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대적 투자에도 반도체 자립 만만찮아"
송고시간2023-01-02 17:26
"공장 계획대로 추진돼도 기술 이전·고급 인력 확보 등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투자가 발표되고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 자립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칩 생산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약속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이같이 분석했다.

(피닉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컴퓨터 칩 공장 건설현장을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오른쪽)과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둘러보고 있다. 2022.12.07 ddy04002@yna.co.kr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0년 봄 이후 35개 이상 업체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 거의 2천억 달러(약 254조5천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돈은 16개 주의 23개 공장 신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 1987년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체들과 협력해 컨소시엄 형태로 설립한 조직인 세마테크(SEMATECH)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대니얼 암브러스트가 "쓰나미 같은 투자"라고 말할 정도다.
여기에는 오하이오주에서 200억 달러를 들여 2개의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인텔이나 뉴욕에 새 공장 부지를 마련한 마이크론 등 미국 현지업체뿐만 아니라 대만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등 해외 업체를 끌어들인 투자 유치액도 포함돼있다.
미국 정부도 투자 촉진을 위해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등 형태로 최소 760억 달러(96조8천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경제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최첨단 반도체의 상당량이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대만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보적인 관점에서도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면서 1990년에만 해도 37%의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현재는 12% 수준으로 위상이 추락해있다.
이에 비해 대만은 현재 최첨단 제품 위주로 반도체 생산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NYT는 미국 내 잇단 대규모 투자가 어느 정도 불균형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일정 선까지만 가능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공장 신설에만 수년이 소요될 것이고 공장 가동이 개시되더라도 최첨단 기술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으며, 미 정부가 충분한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투자를 약속했던 기업들이 프로젝트 진행을 늦출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TSMC는 작년 말 대만 공장에서 3나노(㎚·10억분의 1m)의 최첨단 칩 양산에 들어갔으며, 2025년께는 대만에서 2나노 제품을 만들어 애플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최근 고위 임원이 밝혔다.
이에 비해 TSMC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는 2024년에나 4나노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으며 3나노 제품을 위한 공장은 2026년에나 가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에서 공장을 신설할 계획인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인 생산 기술 수준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미 업체인 인텔이 현재 생산 중인 칩은 대체로 7나노 수준의 제품이다. 다만 인텔은 2024년에는 3나노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지더라도 필요한 인력 확보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SIA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인력은 27만7천명으로, 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인력은 4만명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인텔이 대학 등 교육 기관의 훈련·연구 촉진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퍼듀대학은 연간 1천명의 기술자 배출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술 인력 육성은 수년간의 노력이 있어야 결실을 볼 수 있어 업계에서는 해외 고급 인력에 대한 비자 완화를 바라고 있지만, 워싱턴 관리들은 이민 확대에 대한 언급이 정치적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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