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조정 놓고 찬반…"일상복귀 조건 충족"vs"시기상조"(종합)
송고시간2022-12-15 18:18
정재훈 "자율·권고 대전제 충분…일부 시설만 남기는 네거티브 규제로"
엄중식 "코로나·독감 동시 유행 시기에 마스크 의무 조정 일러"

(영종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는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한 매장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2022.12.11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김영신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마스크 해제 시점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마스크 의무를 해제할 전제 조건은 갖춰졌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재유행 확산세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등 향후 방역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는 의무 조정의 방식이나 조정 이후의 대응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일상 복귀의 전제 조건은 대부분 만족했고, 위험 인식 차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국민의 97% 이상이 기초적 면역을 획득했고, 유행 반복 때마다 유행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지난 재유행 대응 경험으로 의료 대응 능력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에서 자율·권고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남겨두는 일부 시설을 설정하고 그외 다른 장소에서는 자율로 두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제안했다.
또한 안정적 유행 상황에서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단계적 의무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동절기 유행이 지난 후에 연령별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면서 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다음 재유행이 지난 후에 최종적으로 의료기관 등에서도 의무화를 해제하자는 방안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7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설치된 마스크 착용 안내문의 모습. 2022.12.7 ondol@yna.co.kr
정 교수는 특히 영유아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복잡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대신 국민이 납득 가능하고 쉽게 준수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논의가 당장 마스크를 벗자거나 마스크 착용의 이익이 없다고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며 "마스크 착용의 이익은 여전히 매우 높지만 국민의 권리와 절차적 정당성, 방역정책의 지속가능성 등을 위해 자율적 실천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법적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마치 모든 장소에서 벗어도 된다고 인식 되는 것은 문제"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실내 활동이 많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는 다 벗는데 왜 우리는 안 벗는가' 식의 접근이 아니라 법적 의무를 해제하되 써야 하는 사람들은 쓰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태호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역량과 국민의 신체·정신·사회적 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자율 권고로 바꾸더라도 실제 국민들은 주변 분위기를 봐가며 점진적·자체적으로 조정 기간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 유행하며 의료 현장에 부담이 큰 현재 시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성급히 해제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의과대학 교수는 "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에 따른 피해 최소화에 대한 준비"라며 "코로나 이전에도 호흡기 감염병 유행시 의료 현장 대응이 버거운 문제가 고질적으로 반복돼 왔는데 이에 대한 개선·준비 없이 코로나19 감염을 증폭시킬 계기를 지금 꼭 만들어야 하는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쓰지 않는 데 대한 사회적 갈등이 상당하게 발생할텐데 이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지 않다"며 "의무를 풀어 유행이 증폭해 중환자가 늘어나도 감당 가능한 여력과 상황을 충분히 만들어 놓고 의무를 해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 3년이 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중장기적 방역 정책 수립에 있어 의료 체계 강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교수는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 병상은 수요 탄력성이 떨어지므로 단기적으로 지금처럼 손실 보상 체계를 유지해 병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가 지정 중증병상을 도입하고, 특수 병상 확충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대한중환자학회장은 "앞으로 국가감염병 정책 마련에서 중증 환자 고려가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국가가 수가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으나 실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상인지에 대한 평가를 거쳐 이제 중환자 진료의 질적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대에 따라 일반(비코로나) 중환자 진료가 받게 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하고 환자 이송 시스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 격리 등 대응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어 이제 코로나 대응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추고, 코로나를 포함한 전체 호흡기 감염병 대응 수준을 높여서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를 이뤄야 한다"며 "교육 및 고용 현장에서 '아프면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 의료기관과의 소통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초기에는 신속한 소통이 중요했다면 유행이 장기화하고 방역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이전과 같은 소통 방식은 국민에게 수용성이 떨어진다"며 "이제는 시의적절하고 예측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효과적이며, 마스크 착용은 개인 행위이므로 거리두기처럼 시설 중심의 지침에서 벗어나 개인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양기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일선 의료기관에 내려오는 방역당국의 지침과 메시지가 불명확하고 자주 바뀌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많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어떻게 결과가 도출되든 일선 의료 현장에는 큰 변화가 오게 되므로 명확하고 확실한 지침을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참고해 곧 국가감영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뒤 오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mihye@yna.co.kr,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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