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도피하다 '자진귀국' 결심 김성태, 측근 압박 전략 통했나
송고시간2023-01-13 15:55
해외공장 직원부터 그룹 임원까지 줄줄이 영장 청구되자 부담 느낀 듯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류수현 기자 = 8개월간 호화 해외도피 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돌연 '자진 귀국'을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돕거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계열사 등 임직원 4명이 구속된 13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모습. 2023.1.13 nowwego@yna.co.kr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각 오후 5시 30분)께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붙잡힌 뒤 불법체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이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벌여 입국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던 김 전 회장의 '자진 귀국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진 건 체포 이틀째인 지난 12일이었다.
지난 8개월간 자신의 뒤를 쫓는 수사 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골프장을 누비고, 가라오케에서 유명 가수까지 불려다 생일파티를 열며 호화 도피생활을 하던 김 회장이 돌연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당국이 김 전 회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8월경 해외로 도피한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여권을 무효화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도록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돕거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계열사 등 임직원 4명이 구속된 13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모습. 2023.1.13 nowwego@yna.co.kr
검찰의 압박은 지난해 9월 범죄인 인도와 형사사법 공조 분야 영역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조주연 대검 국제협력단장(부장검사)이 수원지검 수사팀에 투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 전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냈다.
당시 추징보전으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 주식 2천만 주(245억원 상당)가 동결됐다.
돈줄을 끊어 도피 생활을 장기화하기 어렵게 만든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전략도 구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019년 1월 쌍방울 측이 중국에서 북측 인사에게 150만 달러를 전달하는 과정에 가담한 혐의(외환거래법 위반 등)로 쌍방울 중국법인 공장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달 뒤인 같은 해 12월에는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CFO) A씨와 현 재무담당 부장 B씨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사부정거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선 두 영장 청구는 모두 기각됐지만, 검찰은 지난 9일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수사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 등으로 A씨 등 계열사 광림의 임원 2명을 포함, 모두 6명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날 A씨 등 4명의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피의자 중엔 김 전 회장의 동생도 포함됐다.
쌍방울 그룹 전·현직 임원부터 계열사 및 해외 공장 법인 직원까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자 김 전 회장도 검찰의 포위망을 더는 피할 수 없다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태국 이민국수용시설에 머물며 출국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이 무효화된 김 전 회장이 대사관으로부터 긴급여권(여행증명서)을 발급받으면 태국 당국의 추방 절차를 거쳐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전망이다.
수원지검 수사관들은 태국 공항에서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의 신병을 인계받은 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검찰은 내주 초 김 전 회장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즉시 피의자 신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young86@yna.co.kr
https://youtu.be/VQKeEeUya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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