
경기도의 각종 사업권을 쌍방울에 약속해줬는지와 민간기업인 쌍방울이 북한을 상대로 광물자원, 관광, 건설 등 굵직한 협력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자체의 지원을 약속했는지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재판매 및 DB금지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전기오토바이 사업, 폐차장 및 폐기물 사업, 안산 쓰레기 매립지 공원 조성 사업(안산에코에너지파크) 등을 제안했고, 실제 쌍방울이 이들 사업 추진을 검토하거나 계획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2019년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 원산 갈마지구 리조트 건립 사업 ▲ 희토류 탐사 및 채굴 등 개발사업 ▲ 북한 전력 공급 사업 참여 등을 쌍방울 계열사 3곳에 보장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하고, 사업이행금으로 1억 달러 지급을 약속한다.
검찰은 관광, 건설 등 쌍방울이 수행한 적 없는 국가기간산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가 '걱정하지 말라'며 대북경협 협약을 종용했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재판매 및 DB금지]
◇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있다면 제3자뇌물도 가능?
대북송금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일각에선 '제3자뇌물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형법 130조(제3자뇌물제공)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이를 요구, 약속하는 것을 금지한다.
금품이 오가는 과정에서 위법·부당함이 없더라도 '부정한 청탁'과 '대가'가 존재한다면 성립하는 범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현안이 있는 기업들에 각종 인허가권 등 편의 제공을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북 송금은 구조가 비슷한 사건"이라며 "검찰이 제3자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 2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2.9.27 [공동취재. 재판매 및 DB금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은 '직접 뇌물 수수'가 적용될 수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방북 비용의 경우 당시 경기도가 예산을 편성해 집행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개인이 비밀스럽게 지불해야 했던 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이 내야 할 비용을 기업이 대신 내준 것이라면 뇌물을 지급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 등 경기도 측 의혹 당사자들은 '대북송금'과의 연관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쌍방울과 대북경제협력 사업을 긴밀하게 논의한 당사자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의혹을 모두 '허구'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는 가족과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기도(이화영)는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구속기소)와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대북 송금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해 최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기소)을 불러 조사했으며, 이 전 부지사에게도 소환을 통보했으나 이 전 부지사가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관련 의혹을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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