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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분열하고 헤어지는 시대 압축하니 '절연'이었죠"

송고시간2022-12-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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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친 기획 끝에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홍콩, 티베트, 베트남, 대만 작가 9명이 쓴 소설집 '절연'(문학동네)이 이달 출간됐다.

팬데믹과 국제정세가 초래한 단절의 시대에 멀리 떨어진 작가들을 연결하는 키워드로 절연을 떠올린 것은 흥미롭다.

정 작가는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도 있었고 관계가 부서지는 헤어짐의 느낌도 있는 시기"라며 "또한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일수록 사람들이 더 분열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런 긴 이야기를 짧은 단어로 압축하면 절연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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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 기획, 아시아 작가 9인 참여한 소설집 '절연' 출간

정세랑 작가
정세랑 작가

[(c)melmel Chung. 문학동네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정세랑(38)은 지난 2020년 가을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쇼가쿠칸 편집자가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원고지 500매씩 써 한 권의 소설집을 내보자고 했다.

정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아시아 여러 작가를 초대하자고 다시 제안했고, 함께 다룰 키워드로 '절연'(絶緣)을 제시했다. 2년에 걸친 기획 끝에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홍콩, 티베트, 베트남, 대만 작가 9명이 쓴 소설집 '절연'(문학동네)이 이달 출간됐다.

정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최대한 다양한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길 바랐다"며 "현지 출판사 추천도 받고, 번역 작품도 읽어보면서 작품 집필보다 작가 섭외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떠올렸다.

팬데믹과 국제정세가 초래한 단절의 시대에 멀리 떨어진 작가들을 연결하는 키워드로 절연을 떠올린 것은 흥미롭다. 정세랑은 작가들 마음에 충격을 주는 날카롭고 강력한 테마이길 원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도 있었고 관계가 부서지는 헤어짐의 느낌도 있는 시기"라며 "또한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일수록 사람들이 더 분열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런 긴 이야기를 짧은 단어로 압축하면 절연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왼쪽)과 일본에서 출간된 아시아 작가 9인 소설집 '절연' 표지
한국(왼쪽)과 일본에서 출간된 아시아 작가 9인 소설집 '절연' 표지

[문학동네]

소설집에서 작가들은 인간, 사회, 시대와의 절연 등 키워드를 각기 해석하고 다양한 장르로 변주했다. "작가들 각기 다르게 해석해 재미있었어요. 비슷할까 봐 우려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정 작가는 표제작에서 성추문에 휘말린 인물을 대하는 윤리관의 차이로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이들의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불거졌던 성폭력 고발 등을 대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그는 "부도덕함과 범죄 사이엔 스펙트럼이 연속적으로 생기는 회색 영역이 있다"며 "각자 긋는 선이 다를 때 사람들은 헤어지고 다신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 어려운 선을 어떻게 그어가는지 분열의 장면을 포착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

[ⓒ文藝春秋. 문학동네 제공]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일본의 무라타 사야카 작가는 단편 '무'(無)에서 '무'가 되고 싶어하는 세대를 만들어냈다. 유행하는 라이프스타일에 휩쓸리고 세상에서 소외를 택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진정한 개인이 사라져 가는 일본 사회를 풍자한 사야카처럼 작가들은 각자 디딘 사회의 이면을 작품에 담아냈다.

'과학소설(SF)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받은 중국의 하오징팡 작가는 단편 '긍정 벽돌'에서 슬픔, 괴로움,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품으면 구치소에 수감되는 가상 도시를 통해 감정 표출을 억누르는 전체주의 사회의 폭력을 다뤘다. 홍콩의 홍라이추 작가도 중국의 통제하에 놓인 홍콩의 상황을 암시하듯 단편 '비밀경찰'에서 감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정 작가는 "작가 자신을 각자 속한 사회를 여과시키는 필터로 사용하는 느낌이었다"며 "자신의 경험과 서 있는 경계선을 모두 소설을 만들어내는 통로로 이용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중국 작가 하오징팡
중국 작가 하오징팡

[문학동네 제공]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아시아가 더욱 긴밀히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작가들은 뭘 쓰고 있지?'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기획이에요. 아시아 다양한 작가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아시아 작품을 가장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영어인데, 영미권을 통해 작품이 들어오지 않고 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단어 자체의 의미에 머물지 않고 '절연' 프로젝트가 품은 의미를 확장했다.

그는 "'절연'은 끊어낼 것을 끊어낸 뒤 다른 각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된다"며 "헤어짐이고 파괴적인 부분도 있지만 건강한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끊어진 부분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새롭게 연결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절연'은 한국과 일본 동시 출간된 데 이어 아시아 다른 지역 출판도 타진하고 있다.

의미 있는 기획을 완성한 정 작가는 몇 년 전부터 구상한 역사 소설 집필 준비를 할 계획이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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