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아닌 선한 유전자…신간 '블루프린트'
송고시간2022-12-20 14:16
미국 예일대 교수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해"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를 따지는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 전부터 해묵은 철학적 논제였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통섭 학자이자 미국 예일대 교수인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도 이 문제에 오랜 시간 천착했다.
통섭의 대가답게 그는 히말라야 소수 민족, 온라인 게임 이용자, 기생충, 개미와 고래, 유전자와 호르몬, 인공지능, 인간계, 기술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최근 번역 출간된 '블루프린트'(원제: Blueprint: The Evolutionary Origins of a Good Society)에 담았다. 저자는 인간이 부족주의, 폭력성, 이기심, 잔인함 같은 악한 감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하다"고 주장한다.
인간 본성에는 "사랑, 우정, 협력, 학습 능력을 비롯해 탄복할 만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능력에 힘입어 우리는 어디에서나 좋은 사회를 구성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의 이 같은 공통된 능력을 "사회성 모둠"이라 부른다. 이는 개인 정체성 소유와 식별, 짝과 자녀를 향한 사랑, 우정, 사회 연결망, 협력, 자기 집단 선호, 온건한 계층 구조, 사회 학습과 사회 교육 등 8가지 특질로 이뤄졌다. 간단히 말해 사회성 모둠이란 서로 사랑하고 돕고 배우는 능력이다.
이런 특질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인간은 사회연결망, 사회학습, 타인과의 우정 등을 통해 더 효율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위험에 공동 대처할 수도 있게 됐다.
이런 사회성 모둠 덕택에 인간은 유전자를 후대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유전자에 사회성 모둠이 점차 뚜렷하게 새겨졌다. 저자는 "동료 인간들의 존재는 포식자만큼 강력하게 우리 유전자를 다듬어왔다"고 말한다.
사회성 모둠은 함께 어우러지고 뒤섞이며 오랫동안 지속됐고, 심지어 도덕적으로 선하기까지 한 사회를 창조하는데 밑바탕이 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우리 진화 역사의 궤적은 길다. 그러나 이 궤적은 좋음(선함)을 향해 휘어져 있다"고 말한다.
부키. 이한음 옮김. 7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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