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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도시에 정착했지만…신간 '에도로 가는 길'

송고시간2022-12-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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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에도로 가는 길'(생각의힘)은 19세기 일본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어느 승려의 딸 쓰네노(常野)가 자신을 옭아매는 고향을 떠나 더 크고 광대한 세계인 에도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에이미 스탠리는 쓰네노와 가족들이 남긴 편지와 19세기 일본 도시 연구를 바탕으로 당대 100만명이 살았던 일본의 수도 에도를 꼼꼼하게 재현해낸다.

에도는 오래 지속된 평화로 문화와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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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이미 스탠리 교수가 쓴 논픽션…19세기 일본 세밀하게 묘사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도카이도 호도가야'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도카이도 호도가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에도는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모두가 농부가 아니고, 아무도 자기 가족을 알지 못하며, 사라졌다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나타나도 되는, 붐비는 익명의 도시에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혼잣말을 되뇌어 보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최근 출간된 '에도로 가는 길'(생각의힘)은 19세기 일본의 작은 마을에 사는 어느 승려의 딸 쓰네노(常野)가 자신을 옭아매는 고향을 떠나 더 크고 광대한 세계인 에도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논픽션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에이미 스탠리는 쓰네노와 가족들이 남긴 편지와 19세기 일본 도시 연구를 바탕으로 당대 100만명이 살았던 일본의 수도 에도를 꼼꼼하게 재현해낸다.

에도는 오래 지속된 평화로 문화와 상업이 크게 발달했다. 가부키, 게이샤, 판화와 같은 대중문화가 번성했고, 에도로 몰려든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무엇이든 사고팔았다. 목조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길 한복판과 집 안의 경계가 모호했다.

저자는 쓰네노의 눈을 통해 복잡한 에도의 정경은 물론, 거리의 소음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목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생계를 위해 그림 공연에 나서고, 미쓰이 재벌의 전신이 자리 잡았던 점포 거리를 눈앞에 소환한다.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생각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이런 평화 속에도 변화의 기운은 감돌고 있었다. 개항을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에 에도는 조금씩 들썩였다. 바쿠후(막부)는 쇄국을 단행했지만, 서양 세력의 틈입을 끝까지 막을 순 없었다. 거리의 화가들은 "연기를 내뿜는 함선과 진기한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커다란 그림"을 그렸다.

시대적 변화와 에도의 번화 속에서 쓰네노는 살아갔다. 그러나 그 변화와 번창을 제대로 향유하진 못했다. "뭔가 다른 일-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에도로 왔지만, 대부분의 민초가 그렇듯 그도 고생스럽게 살았다.

하지만 가난하고 위험한 불안정한 생활에 때때로 후회하면서도 쓰네노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끝까지 철회하지 않았다. 유명해지지도, 유의미한 공을 세우지도 못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에도에서 그는 죽는 날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2020 전미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유강은 옮김. 39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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